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서승우 교수팀, 작년 이어 '스누버2' 공개

15일 오전 서울대 공대 단지 안에서는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이 복잡한 산길인 교내 도로를 자연스럽게 주행하고 있었다.

운전석을 자세히 보니 운전자의 손은 마땅히 있어야 할 핸들에 있지 않았다.

여유로운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음에도 이 차는 거칠게 오가는 노선버스와 학생을 능숙한 솜씨로 헤쳐나갔다.

이날 서울대 지능형자동차IT연구센터(센터장 전기정보공학부 서승우 교수)가 공개·시연한 도심자율주행자동차 '스누버2(SNUber2)'의 모습이다.

기자는 스누버2에 타고 교내 5㎞ 구간을 최대 시속 30㎞로 15분 만에 주파했다.

안전하게 운행이 끝나자 평범해 보였던 스누버2는 미래에서 온 자동차로 달리 보였다.

스누버2에는 수 ㎝의 정확도를 지닌 고정밀 3차원 지도를 토대로 실시간 물체인식 기술인 라이다, 이동체 탐지 추적 기술 등을 이용해 거침없는 자율주행을 했다.

안전을 위해 운전석에 탑승한 연구원은 단 한 번도 핸들이나 브레이크, 가속페달을 건드리지 않았다.

차 안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스누버2의 현재 위치와 함께, 각종 센서로 파악한 주변 보행자, 차량, 장애물이 점 형태로 실시간으로 나타났다.

특히 움직이는 보행자와 차량은 이동 방향까지 예측하며 돌발 상황에도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을 마친 학생 10여명이 도롯가로 나오는 순간, 화면에도 이 학생들의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스누버2는 요리조리 비껴갔다.

차량에 탑승하기 전 기자는 혹시 모를 안전사고도 불안했지만, 무엇보다도 승차감에 관한 걱정이 컸다.

전날 과음한 탓에 인간을 배려하지 않고 운행하다 멀미해 스누버2에 폐(?)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스누버는 오르막과 내리막으로 이뤄진 서울대 산길을 부드럽게 운행했다.

노선버스 등 오가는 차량이 하루 2만대에 이르고 보행하는 학생들도 많아 복잡한 교내 도로에서 단 한 번도 급정거나 급출발을 하지 않았다.

압권은 약 4m 폭의 회전 교차로였다.

사람이 운전하기도 쉽지 않은 구간을 스누버2는 일정한 속도로 안전하게 돌아 나왔다.

'코너링'이 좋아 서울지방경찰청 운전요원으로 뽑혔다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아들의 솜씨도 이것보다 좋을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스누버2의 출발지와 목적지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선택할 수 있었다.

배차를 요청하면 스누버2는 자동으로 탑승자가 있는 곳으로 나타났으며, 운행이 끝나면 다른 탑승 희망자를 향해 자동으로 이동했다.

이러한 정보는 무선인터넷 통신으로 공유했다.

1년 전 공개한 스누버와의 차이점은 더 복잡한 도심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도록 성능을 한 단계 발전시켰다는 점이다.

아울러 고가의 단일 센서 대신 다수의 저가 센서를 채택해 가격 효율성과 주행 판단 신뢰성을 높여 상용화 가능성을 더 높였다.

스누버와 스누버2는 2년 동안 1만㎞ 무사고 주행을 달성했다고 한다.

이날 시연에는 국토교통부 최정호 2차관이 참석해 한국형 도심자율주행 비전 선포식도 열었다.

선포식에서는 전국 대부분의 일반 도로에서 자율주행을 허용하도록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이 일부 개정됐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서울대는 이에 발맞춰 스누버 차기 버전인 스누비(SNUVi) 인증을 완료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캠퍼스를 벗어나 일반도로에서도 자율주행 실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서승우 교수는 "외국에 비해 일반도로 자율주행 연구가 상당히 늦었지만 앞으로 대부분의 일반 도로에서도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2025년으로 예상하고 있는 4단계 완전자율주행 기술 완성과 상용화를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대희 기자 2vs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