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5,801대. 전년 대비 5.5% 하락. 올해 10월까지 국내 수입 승용차 판매 성적표다. 승용차 전체 판매가 1~10월 7만대가 늘어난 만큼 수입차가 그만큼 고전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수입차는 10월까지 전년 대비 1만743대가 줄었는데, 인증취소로 판매 제품이 거의 사라진 폭스바겐이 1만5,400대, 같은 영향을 받은 아우디 또한 9,800대가 줄었다. 그래서 수입차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고 보는 게 맞는 해석이다. 다시 말해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사태를 겪지 않고, 지난해 수준만 판매됐다고 가정하면 수입차는 올해도 고공 성장을 하는 셈이다.

[칼럼]춘추전국시대 열리는 한국 자동차시장

그런데 눈여겨 볼 대목은 폭스바겐의 줄어든 수요가 어디로 흘러갔느냐다. 전문가들은 국산차를 지목하고 있다. 폭스바겐의 주요 경쟁자가 바로 국산차라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국산차 수요로 유입됐고, 그 덕에 국산 승용 판매의 외형이 확대됐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올해 승용 판매가 늘어난 기아차를 지목한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고스란히 넘겨 준 수요는 대부분 르노삼성, 쉐보레, 쌍용차가 흡수했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10월 승용 누적 판매가 77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9만1,000대에 비해 무려 9만대나 줄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현대기아차는 폭스바겐의 반사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했고, 기아차의 증가는 현대차의 하락을 흡수한 결과일 뿐이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독주 체제에 빨간 신호등이 켜지며 승용 점유율도 61.2%로 전년 대비 2%P 떨어졌다.

이런 현상을 두고 일부에선 최근 현대기아차에 쏠리는 부정적 여론 때문이라는 시각을 내놓는다. 그러나 독주 체제 약화는 당연한 흐름이라는 해석이 대부분이다. FTA에 따른 관세 장벽 제거로 다양한 차종이 국내에 소개됐고, 그만큼 소비자도 분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정된 시장에서 독주 체제가 유지된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는 의미다. 지난 2012년 FTA가 발효될 때 현대기아차 고위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다. "관세 장벽이 허물어지면 내수는 잃겠지만 수출이 늘어날 것인데, 관건은 내수 점유율 떨어지는 속도를 얼마나 늦추느냐"라고 말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점유율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게 고민이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내년에 8종의 신차를 쏟아내며 방어력을 높일 예정이지만 수입 경쟁 신차의 등장도 만만치 않다. BMW 5시리즈를 비롯해 다시 인증을 마친 폭스바겐 및 아우디 신차도 출격을 기다리는 중이다. 특히 폭스바겐은 올해의 아픔(?)을 단숨에 극복하겠다는 전략 하에 가격을 국산차에 맞추는 방안까지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소비자 보상 차원에서 기업 이익을 소비자에게 넘겨주는 '파격 카드'가 나올 경우 현대기아차에 상당한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나아가 서비스 확대를 위해 경정비 체인점과 손잡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국산차 vs 수입차'의 완전 경쟁, 즉 자동차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질 예정이다.

물론 격전은 이미 진행 중이다.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프리미엄 시장에 진출, 유럽 및 일본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안방에서 공격 중이고, 현대 브랜드는 다양한 중저가 수입차가 공략 중이다. 이러는 사이 중국산 전기차 및 가솔린 미니밴 등도 한국 시장을 호시탐탐 노린다. 중국산 차가 한국에서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다는 소식이 해외에 전해지면 중국산 완성차의 해외 수출에 절대적으로 유리해서다. 스타렉스 독주를 저지하기 위해 LPG업계를 중심으로 중국산 LPG 미니맨 개조도 적극 이뤄진다고 하니 홀로 독주하던 시장도 점차 줄고 있다.

반면 제조 및 수입사들의 무한경쟁을 바라보는 소비자는 반색이다. 경쟁은 곧 보다 나은 소비자 서비스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어서다. 가격 및 사후 서비스 등이 지금보다 한층 강화되면 미국처럼 소비자 보호가 엄청나게 강화될 명분도 얻게 된다.

최근 자동차업계에서 내년이 분수령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무한 자유경쟁으로 변해가는 국내 시장의 흐름 때문이다. 그렇게 보면 이제는 국산차와 수입차의 구분조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국산차면 어떻고, 수입차는 어떠랴,,,그저 소비자를 보다 많이 챙겨주는 곳으로 마음이 기울면 그만이니 말이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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