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감독 박정우,배우 김남길, 문정희,정진영,김대명,김주현,김명민이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감독 박정우,배우 김남길, 문정희,정진영,김대명,김주현,김명민이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우연의 일치였겠지만 놀랍다. 박근혜 대통령이 3차 대국민담화를 할 당시 외압 의혹을 받은 문제작 영화 ‘판도라’가 시사회를 열고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자간담회에서 박정우 감독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쓴 스토리가 현실화돼서 겁이 났다”고 솔직하게 고백했다.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엔터테인먼트)가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언론시사회를 개최했다.

‘판도라’는 역대 최대 규모의 강진에 이어 한반도를 위협하는 원전 사고까지, 예고 없이 찾아온 대한민국 초유의 재난 속에서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평범한 사람들의 사투를 그린 영화다.

이날 공개된 ‘판도라’는 현실과 맞닿는 장면과 대사로 웃음과 씁쓸함을 자아냈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방송을 통해 공개되자 “저 인간은 어딜 저렇게 돌아다니나”라고 말하는 시민의 모습은 웃음을, 원전 사고라는 엄청난 사고를 숨기기 급급한 정부의 모습에서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속수무책으로 사건이 커졌지만 이를 어떻게든 작게 보이려고 애쓰는 모습 역시 마찬가지다. 사건이 커지자 대국민담화를 하는 대통령의 모습 등 현 현실과 꼭 맞아떨어졌다.

박정우 감독은 “4년 전, 이런 영화 속 모습을 바라지 않은 마음으로 영화를 만들었는데 영화 속 이야기가 현실로 펼쳐져서 무서웠다”면서 “4년 전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4년간 노력했던 것들이 도움이 될지, 방해가 될지 모르겠다. 솔직하게 지금 머릿속이 복잡하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감독 박정우가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감독 박정우가 29일 오후 서울 성동구 행당동 CGV왕십리점에서 열린 영화 ‘판도라'(감독 박정우 제작 CAC엔터테인먼트) 언론시사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저격 발언도 이어졌다. ‘판도라’는 제작비 100억 원이 훌쩍 넘는 대작이다. 흥행을 예상 하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다른 영화가 아닌 아주머니 둘 때문에 부담감을 느낀다”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을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4년을 준비했는데 저쪽은 40년을 준비했고, 우리는 150억 원을 썼는데 저쪽은 몇 천억 원을 들였다. 모든 장르를 다하고 있어서 도대체 이길 수가 없다. 관중 동원력도 훨씬 뛰어나다”며 현 시국을 풍자했다.

대통령 역을 연기한 김명민은 “무능한 대통령을 최대한 무능하게 표현하지 않으려고 고민했는데, 역시나 무능했다”면서 “내가 제일 많이 했던 대사가 ‘죄송합니다’라는 대사였다.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럭셔리하게 촬영을 했다. 재난 현장을 한 번에 가본 적이 없다. 재난 현장에서 연기하는 분들이 고생이 많았을 것 같다. 송구스럽고 고생하셨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의미심장한 말로 자신의 역할을 소개했다.

그렇지만 박 감독은 현 시국과 맞아떨어지는 대사들을 편집하는 과정에서 몇몇 덜어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를 만든 궁극적인 목적은 원전에 대한 이야기지 정부와 지도자에 대한 것이 아니다. 현재 회자되고 있는 말들과 비슷한 대사들이 있었는데 일부로 덜어냈다”고 털어놨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온갖 불행과 재앙, 재난이 휩쓸었다. 신화가 그랬던 것처럼 ‘판도라’ 역시 희망을 남겨 놨다. 주연을 맡은 김남길은 “영화 속에는 절망으로 일컬어질 수 있는 상황들이 많다. 그러나 우리 영화는 절망 속에서 희망으로 바꿀 수 있는 상황이 어떤 것인지, 인간에 대한 정체성과 의미에 대해 이야기한다”면서 “영화를 보고 많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판도라’는 오는 12월 7일 개봉.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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