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300만, 서울보다 300만명이나 많은 경기도의 도청 이전을 둘러싸고 3개 지방자치단체가 긴장 모드에 들어갔다. 수원(인구 122만명)에 있는 기존의 도청이 낡고 협소해 경기도는 새로 건설중인 광교신도시로 도청을 옮기기로 하고 예정대로 진행을 해왔다. 수원시 관내에서의 이동이다. 그런데 수원과 인접한 용인(인구 100만명)이 갑자기 도청을 유치하겠다며 깜짝 제안을 하고 나선 것이다. 도청 이전에 필요한 예산 3300억원까지 책정된 상황에서 정찬민 용인시장은 10월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해 용인 관내의 옛 경찰대부지로 도청 이전을 하자고 건의한 것이다. 기존의 경찰대 시설의 도청사 개수비용 200억원까지 용인시가 부담하고 토지의 소유권도 넘기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청사이전 비용 3300억원을 아껴 다른 절실한 분야에 쓰자는 명분도 그럴 듯했다. 물론 수원시의 반론과 반격도 만만찮다. 이미 발표가 난 도 행정인 만큼 약속이행 차원에서도 예정대로 이행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광교신도시를 제대로 키워나가겠다는 염태영 수원시장의 반론도 충분히 일리가 있다. 두 밀리언 시티의 대결에 경기도의 고민이 커져 간다. 과연 도청 이전계획을 변경해야 할 것인가.
[시사이슈 찬반토론] 수원 광교 신도시로 이전할 경기도청, 용인시가 비용 다 댈테니 오라는데…
○ 찬성

찬성론은 용인시에서 나왔다. 정 시장의 제안에 이어 용인의 시민단체 등에서 같은 주장으로 시장의 제안을 지지하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용인시는 2016년초 충남 아산으로 옮겨간 경찰대의 옛 부지를 도청으로 활용하자고 한다. 용인시가 LH(한국토지주택공사)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은 관내 기흥구의 경찰대 부지는 8만1000㎡ 규모에 달해 광교 신도시내 신청사 건설 예정 부지의 3배가 넘는다. 이 부지를 넘기고 기존 건물을 도청사로 리모델링하는데 드는 비용 200억원까지 부담하겠다는 것이다. 기존 시설을 리모델링 하면 바로 청사로 쓸수 있어 청사건립 시간이 줄어들고, 산하기관까지 모두 한 곳에 입주시키면 행정타운을 조성할수 있다는 것도 이점으로 제시됐다.

해당부지 근처에 2021년경 GTX(수도권급행열차) 역사가 들어서고 제2경부고속도로의 인터체인지 2개도 용인에 들어설 예정이어서 경기도의 다른 지역에서 도청 접근성도 광교보다 좋아진다는게 용인시의 설명이다. 그러면서 광교에 지하 3층, 지상 21층 규모의 도 신청사 건립예산 3300억원(최대 비용 4800억원)을 다른 쪽에 활용할수 있지 않겠느냐고 한다. 지난 8월 인구 100만을 돌파해 국제적으로 대도시로 인정받는 밀리언 시티가 된 용인이 도청 유치라는 파격 카드로 적극적인 행정에 나선 것이다.

정 시장은 남경필 경기지사에게 건의문도 보냈다. 도청을 옛 경찰대 부지로 옮길 경우 대규모 예산절감, 뛰어난 교통여건에 따른 좋은 접근성, 확장성과 이전예정지의 우수한 환경 등의 이득이 따른 다는 논리였다.

○ 반대

반대는 당연히 수원시에서 나오고 있다. 수원시 팔달구에 있는 경기도청의 이전 계획이 2001년부터 추진됐고, 2015년 7월에 광교 신도시로 이전이 확정됐는데 갑자기 용인시가 왜 이러냐는 것이다. 수원시는 용인의 제안에 대응을 억제하고 있다. “대응해봤자 논란만 키워주고,공론화 시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깔려있다.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논쟁의 불씨가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상황이다. 수원시는 광교신도시의 설계때부터 중심지역에 도청 부지가 정해져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광교신도시 개발사업의 공동 시행자인 경기도, 수원시, 용인시가 2015년 9월에 도청 신청사 건립을 포함한 광교의 개발방향에 대한 합의도 했다는 것이다.

지금와서 청사 이전계획을 변경하면 지방행정의 신뢰를 무너뜨릴수 있고 명분에서도 문제가 있다는 논리다. 신뢰가 무너지면 도 행정이 도민들에게 불신감만 조장한다는 지적도 수원시에서 나온다. 2020년12월 준공을 목표로 이미 130억원이 투입돼 설계 작업이 시행중이라는 점도 기존 계획대로의 추진에 힘을 실어주는 꼴이다. 다만 광교 신청사가 호텔 면세점 오피스텔 등도 함께 들어서는 복합개발방식으로 추진되는 점은 ‘광교 사수론’에 장점도,단점도 될수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수익성은 좋아질수 있지만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청사부지의 상업시설화에 비판적이기 때문이다. 상급기관인 경기도가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수원시는 ‘이전 변경 불가’라는게 도의 방침이라는 해석을 하고 있다.

○ 생각하기

경기도는 과연 수원·용인 윈윈 해법 찾을 수 있을까


[시사이슈 찬반토론] 수원 광교 신도시로 이전할 경기도청, 용인시가 비용 다 댈테니 오라는데…
상황은 어렵지만 흥미로운 갈등과제다. 인접한 지방 대도시간 감정 싸움이라는 차원을 넘어서 본다면 적극적인 행정의 사례가 될수도 있다. 3개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면 창의적인 해법도 가능하다. 뒤늦었지만 용인의 도청유치 욕심에는 일리가 있다. 수원의 반박 논리도 충분히 타당성이 있다. 기업비즈니스 못지 않은 극적인 경쟁이 행정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케이스다. 키워드는 지역의 경쟁이다. 인구를 확보하고, 산업을 융성시켜, 지역의 경제력을 키우자는 전략은 곧 생활민주주이기도 하다. 용인시의 입장을 수용할지,수원시 편을 들지 경기도의 판단이 매주 중요해졌다. 단,‘승리하는 어느 한쪽이 모든 것을 갖는’(All or Nothing) 식의 틀에 박힌 결정만이 정답은 아니다. 예정대로 광교신도시로 도청이 간다해도 용인의 옛 경찰대 부지 활용방안을 경기도와 용인시가 창조적으로 모색할수 있다. 반대로 당초 계획을 수정해 용인으로 이전할 경우에도 기존의 이전 예산을 광교의 청사부지에 잘만 투입하면 광교시민과 전체 도민을 위한 묘수는 얼마든지 찾아낼수 있다. 열린 마음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면 ‘모두가 이익보는’( Win Win) 해법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세 지자체의 해법이 주목된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