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SNL 코리아8′ 고정 크루 이세영이 그룹 B1A4 신체를 만지는 영상이 공개돼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 사진제공=’SNL 코리아’ 공식 SNS
‘SNL 코리아8′ 고정 크루 이세영이 그룹 B1A4 신체를 만지는 영상이 공개돼 성희롱 논란이 불거졌다. / 사진제공=’SNL 코리아’ 공식 SNS
몇 차례의 사과에도 뿔난 민심은 돌아오지 않았다. ‘성추행 논란’에 휩싸인 개그우먼 이세영이 결국 경찰조사까지 받게 됐다. 기본적으로 이세영의 잘못이 크지만 이를 장난스럽게 넘기고, 문제의식이 전혀 없어보였던 tvN ‘SNL 코리아’ 역시 비난을 피해갈 수 없을 듯하다.

발단은 이렇다. ‘SNL 코리아’측은 지난달 26일 공식 SNS를 통해 ‘B1A4 캐스팅 비화’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에는 당시 방송된 ‘SNL 코리아8’에서 호스트로 출연한 B1A4의 무대 뒤 모습이 공개됐다. 영상 속에서 이세영은 B1A4 멤버들에게 다가가 악수를 하며 특정부위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취했다. 그런 뒤에 “다 만졌다”며 호기롭게 말했다.

비난이 거세지자 ‘SNL 코리아’측은 이 영상을 삭제했다. 그럼에도 영상이 퍼져나가자 공식 SNS에 “호스트 B1A4에게 과격한 행동을 보여 불쾌감을 느끼셨을 B1A4 멤버들을 비롯하여 팬분들께 사과 말씀드린다”라며 “호스트에 대한 부적절한 행동이었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더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공식 사과했다.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자 이세영 역시 자신의 SNS에 “저의 잘못된 행동으로 많은 분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죄송하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하고 또 반성하겠다”라고 자필 사과문을 게재했다.

B1A4 측 역시 이세영과 ‘SNL 코리아’ 측에 수차례 사과를 받았다면서 이를 무마시키려 했지만 논란은 여전했다. 성추행 논란은 그저 몇 줄의 짧은 사과문으로 덮어질 문제는 아니다. 또한 이세영이 과거 인피니트와 블락비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사과문에서 성추행을 ‘과격한 행동’ ‘부적절한 행동’으로 문제를 축소시키려는 이들의 모습 역시 진정성 있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세영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이세영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제작진은 지난달 29일 2차 사과문을 통해 “금번 사건은 이세영 개인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사건이 발생하도록 문제점을 즉시 개선하지 못한 점, 또 문제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해당 영상을 페이스북이라는 공적인 공간에 노출한 점 등 가장 큰 책임은 저희 SNL 제작진에 있다고 생각하다”라며 “이를 계기로 근본부터 고민하여 다시는 이런 유사한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거듭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세영의 성추행 논란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고, 마포 경찰서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게 됐다. 이세영 측은 “아직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은 바가 없다. 경찰 조사가 진행된다면 성실이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세영은 자숙의 시간을 위해 ‘SNL 코리아’에서 잠정 하차했다.

B1A4에게 불쾌한 행동을 한 이세영에게 1차적인 잘못이 있지만 이를 아무런 의식 없이 만인이 보는 SNS에 올린 ‘SNL 코리아’의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SNL 코리아’는 미국 NBC ‘Saturday Night Live’를 원조로, 초창기 시사적인 풍자와 코미디가 버무려진 어른들의 코미디를 지향했다. ‘여의도 텔레토비’는 강도 높은 정치풍자로 화제를 샀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SNL 코리아’에서 날카롭고 날선 풍자는 볼 수 없었다. 대신 성적인, 섹시 코드가 더욱 강화됐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원조를 보면 알겠지만 ‘SNL 코리아’는 단순히 성적인, 19금 코드가 들어간 코미디 프로그램은 아니다. 원조는 코미디와 풍자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SNL 코리아’에서 그런 부분이 없어지면서 성적인 코드가 강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성적인 코드로 코미디를 만드는 것은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그런 의식 없이 재미만 추구하게 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결국에는 문제가 터지지 않았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국과 제작진이 경각심을 가지고 제작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당부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