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손예지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루이 역으로 열연한 배우 서인국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최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쇼핑왕 루이’의 루이 역으로 열연한 배우 서인국이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연말 시상식, 기대하고 있어요. 베스트 커플상이 욕심나요. 브로맨스로 받아도 좋을 것 같은데요?”

MBC ‘쇼핑왕 루이’에서 주인공 루이로 분한 서인국은 상대역 남지현(고복실 역)과 사랑스럽고 순수한 캐릭터를 연기하며 청정 로맨스를 형성했다. 극 중 삼각관계의 라이벌이었던 윤상현(차중원 역), 루이의 자칭 멘토를 주장하는 오대환(조인성 역)과는 브로맨스를 형성하며 인기를 끌기도 했다.

어떤 배우와 맞붙어도 환상의 케미스트리를 자랑하는 그이기에, 2016 MBC 연기대상에서 베스트 커플상을 노릴 만하다. 서인국의 소박하고 귀여운 바람에 ‘쇼핑왕 루이’ 애청자로서의 한 가지 바람을 덧붙이자면, 서인국은 조금 더 상 욕심을 내도 괜찮을 것 같다. 오로지 그의 연기력만으로도 칭찬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서인국이 루이였고, 루이가 곧 서인국이었던, ‘쇼핑왕 루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0. ‘쇼핑왕 루이’가 끝난 후 무엇을 하며 지냈나?
서인국: 일본에서 팬미팅을 했다. 최근 후쿠오카에서 열린 아시아 드라마 컨퍼런스에서 OCN ‘38사기동대’ 한동화 감독님과 특별 표창을 수상하고 왔다.

10. 그새 또 좋은 일들이 있었다. 드라마의 여운은 좀 떨쳐낸 상태인가?
서인국: 심리적으로는 벗어났다. 그런데 아직 루이의 습관이 남아있다.(웃음)

10. 루이의 습관이라면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서인국: 손을 가만히 안 둔다.(실제로 그는 무릎 위에 올려둔 손을 쉼 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눈도 좀 깜박이는 것 같다.

10. 루이는 왜 그런 습관을 가지게 됐을까?
서인국: 루이는 어릴 때부터 할머니의 과보호에 갇혀 살았다. 성인이 된 후에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였을 거다. 감정의 성숙은 사람들과 많이 만나고, 거기서 경험하는 것들에서 나온다. 그런데 루이는 그런 부분이 온전치 못한 데다 기억까지 잃었으니, 손가락을 쉼 없이 움직이거나 손톱을 물어뜯는 것으로 불안감을 표출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아기들이 가만히 못 있지 않나.

10. 캐릭터 설정이 디테일하다. 서인국이 연기한 루이에게 점수를 매기자면?
서인국: 음… 높은 점수를 주고 싶지는 않다.

서인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서인국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10. 의외다. ‘쇼핑왕 루이’로 호평을 많이 얻지 않았나.
서인국: 제가 의도한 바는 표현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의문이 항상 있었다. 이 상황에서 이런 톤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맞는지, 시청자 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여주실지에 대해 100% 확신이 없었다.

10. 스스로에 대한 기준이 높은 것 같다. 그렇지만 드라마는 성공했다. 시청률 최하위에서 동시간대 1위까지 기록했다.
서인국: ‘쇼핑왕 루이’는 색깔이 독특한 드라마였다. 사실 시작 전에는 기억 잃은 재벌 2세와 산골 소녀라는 설정 때문에 신데렐라 스토리가 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들이 많았다. 그러나 스토리나 상황은 기존의 이야기와 완벽히 달랐다. 아기자기한 코드와 코믹적인 요소가 있지만, 더 나아가 블랙 코미디도 있었다. CG 효과나 뮤직비디오 신들이 호불호가 갈릴 것 같기도 했는데, 결과적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셨다.

10. 시청률 역주행을 예상했나?
서인국: 생각 못했다. 시작할 때는 물론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우리 드라마 현장에 계신 모든 분들도 그랬다. 초반에는 시청률이 저조했는데 점점 분위기가 좋아져서 저희끼리도 엄청 신기해했다.

10. 루이는 재벌 3세지만, 확실히 기존의 재벌들과 다른 캐릭터였다. 차별화를 두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나?
서인국: 처음부터 루이라는 캐릭터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초반에 온 몸에 파스를 붙이고 뛰어다니거나 한약 먹기 싫다고 도망다니다 코피가 터지는 신들이 있었다. 유치할 수 있는 설정이잖나. 그래서 더 과장되지 않게 연기했다. ‘이 부분에서 웃어주세요’ 이런 느낌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해 PD님과 현장에서 상의를 했다. 시추에이션이 강하면 연기 톤을 편안하게 풀어서 가는 등, 대사와 애드리브 조율을 많이 했다.

