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는 배우 진세연. 그는 지난 6일 종영한 MBC 창사 55주년 특별기획 ‘옥중화’를 통해 지금까지 보여주지 못했던 캐릭터로 또 한 번의 새로운 모습을 선보였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지만 진세연은 아직도 새로운 캐릭터에 목마르다. ‘옥중화’가 진세연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은 것도 그래서다. 진세연은 드라마 종영 후에도 빡빡한 스케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지친 기색 없이 청순 미소로 인터뷰를 즐기는 모습은 역시 프로였다. “‘옥중화’는 제 연기인생에 있어 반환점이 될 수 있는 작품이에요. 옥녀를 통해 스스로 많은 변화가 있음을 느껴요. 지금 기분은 가수들이 콘서트를 마치고 집에 가면 공허함이 남는다고 하는데 딱 그 기분이에요. 아무 생각도 안 들고, 조금 더 쉬면서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생기면 그 때서야 알 것 같아요. 지금은 공허함이 커요. 이번 작품의 여운이 오래 갈 것 같아요.” 진세연은 8개월간 옥녀와 함께했던 시간을 떠나보내며 시원섭섭한 감정을 털어놨다. ‘옥중화’는 감옥에서 태어나고 자란 천재 소녀 옥녀가 여러 기인들을 만나 탁월한 능력을 갖춘 여인이 되고, 억울한 백성을 위해 힘쓰며 자신의 신분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이다. 진세연은 옥에서 태어난 천재 소녀 옥녀 역을 맡아 51회 대작을 중심에서 이끌었다. “연기인생 처음으로 8개월간 촬영했어요. 매 순간이 긴장상태였죠. 옥녀의 삶이 처음에는 마냥 좋다고 생각했어요. 강한 여자를 표현한다는 것이 좋았거든요. 운명 앞에서 사람을 돕고,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는데, 가면 갈수록 불쌍하더라고요. 그래서 옥녀의 삶이 안타깝다고 생각했어요. 엔딩만 본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중간에 닥친 시련을 생각한다면 힘들게 산 게 아닌가 싶어요.” 옥녀는 전옥서 다모서부터 시작해 체탐인, 소격서 도류, 상단 대행수, 외지부를 거쳐 마침내 옹주의 신분을 되찾는 인물. 3회부터 옥녀의 성인 역할로 등장한 진세연은 드라마틱한 직업 변화를 거쳤다. 그만큼 옥녀를 연기하는 일이 쉽지 만은 않았으리라. “초반에 외지부가 주된 직업이라고 알고 들어갔어요. 외지부가 언제 나오나 기다렸죠. 외지부가 나오기까지 체탐인, 노비로도 잠깐 살고, 많은 직업으로 다양한 모습을 보였죠. 많은 직업으로 나와서 비현실적이라고 하시기도 하더라고요. 옥녀가 그만큼 대단한 아이인 걸 보여준 거예요.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직업들이 바뀌어서 마음가짐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어요.” 다양한 직업을 가진 옥녀로 분한 진세연은 액션부터 로맨스까지 다양한 연기를 소화해야 했다. 버거울 수 있었던 작품이지만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존재감을 발휘하며 이끌었기에 박수를 받을 만 하다. “사실 통 편집된 장면이 있어요. 스승인 박태수가 죽고, 화가 나서 그 감정을 가지고 자객들을 죽이고 돌아오면서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옥녀는 사람을 죽이면 안 되는 사람이다’고 하시면서 편집을 하셨어요. 감정과 액션을 함께 하는 신이 어려웠지만 너무 멋있었어요. 액션은 즐겁게 촬영했어요. 힘은 들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직업이 체탐인 장면이에요. 액션 신에서 위험한 장면은 없었어요. 다만 상대방이 액션 팀이면 마음이 놓이는데, 배우들과 찍을 때는 조금 더 긴장하긴 해요.” 진세연은 극중 윤원형(정준호)과 정난정(박주미)이라는 큰 인물과 얽히며 중심을 잡아야 했다. 드라마의 두 축을 담당한 정준호, 박주미와의 호흡이 궁금했다. 이외에도 고수, 김미숙, 전광렬, 서하준 등이 열연했고, 정은표, 쇼리, 이봉원, 이도은 등 감초 연기자들도 신스틸러로 활약했다. “김미숙, 정준호, 박주미 선배님과는 선과 악으로 나오잖아요. 선배님들이 잘 해주셔서 부담감은 없었어요. 오히려 대행수 역할을 할 때 제가 부리는 사람들이 저보다 나이가 많고, 연기를 잘 하시는데 제가 이끌어 가야하니까 고민이 됐어요.” 시청자들은 애틋한 마음을 가진 옥녀와 윤태원의 로맨스가 옥녀 출생의 비밀 등 다른 이야기에 묻혀 좀처럼 등장하지 못해 아쉬움을 더했다. 옥녀와 윤태원의 감정선이 표현되지 않아 다소 이들의 로맨스가 공감을 얻기는 힘들었다. “‘옥중화’는 멜로가 주된 주제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깊이 있게 안 나올 거라고 생각은 했는데, 그 생각보다 더 안 나왔어요. 