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청정교통위원회(ICCT)가 유럽에서 판매되는 자동차의 표시연비와 실제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율의 차이가 무려 42%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ICCT가 네덜란드 국영 응용과학기술 연구소(TNO)에 위탁해 독일, 영국, 프랑스, 스웨덴, 스위스, 네덜란드 등의 자동차 관련 사이트에서 약 100만대의 소비자 실주행 연비데이터를 분석, 조사한 결과 카탈로그에 표시된 연비와 실주행 효율의 차이는 4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0년 전 15%, 2013년 25%와 비교해 점차 효율 차이가 증가하는 것을 의미, 유럽 소비자들이 연평균 450유로의 유류비용을 추가 지출한다고 주장했다.
유럽 표시연비, 실효율과 무려 42% 차이

이처럼 효율 차이가 벌어진 것은 자동차업체들이 유럽연합의 연비측정 기준인 NEDC 시험의 허점을 악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ICCT의 설명이다. 경사로 주행, 테스트용 타이어 사용, 배터리 충전, 에어컨 가동중단 등의 편법으로 실제주행조건과 다른 시험을 진행, 효율 차이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한 것.

ICCT는 이 같은 연비 차이로 정부의 세수 손실이 늘어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준으로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만큼 카탈로그 연비와 실주행 연비 차이가 커질수록 연간 수백만 유로의 조세수입이 손실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향후 새로운 연비테스트 방식인 WLTP 도입이 앞당겨질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WLTP(Worldwide Harmonized Light-duty Vehicle Test Cycle)'는 기존 NEDC 시험 방식 대비 실제 도로 주행 여건을 폭넓게 반영하는 시험 방식으로, 시험차의 중량과 타행주행 및 도로주행 저항, 속도 및 가속도, 실험실 온도 등의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국립환경공단이 고려대학교에 의뢰해 발표된 ‘국제 표준 소형차 배출가스 측정방법(WLTP) 분석 평가 연구’ 논문에 따르면 WLTP 방식으로 연비 측정을 바꿀 경우 지금보다 배출가스가 전반적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경화물차나 하이브리드와 같은 제품의 경우 연비가 악화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한편, 표시연비와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율이 다르다는 점은 국내에서도 계속 제기되는 중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경차(5대), 소형차(20대), 중형차(13대), 대형차(18대), SUV (10대) 등 모두 66대의 연비를 테스트 한 결과 조사 대상 중 51대(77.3%)의 연비가 표시된 것보다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형차나 중형차에 비해 경차 및 소형차의 표시연비와 실제 효율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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