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의류 쇼핑몰 ‘스토레츠’를 운영하는 김보용 재이 대표(맨 오른쪽)는 “개성 강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직접 디자인한 옷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온라인 의류 쇼핑몰 ‘스토레츠’를 운영하는 김보용 재이 대표(맨 오른쪽)는 “개성 강한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직접 디자인한 옷의 비중을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한국 옷이 이렇게 좋은데 왜 자라(ZARA) 같은 글로벌 패션 브랜드가 없을까?’

온라인 의류 쇼핑몰 스토레츠를 서비스하는 재이의 김보용 대표는 이런 질문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그는 10여년 전 영국 런던패션대 유학 시절 한국에서 생산된 옷, 특히 이른바 동대문표 옷에 대한 현지인의 평가가 대단히 좋다는 걸 발견했다. 제품의 질이나 최신 유행에 대응하는 속도 면에서 자라와 같은 세계적인 제조·직매형 의류(SPA·패스트패션) 브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평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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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글로벌 브랜드가 없을까. 그는 한국의 동대문 의류상들이 글로벌 SPA 브랜드와 달리 적극적으로 해외에 진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패션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고 판단해 한국에 들어가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아무런 경험 없이 창업할 순 없다고 생각한 그는 영국 백화점에서 인턴을 했고 한국에 들어와서는 의류 위탁 생산업체에서 경험을 쌓았다. 패션 상품의 주문부터 제작, 유통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어느 정도 배웠다고 생각한 그는 2011년 인터넷쇼핑몰 스토레츠를 열었다. 동대문 시장에서 물건을 떼 와 판매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엔 개인사업자로 시작했다. 그런데 옷을 팔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쇼핑몰을 열면 사람들이 찾아와 옷을 살 것 같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는 “마치 사막 한가운데 매장을 낸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해외에 있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옷을 팔아야 했는데 당시 한국의 결제 시스템 문제로 외국인이 한국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결제가 안 되는 경우도 허다했고 액티브엑스 등 복잡한 프로그램을 강요해서 구매를 포기하는 사례도 많았다.

다행히 2013년 이후 결제 문제가 조금씩 해결됐다. 2015년 법인으로 전환하고 본엔젤스 등에서 투자를 받은 뒤 본격적으로 온라인 마케팅을 강화하면서 판매량이 늘기 시작했다. 처음엔 동대문표 옷을 팔았지만 직접 디자인한 옷의 비중을 늘리면서 스토레츠를 자체 브랜드로 키운 게 주효했다.

올 들어 지난해 상반기 대비 스토레츠 방문자 수는 5.5배 늘었고, 페이지뷰는 718%나 증가했다. 매출은 540% 늘었다. 2분기만 놓고 보면 실적이 더 좋다. 김 대표는 “올 2분기엔 작년 2분기에 비해 매출이 60배 이상 폭발적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빠르게 변하는 유행에 대응하면서 자라, H&M 같은 기존 SPA 브랜드보다 훨씬 더 개성 강한 소비자들을 충족시킬 수 있는 디자인에 승부를 걸고 있다. 좋은 옷을 싸게 만들어내는 동대문의 효율성과 김 대표의 감성이 만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처음엔 한국의 자라가 되고 싶었지만 지금은 더 큰 꿈을 꾸고 있다”며 “세계인에게 한국의 우수한 패션을 알리는 대표 브랜드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