사랑으로써의 감정보다 옥녀와 태원이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했어요. 옥녀도 옥에서 자랐고, 태원도 왈패로 시작하고, 부모님에 대한 상처도 가지고 있고, 그런 것을 알아가면서 서로 보듬어 주고, 아껴 주고, 애틋한 장면이 몇 장면 있었더라면 했어요. 그냥 멜로 신이 아니더라도 일적으로 만났을 때도 그런 장면이 있었다면 밑바탕이 됐을 텐데, 감독님과 저와 고수 선배님과 멜로 신이 있을 때 고민을 했던 것 같아요.” 진세연은 옥녀 캐릭터와 실제 성격은 정반대라고 털어놨다. 당찬 옥녀 캐릭터는 진세연에게 새로운 모습을 꺼내 보일 기회이자 도전이었다. “저는 옥녀와 같은 성격은 아니에요. 제가 피해를 보더라도 숙이고 들어가요. 옥녀가 정난정에게 ‘마님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될 겁니다’라는 대사는 저도 옥녀가 무섭고 얄밉더라고요. 저는 리더십도 없어요. 제 인생 하나 제대로 잘 못 살기 때문에 남의 인생을 책임을 지지 못 해요. 책임을 진다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감독님과 더 많은 얘기를 했고, 현장에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했어요. 숫기가 없고, 애교가 없어요. 어릴 때부터 선배님들과 촬영을 하다 보니 그게 편하더라. 그래서 인지 후배들이 다가오면 어색해요. 아직 후배를 챙겨줄 만큼 능력이 안 돼서 후배들에게 미안해요.” 진세연은 옥녀를 연기하며 감정 표현에 있어 어색한 모습으로 연기력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다. 운명의 풍파에 시달리는 옥녀 캐릭터인 만큼 그의 다이내믹한 감정 변화가 중요했지만 이를 표현하는 진세연의 표정 연기와 발음은 다소 어색하다는 평을 들었다. “신을 찍고 나서 속상해서 울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대사는 많은데, 외울 시간을 없고, 중요한 신, 특히 감정 신을 찍고 나서 이게 아닌 것 같은데 하며 울고, 나중에 방송을 보고 나서 또 울고. 시청자들 반응도 그렇고, 제가 잘 못 했다는 것을 아니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런 딸이 얼마나 안쓰러웠겠어요. 부모님이 ‘과거는 과거니까 다음에 잘 하면 된다’고 위로해 주셨어요.” ‘옥중화’는 다소 진부한 전개라는 평을 받기도 했지만 51회라는 기간 동안 꾸준히 20%가 넘는 시청률로 지속적인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호성적을 보였다. “요즘 드라마 시청률이 20%를 넘기 힘들잖아요. 동시간대 1위라 좋았어요. 드라마 시작 전에 이병훈 감독님 작품이라 기대감이 높았기에 아쉽다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기대치만큼은 못 나왔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시청률이 조금만 떨어져도 굉장한 부담이 되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타이틀 롤’을 가지고 연기하시는 분들이 너무 존경스러워요. 제가 많이 안 나오는 회는 여섯 장면 정도 나올 때도 있었는데, 그거에 상관없이 시청률이 떨어지니까 걱정도 되고, 빨리 대본을 받아 뭔가 연구하게 되더라고요. 외지부로 천둥 아저씨 구하는 장면을 3일 촬영했는데, 19장이나 되는 대사를 외웠거든요. 고생을 많이 해서 시청률로 보상 받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때 시청률이 잘 나와 감사하고 다행이었어요.” 베테랑 배우에게도 50부작 이상의 사극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50부작 내내 주연으로서 극의 중심을 지키고 호흡을 이끌어가야 하는 상황은 육체적, 정신적으로도 감내하기 쉽지 않다. 진세연은 51회라는 긴 사극을 이끌며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 “옥녀가 대사가 많잖아요. 대본을 계속 보다보니 잘 외워지더라고요. 딱히 크게 신경을 안 썼지만 후반부 세트가 많아지니까 어려움은 있었죠. 전체적인 톤은 감독님과 맞췄어요. 감정선에 따라 변화를 줬죠. 한 사람이 내는 목소리니까 많이 달라지지는 않았어요.” 숨 고를 새 없이 연기 갈증을 채운 시간은 체력이 바닥나는 강행군이었지만 버틸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병훈 감독이다. 진세연은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여주인공으로 극을 이끌며 자신의 역할에 충실하며 극의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이병훈 감독님이 ‘나랑 최완규 작가는 세연이의 모습이 계속 떠올랐다. 