[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배우 김선호가 텐아시아와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배우 김선호가 텐아시아와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연극 ‘트루웨스트’에 이어 ‘거미여인의 키스’ 그리고 ‘클로저’, 또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까지. 배우 김선호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쉬지 않고 달리고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우연히 찾은 학원에서 흥미를 느껴 시작한 연기. 늦게 찾아온 꿈이었지만, 뜨겁게 불태워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연기를 배우면서도 무대 연기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있던 그때, 우연히 찾아온 기회로 연극을 시작했다. 실망하고 또 허탈한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지인들의 따뜻한 말에 용기를 내어 이 자리까지 왔다. 무대에 오른지 어느덧 7년을 넘어서며, 비로소 연기의 맛을 알았다. 무엇보다 올해의 끝,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을 통해 사람 냄새나는 좋은 동료들을 만나 행복하다는 김선호. “연기를 잘 하고 싶다”는 욕심 하나로 다가오는 2017년도 힘차게 시작할 생각이다.

10. ‘클로저’에 이어 바로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에 들어갔다.
김선호 : 프로듀서 안혁원에게 제안을 받고, 대본도 보지 않고 하겠다고 했다. 그만큼 믿음이 있었고, 이후 극중 형석이란 캐릭터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10. 형석이란 인물이 쉽지만은 않은 캐릭터이던데. 아픔도 감추고 있고.
김선호 : 사실 마지막 장면을 위해 존재하는 캐릭터이다. 초안과 달라지면서, 조금씩 수정되고 있는데 당초 대본에서는 등장도 더 늦게 하는 인물이었다. 나름 여지를 많이 주고 만들 수 있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수정되면서 분량도 많아졌다.(웃음)

10. 구체적으로 보완된 부분은 어디인가.
김선호 : 초반의 대본에는 말도 없고 그저 ‘힘들었다’는 이야기만 할 뿐이다. 관객들의 상상에 맡기는 거다. 형석이도 누군가에게 기댈 곳이 있어야 하니까 친구에게 털어놓기도 하고, 또 싸우기도 한다. 그 장면들이 추가됐다.

10. 창작극의 매력이기도 한,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겠다.
김선호 : 사실 창작극은 처음인데 정말 좋다. 물론 같이 하는 동료들이 워낙 좋아서 더 편하고 즐겁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창작의 장점이 있더라. 내가 만들어가는 부분이 있으니, 나와 가깝고 또 충분히 이해할 수도 있고 말이다.

10. 2000년 밀레니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당시 세대라 더 이해가 잘 되겠다. 노래도 그때 유행했던 노래들로만 구성했고.
김선호 : 노래도 배우들과 같이 상의하면서 골랐다. 다 자기 취향이 있더라.(웃음) 엠씨스퀘어, 떡볶이 코트, 통 넓은 바지까지. 포스터를 직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다. 의상도 집에서 찾아보고 가져가기도 하고.(웃음)

10. 실제 고등학교 때는 어땠나. 연기를 꿈꾸던 소년이었나.
김선호 : 연기를 꿈꾸지 않았다. 고3 때 친구 따라 연기 학원에 갔는데, 친구는 그만두고 내가 계속 했다.(웃음) 따라간 것 뿐이었는데, 연기를 해보라고 해서 했다. 사실 그땐 연기보다 ‘나’라는 사람의 문제점과 생활 습관, 또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서 바로 알더라. 연기로 숨기고, 또 캐릭터를 진짜처럼 보이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말이다. 그게 재미있어서 시작했다.

10. 사실 ‘친구를 따라서’란 말은 흔하지 않나.(웃음) 그 전부터 생각이 없었다면 힘들지 않을까.
김선호 : 주목받고 싶었나 보다. 그전까지는 방법을 몰랐던 거고. 그런데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책 읽기를 시키면 또박또박 읽지도 못하고 긴장해서 호흡곤란까지 올 정도였다. 오기가 생겼던 것 같다. 연기를 했는데, 선생님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하고 그게 맞는 말 같아서 그때부터 연기를 더 꿈꾸게 됐다.

김선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김선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그때부터 학원을 통해 연기를 배운건가.

김선호 : 매일 학원에 나갔다. 가장 먼저 가서 앞에 앉았고, 뭐든 먼저 하겠다고 했다. 자신감이 아니라, 잘 하는 친구들이 하는 걸 본 뒤에는 못할 것 같아서다. 계획적이기 보다 무작정 부딪혀본 것 같다.

10. 늦게 시작했는데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연기를 본격적으로 배울 수 있었겠다.
김선호 : 운이 좋았다. 지금은 통합됐지만, 방송연예과에 들어갔다. 당시 선생님께서 용기를 주셨는데, 합격하게 된 거다. 남들보다 노력하긴 했다. 조금씩 변해가는 내 모습을 보는 것도 재미있었고, 뜨거웠던 것 같다. 그런데 학교를 간 뒤에는 놀기만 했다.(웃음) 연기도 재미있는데, 노는 것도 아주 훌륭하게 재미있었다. 그러다가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달라졌다.

