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연말 인사철로 접어들면서 올해 서로 다른 성적표를 받아든 유통 3사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불경기에도 비교적 좋은 실적을 거둔 현대백화점그룹은 승진잔치가 예상되는 반면 롯데와 신세계는 아직 구체적 인사 시기도 정하지 못한 채 대규모 물갈이론과 세대교체론이 대두되는 등 뒤숭숭한 분위기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8일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에 사장급 이상 고위 임원 6명의 승진을 골자로 하는 사장단 인사를 전격적으로 단행, 발표했다.

그동안 유통업계에서는 관행적으로 신세계 12월 초, 현대 12월 중순, 롯데 12월 말 순으로 연말 임원인사가 진행됐으나 올해 이례적으로 현대가 가장 먼저 사장단 인사를 발표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관계자는 "과거에는 사장단과 부사장 이하 임원급 인사를 한꺼번에 발표했으나 올해는 사장급 이상 승진자가 많아 다소 이른 시기에 사장단 인사만 따로 발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유통 3사 중 가장 실적이 좋은 현대가 비교적 큰 폭의 사장급 이상 승진 인사를 선제적으로 발표하면서 자신감을 표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현대백화점의 지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률은 6.7%로, 롯데백화점(4.7%)이나 신세계백화점(3.7%)보다 훨씬 높다.

사장단 인사에 이어 다음 달 단행할 현대백화점그룹의 정기 임원인사에서도 상당한 폭의 승진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반면 올해 검찰 수사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 등 크고 작은 내우외환에 시달리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낸 롯데와 신세계는 아직 구체적인 인사 시점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는 검찰 수사 뒤 신동빈 회장이 약속한 개혁안과 조직개편을 이행하기 위해 매켄지 등 외부 컨설팅사의 자문까지 받았으나 아직도 연말 임원인사 시기나 방향 등을 정하지 못한 채 논란만 무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의 출석이 예정된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와 특검 수사 등의 일정을 고려할 때 연말 임원인사 자체가 연기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오는 30일에는 신 회장이 주재하는 롯데그룹 사장단 회의가 예정돼 있지만 이 자리에서 연말 조직개편이나 임원 인사의 구체적 방향이 제시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쇄신 등을 위해 올 연말 대규모 물갈이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점쳐졌으나 지금은 기류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올해 인사가 가능할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는 롯데만큼의 우환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실적이 썩 좋지는 않은 데다 신규 면세점 특허를 둘러싸고 석연치 않은 의혹이 제기되는 등 분위기가 뒤숭숭해 인사의 폭과 방향도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신세계 안팎에서는 본격 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정용진-유경 남매의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60대 이상 전문경영인들의 세대교체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인사철을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신세계 관계자는 "그동안 관행적으로 12월 초에 사장단 및 임원 인사가 이뤄졌지만 올해는 변수가 많아 예년과 같은 시기에 단행될 수 있을지 단정 짓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60대 이상 CEO들의 세대교체 여부가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passi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