우리가 뭘 얘기를 해도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의지가 강했었고, 작품을 같이 할 때 그 작품을 사랑하고, 작 품에 대한 열의가 넘치는 너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하셨어요. 제가 항상 힘들고, 안 좋은 기사들이 나올 때 이병훈 감독님이 ‘세연이 너는 정말 잘 하고 있으니까 그런 거에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지금처럼만 열심히 잘 하면 그 사람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거다’라고 하셨어요. 물론 현장에 가면 스태프 분들도 잘 챙겨주시고 예뻐해 주신 것도 있지만 이병훈 감독님이 커요. ‘옥중화’를 하면서 이병훈 감독님과 최종규 감독님께 배운 것 들이 많아요. 다음 작품에서는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진세연의 브라운관 행보는 쉼 없이 이어졌다. 지난 2011년 SBS ‘괜찮아, 아빠딸’을 시작으로 ‘내 딸 꽃님이’, ‘각시탈’, ‘다섯 손가락’, ‘감격시대’, ‘닥터 이방인’, ‘옥중화’까지 진세연의 연기는 약 5년간 쉼표 없이 계속됐다. “51부작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면 빨리 지나온 것 같은데, 찍는 순간만큼은 천천히 와요. 사극을 또 한다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이랑 다르게 아름다운 한복과 조끼를 많이 입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강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변신을 하고 싶어요.” 진세연은 주연과 조연, 주인공과 단역에 대한 인식이 좀 더 자유로워지길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는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이 연기 도전 자체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되기도 한단다. “다음 작품부터는 분량과 상관없이 제가 원하는 캐릭터, 저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맡고 싶어요. 한창 인기 많았던 청춘물이나 ‘혼술남녀’ 등 20-30대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요. ‘혼술남녀’를 자세히 보지는 못 했지만 술 마시고, 춤도 추는 망가진 캐릭터를 안 해봐서 해보고 싶어요. 보시는 시청자들이 오글거린다던지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연기적으로 망가지는 것에 거부감이나 부담감은 없어요. 집에서는 까불기도 해요.” 대중의 시선에 비쳐진 진세연은 가녀리고 단아한 이미지가 지배적이다. 대중의 뇌리에 박힌 이미지는 어떤 의미에서 극복해야 할 과제일 수 있다. 진세연은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는 차근차근 다양한 작품과 캐릭터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각오를 다졌다. “대중들은 저를 재미없고, 구전적인 이미지로 보는 것 같아요. 제가 최근에 놀란 게 스태프가 셀카를 찍자고 해서 손 하트를 했더니 ‘그런 것도 하는 신세대였구나’ 하시면서 놀리시더라고요. 그런 것만 봐도 정숙한 이미지인 것 같아요.” 안방극장 최고의 블루칩으로 떠오르며 다채로운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있는 진세연은 올해 더 이상의 작품 활동 없이 휴식기를 가진 후 내년에 작품을 통해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진세연의 내년 계획도 오로지 연기뿐이다. “올해 3월부터 촬영을 시작해서 다사다난했던 해였어요. 시간이 지나야 마음이 안정이 되고 정리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아요. 연말은 조용히 보내고, 가족들과 여행을 갈 것 같아요. 연말 시상식 얘기를 하시는데, 워낙 열심히 한 작품이라 상에 대한 기대감보다 안 받아도 서운함은 없을 것 같아요. 주변 사람들도 제가 열심히 한 것을 아니까 그걸로 만족해요. 내년에는 학교도 다녀야 하는데 걱정이네요. 1년 반 남았어요. 졸업 작품도 있고 해야 할 것이 많아요. 연애도 하고 싶은데, 제가 집순이라 기회가 없어요. 주변에서 몰래 하라고 하세요. 인연은 우연한 기회를 기다리고 있어요.”
온라인정보팀 유병철기자 ybc@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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