10. 군제대 이후부터 본격적인 시작이었겠다.
김선호 : 대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고 또 연기를 하는 게 그저 좋았는데 진로를 결정해야 하니까 막막했다. 불안하기도 하고, ‘잘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싶기도 했다. 좋아하는 걸 잘 하기 위해서는 타협을 해야 한다는, 진짜를 알게 된 거다.

10. 연극 무대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
김선호 : ‘뭘 해야 하지?’가 큰 고민이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수업을 열심히 하면서 연기를 하면 되지만,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터질 것 같더라. 그렇게 1년 가까이 오디션을 봤다. 그러다 동기인 형을 만났는데 ‘연극은 생각 안 해봤어?’라고 하더라. 오디션을 보라고 일러줬고, 그렇게 시작했다. 우여곡절 끝에 ‘옥탑방 고양이’이라는 작품의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겼다. 이후 ‘트루웨스트’라는 작품도 했다. 낯설고 어색했지만, 주위 분들의 응원히 힘이 많이 됐다. 당시 오만석의 칭찬도 내게 큰 용기가 됐다. 진심으로 감사했다. 스스로 좋은 배우가 아니라는 생각에 힘들기도 했고, 힘들어서 눈물을 흘린 적도 있는데 그때마다 지인들이 도와준 셈이다. 그렇게 작품을 이어가면서 조금씩 편해진 것 같다.

10. 때로는 공허한 순간, 또 스트레스도 컸을 것 같다.
김선호 : ‘거미여인의 키스’란 작품을 할 때, 어렵기도 했지만 끝나고 나면 그렇게 공허할 수가 없었다. 대학로를 5시간씩 걸었다. 괜히 분장실에 가보기도 하고, 친구를 만나서 밥을 먹고. 누구도 해결을 못해주니까 혼자 걸었던 것 같다. 작품에서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그러면서 많이 정리가 됐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10. 힘든 것도 홀로 삭히나 보다.
김선호 : 힘들다는 이야기를 못한다. 그런데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을 같이 하는 배우들 덕분에 많이 달라졌다. ‘힘들면 힘들다고 해’라고 하더라. 계속 웃고 다녔더니, 연출도 ‘힘들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도와달라고 하는 게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말이다. 그래야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고. 그래서 더 어린애처럼 투정을 부렸다. ‘어려워서 못하겠네’라면서.(웃음) 정말 사람 냄새 나는 좋은 분들만 모였다.

김선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김선호 / 사진=이승현 기자 lsh87@

10. ‘클로저’의 공연과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연습이 겹쳐서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

김선호 : ‘클로저’에서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말투가 툭 나오는 실수를 한 번 했다.(웃음) ‘클로저’는 역할 때문인지 끝나고 나서도 찝찝함을 떨칠 수가 없었다. 이번에 알았다. ‘나는 분리가 잘 되는 배우가 아니구나’라고.

10. 다른 작품, 캐릭터를 만나기 위해서는 비우는 작업도 필요할 텐데.
김선호 : 지금까지 여행을 혼자 가본 적이 없다. 용기도 없고, 낯도 가려서 겁도 난다.(웃음) 사실 딱히 푸는 방법은 없었다. 산책을 했던 것 같다. 또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복싱을 했다. 오늘도 하고 왔다.(웃음) 땀흘리며 운동하고 샤워를 하면 개운하고 좋더라.

10. 긴장하고 낯을 가리는 성격, 결코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에겐 어울리지 않는다.(웃음)
김선호 : 낯을 극도로 가리고 긴장도 많이 하는데, 적응을 잘한다. 진짜 다행이지. 긴장하는 게 조금 좋더라. 오히려 긴장감이 사라질까 봐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10.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 2016년 마지막날까지 공연되더라. 다음 작품은 정해졌나.
김선호 : 사실 그간 매체를 피한 건 아니다. 크게 욕심이 없었고,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앞으로도 기화가 온다면 그저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뿐이다. 선택한 작품이 있다.(웃음)

10. ‘클로저’에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 또 내년에 도전할 작품까지 결정됐다. 올해가 참 특별하겠다.
김선호 : 지금까지 운이 좋았고, 또 가장 감사한 건 비관적으로 생각할 때 좋은 배우들을 만난 거다. 그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사람을 보고 배운 게 많다.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의 배우들은 모두 정말 좋다.(웃음) 같이 하는 배우들의 장점을 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되더라. ‘클로저’에서 호흡을 맞춘 배성우도 마찬가지다. 이후 진행된 한 작품의 오디션에서 성우 형을 보며 배운 걸 해보기도 했다. 좋은 사람을 만난 것만으로도 정말 특별한 한 해였다.

10. 앞으로의 욕심, 스스로에게 거는 기대가 있다면?
김선호 : 왜 욕심이 없겠나. 우선 연기하는 게 정말 즐거우니까 잘 하고 싶다. 그런 욕심이 있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잘 알고 있으니까. 그걸 빨리 극복하고 방향도 제대로 잡고 싶다. 더 많은 걸 경험해보고 싶고, 도전하고 부딪히면서 발전하고 싶다. 내년엔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고, 또 창작 공연도 계속 이어나갈 계획이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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