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자구계획 실행에 동참하고 쟁의행위(파업)를 하지 않기로 채권단과 약속했다. 이에 힘입어 채권단이 2조8000억원 규모의 자본을 확충하고 대우조선은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 노조는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을 방문해 자구안 실행 동참과 쟁의행위금지 동의서를 제출했다. 노조 측은 이날로 예정했던 산업은행 앞 상경투쟁집회도 취소하고 사측과 대우조선 회생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지난달 출범한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기존 노조의 합의를 뒤집고 인력 감축에 극렬히 반대하면서 시작된 갈등은 보름여 만에 수습됐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현재 1만1300명인 직원을 2018년까지 8000명으로 줄이겠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대우조선의 연간 인건비 부담은 9000억원 규모다.

산업은행은 노조의 저항이 커지자 지난 10일 자본확충 방안을 발표하며 ‘노조 동의’를 전제 조건으로 내걸었다. 또 구조조정 기업에 노조의 고통분담 없이 자금을 지원한 전례가 없다는 점을 들어 노조 동의가 없으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대우조선 정상화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조도 손실을 분담해야 한다”며 “노조 동의 없이는 자본 확충도 없다”고 여러 차례 압박했다.

이날 노조가 동의함에 따라 산업은행은 예정대로 18일 이사회를 열어 대우조선 대출 1조8000억원을 주식으로 바꾸는 출자전환 안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수출입은행도 영구채 1조원을 매입하는 형태의 자본 확충을 곧 단행할 예정이다.

자본 확충이 이뤄지면 지난 9월 말 현재 1조591억원의 자본잠식 상태인 대우조선은 자기자본이 약 1조5000억원으로 늘어난다. 지난해 말 기준 7308.4%에 달하던 부채비율은 약 900% 수준으로 떨어진다.

9월 상장폐지 대상이 돼 한국거래소로부터 개선기간을 부여받은 대우조선은 상장폐지를 피할 수 있게 됐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재무구조가 개선되면서 해외 수주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