10.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어땠나?
서인국: 편하지만은 않았다. 저는 기억을 잃어본 적이 없는데, 루이는 기억을 잃었지 않나. 접근 방법부터 생각을 많이 했다. 2회에서는 루이가 고복실에게 하루종일 질문밖에 안 한다. ‘이건 뭐야?’, ‘어디 살아?’, ‘넌 이름이 뭐야?’, ‘난 누구야?’ 이런 식으로. 그래서 톤을 다양하게 내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쇼핑왕 루이’ 속 서인국 / 사진제공=MBC
‘쇼핑왕 루이’ 속 서인국 / 사진제공=MBC
10. 루이와 서인국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면?
서인국: 우리 드라마의 특징이기도 한데, 루이는 기존에 우리가 재벌에 대해 가지는 편견과는 전혀 다른, 그냥 루이였다. 저 역시 많은 분들에게 ‘남자답게 생겼다’ 혹은 ‘까칠해 보인다’, ‘장난끼 많아 보인다’ 등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 중 하나가 제 모습이라기 보다 전부 다 제 모습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루이가 자기감정에 솔직한 것에 공감을 많이 했다. 저도 스태프나 친한 친구들에게는 솔직하게 표현하는 편이다.

10. 연애 스타일은 어떨까? 루이는 ‘직진남’의 정석이었다.
서인국: 비슷한 것 같다. 루이만큼 직진하지는 못한다.(웃음) 루이가 굉장히 매력 있었던 게, 감정적으로 교류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감정을 숨기거나 혹은 과장하는 게 일체 없었다. 100% 자기 마음을 다 표현하면서 살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러웠다.

10. 초반에 거지 분장을 하고 다닌 신들에서는 고생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서인국: 거지 분장을 하고 토스트를 먹는 신이 있었는데, 빵을 너무 바싹 구워서 입천장이 다 찢어졌다. 한여름에 촬영했는데 날씨가 더워서 토스트 열기로 케첩이 산화되기도 했다. 입가에 묻은 케첩이 식초처럼 돼서 고생했다. 먹는 신은 다 고생했다. 자장면을 먹는 신에서는 엄청 체했었다. 조명 감독님이 촬영이 계속될수록 ‘인국이 얼굴이 시커매진다’고 하셨었다.(웃음) 결국 조금 쉬다가 다시 찍었다.

10. 힘들지는 않았나?
서인국: 저는 오히려 그런 신들을 즐긴다. 고생하는 거 너무 재밌다. 이런 신 하나를 촬영하는 데 몇 시간이 걸리는데, 그 동안 사람들이 저를 보고 웃는 게 너무 행복하다.(웃음)

10. 비주얼적으로 망가지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가?
서인국: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두려움이 없다. 오히려 좀 더 망가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쇼핑왕 루이’에서는 PD님이 말리시기까지 했다.(웃음) 거지 분장을 했을 때도 자세히는 안 나왔지만 손가락과 발가락에 때 칠도 다 하고 그랬다. 생각보다 덜 나와서 아쉬울 따름이다.

10. 제일 고생한 신을 꼽자면?
서인국: 1회 엔딩 신. 대리석 계단에 누워있었는데, 실제로는 5시간을 누워있었다. 사람이 많은 광장이었는데 날이 엄청 더웠다. 어지러웠다.

‘쇼핑왕루이’ 서인국 남지현 키스신 스틸컷 / 사진제공=MBC
‘쇼핑왕루이’ 서인국 남지현 키스신 스틸컷 / 사진제공=MBC
10. 남지현과의 극 중 키스신도 인기 있었다.
서인국: 저는 키스신의 핵심은 키스를 하기까지의 서사라고 생각한다. 루이와 복실이라는 순수한 캐릭터들이, 얼마큼의 고생을 거쳐 사랑하게 되었다는 드라마의 서사가 좋았다.

10. 남지현과의 호흡은 어땠나?
서인국: 저랑 비슷한 성향을 가진 배우를 만나서 기분이 좋았다. 복실이가 강원도 사투리를 쓰는 설정인데, 저 같으면 말투 제약 때문에 여러 감정을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런데 (남)지현이는 그런 걸 넘어서 대화를 많이 했고, 어떤 애드리브를 해도 즉각적인 반응이 좋았다. 최고의 호흡이었다. 현장에서 장난처럼 지현이가 오면 ‘선배님 오셨습니까?’, ‘선배님 제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이런 말을 자주 했는데, 정말 배울 점이 많았다.

10. ‘로맨틱 코미디 장인’이라는 수식어도 생겼다.
서인국: 칭찬해주시니까 기분은 좋은데 민망하다. 오랜만에 로코를 했는데, 많은 분들이 기대해주시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또 (마음이) 무겁기도 했다. ‘쇼핑왕 루이’는 배우 분들, 지인 분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면서 촬영했다. 덕분에 더 자연스럽고 재미있고, 슬플 때는 슬픈 호흡들이 빛을 발한 것 같다.

10. 연말 시상식 때 수상 소식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서인국: 저도 기대하고 있다.(웃음) ‘쇼핑왕 루이’가 5% 시청률에서 마지막 회에 10%대까지 상승했다. 현장에서 저희끼리 ‘이런 드라마가 있었나?’ 할 정도로, 흔치 않은 기록이잖나. 뭐라도 주시지 않을까?(일동 웃음) 베스트 커플상이 욕심난다. 브로맨스로 받아도 좋을 것 같다.

손예지 기자 yeji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