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동량 줄어 내년 4월 새 해운동맹 출범 앞두고 인하 경쟁 우려

내년 4월로 예정된 글로벌 선사들의 새로운 해운동맹 출범을 앞두고 부산신항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한진해운 사태의 여파로 터미널 운영사 간 물량유치 경쟁이 심해져 회복세를 보이던 하역료가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운영사들은 한진해운 사태로 물동량이 급감한 한진터미널이 하역료 인하 경쟁에 먼저 불을 붙일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20피트짜리 컨테이너 255만개를 처리한 이 터미널은 주 고객이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들어간 후에 물동량이 60%나 줄었다.

법정관리 전에 월평균 23만개에서 9월 이후에는 9만개 안팎에 그치고 있다.

한진해운 화물이 끊긴 데다 같은 해운동맹인 CKYHE에 속했던 코스코, K-라인, 양밍, 에버그린 등 외국선사들의 환적화물까지 이탈한 때문이다.

"한진해운을 대체할 새로운 선사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면 존립마저 위협받는 처지에 처했다"고 운영사 관계자는 밝혔다.

이 터미널은 새로운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 유치에 사활을 걸 태세이다.

디얼라이언스는 일본의 3개 선사(K-라인,MOL,NYK)와 대만의 양밍, 독일의 하파그로이드, 아랍에미리트의 UASC가 뭉친 해운동맹이다.

이 동맹은 최근 부산신항 5개 터미널 운영사에 새로운 계약 제안서를 보냈다.

3년 동안 연간 200만개의 물량을 보장하는 것을 전제로 하역료를 제시하라는 내용이다.

현재 2M(머스크, MSC), G6(현대상선, 하파그로이드, MOL, NYK,OOCL,NOL), 오션3(CMA·CGM, 차이나시핑, UASC), CKYHE 등 4개인 해운동맹은 내년 4월에는 2M(머스크, MSC), 오션(코스코, CMA·CGM, 에버그린, OOCL), 디얼라이언스 등 3개로 재편된다.

현대상선은 2M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2M과 오션 해운동맹도 조만간 터미널 운영사들과 새로운 계약을 위한 하역료 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3개의 해운동맹이 어느 터미널과 계약을 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갈수록 덩치를 키우고 운임인하 경쟁을 멈추지 않는 글로벌 선사들의 가장 큰 목표는 비용절감이다.

그동안 거래하던 터미널과의 신뢰가 중요한 기준의 하나가 되겠지만 한 푼이라도 더 낮은 하역료를 제시하는 쪽으로 물동량을 옮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서 어느 한 터미널이 하역료를 내리기로 하면 선사들은 이를 무기로 다른 터미널에 같은 수준으로 낮추거나 더 큰 폭으로 인하하라고 압박할 수 있다.

신항 운영사들은 한진터미널이 디얼라이언스를 유치하려고 하역료를 지금보다 대폭 내릴 것으로 우려한다.

한진터미널은 그동안 다른 터미널보다 높은 하역료를 받아왔다.

20피트짜리 개당 1만원 이상 비싼 수준으로 알려졌다.

운영사 관계자는 "수익성이 문제가 아니라 물량 확보가 우선"이라며 하역료를 낮출 방침을 내비쳤다.

한진터미널이 하역료를 대폭 낮춘다면 신항의 전반적인 하역료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터미널은 5개지만 해운동맹은 3개로 줄어 그만큼 물량유치 경쟁이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다른 터미널들은 하역료를 올리기는커녕 현상 유지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다른 터미널 운영사의 한 관계자는 11일 "부산항의 하역료가 너무 낮아 3~4년 전부터 조금씩 올려왔고, 내년에도 인상할 계획이었으나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잘해야 동결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부산항의 하역료는 2001년에 신항이 개장한 이후 북항과 신항의 운영사 간의 물동량 경쟁 때문에 계속 하락해 10년 전 수준까지 곤두박질했다가 3~4년 전부터 조금씩 회복되는 추세에 있다.

다른 관계자는 "대형 국적선사인 한진해운의 침몰이 몰고 온 여파가 정말 심각하다"며 "가뜩이나 낮은 하역료가 더 하락하면 부산신항은 겉만 번지르르하지 정말 실속 없는 '싸구려 항만'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lyh950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