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첫날부터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나 탈퇴를 선언하는 등 첫 200일간 미국의 무역정책을 구조조정하는 '200일 계획'을 정권인수위원회가 마련했다고 CNN(현지시간)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이 이날 공개한 인수위 메모에 따르면 "트럼프의 무역 관련 계획은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세계화 세력들과 절연한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수십 년의 유화적 무역정책을 뒤집으며, 새로운 무역협정들은 미국 노동자와 기업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제공하는 방향으로 협상할 것"이라는 방침이 제시돼 있다.

200일 계획은 △NAFTA의 재협상 또는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불공정 수입의 중단 △불공정 무역관행의 중단 △양자 무역협정의 추진 등이다. 부대 원칙으로는 제조업 일자리의 유지와 회복을 위한 법인세 인하와 기업 및 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 또는 제거 등 5개의 주요 원칙이 포함됐다.

인수위 메모는 이미 사문화되다시피 한 TPP는 트럼프가 굳이 행동을 취할 필요가 없는 만큼 NAFTA 등에 주목할 것을 지적하면서 취임 첫날과 100일, 200일 트럼프가 취해야 할 조치를 나열했다.

취임 첫날에는 NAFTA 개정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상무부와 국제무역위원회(ITC)에 NAFTA 탈퇴 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탈퇴를 위해 어떤 법적 조치가 필요한지 등을 연구하도록 지시하게 된다. 아울러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멕시코와 캐나다에 통화정책과 원산지 문제, 환경 및 안전기준 등을 포함한 NAFTA 개정 의사를 통보한다.

또 통화정책에 관한 법안을 발의하는 한편 미국의 해외투자위원회 등에 무역 상대국들의 유해한 관행과 식품 안전, 국제적 인수합병의 호혜성 등을 조사하도록 지시할 방침이다.

100일째에는 NAFTA 재협상을 계속 진행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인수위 메모에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 주시하면서 양자 무역협상을 통해 환율조작이 불가능하도록 중국에 대한 엄중 단속을 추진하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또 정보당국이 미·중 무역관계를 점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취임 200일째에는 트럼프가 NAFTA의 공식 탈퇴를 고려하면서 양자 무역협정의 추진을 지속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메모는 NAFTA 탈퇴의 부정적 결과도 지적했다. 다만 미국이 캐나다 및 멕시코와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한다면 그 부정적 여파는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