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우여곡절' 우리은행 민영화 성공 눈앞
우리은행 지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이 11일 마감됐다. 지난 9월 예비입찰에 나선 16개 투자자 중 절반인 8곳이 본입찰에도 참여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공자위)는 ‘유효 경쟁이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8개 투자자 모두 예정 가격 이상을 써냈으며, 대부분 자금조달 계획을 충실히 짜왔던 곳들”이라며 “우리은행 민영화 성사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졌다”고 말했다.

당초 예상보다 본입찰에 뛰어든 투자자가 적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된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급격히 커진 여파로 외국계 자본은 모두 빠졌다.

정부는 당초 예상 매각 물량(지분 30% 안팎)을 상회하는 입찰이 이뤄진 만큼 계획대로 13일 최종 낙찰자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본입찰 뛰어든 8개 투자자는

금융위는 지난 8월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51.06%) 중 30%가량을 최소 4%부터 최대 8%까지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내놨다. 이어 진행한 예비입찰에 국내외 18개 투자자가 투자의향서(LOI)를 냈고, 이 중 두 곳을 뺀 16곳이 적격예비후보자로 선정됐다. 16곳 가운데 본입찰엔 8곳이 참여했고, 공자위가 이날 정한 매각예정 가격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8개 투자자는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한화생명, 동양생명(중국 안방보험), 미래에셋자산운용, 유진자산운용, IMM프라이빗에쿼티, KTB자산운용이다. 이들 투자자의 인수희망 지분 합계는 33.677%였다. IMM프라이빗에쿼티가 인수희망 지분을 5~6%로 써냈으며, 한때 8% 지분 인수설이 나왔던 한국투자금융지주와 동양생명 등은 4% 지분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투자자들도 4% 인수 의사를 밝혔다.

일본계 오릭스프라이빗에쿼티와 유니슨캐피털, 홍콩계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등은 모두 발을 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9월23일 예비입찰 때보다 우리은행 주가가 크게 올라 사모펀드들이 빠진 것 같다”고 전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미국 대선 영향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됐다는 점에서 투자 타이밍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곳들이 상당수”라며 “당초 예상보다 투자자 수가 적지만 유효경쟁은 충분히 성립한다”고 말했다.

◆최종 낙찰자 누가 될까

금융위는 13일 최종 낙찰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지분 인수가격과 인수 희망물량, 재무역량 등을 종합 평가해 우리은행 과점주주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최종 낙찰자 선정에서의 관건은 가격이다. 본입찰 자격을 얻은 8개 투자자 모두 공자위가 정한 매각예정 가격을 웃도는 가격을 써냈는데, 가장 낮은 가격을 써낸 한 곳 정도가 탈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공자위는 이날 우리은행 종가(주당 1만2750원), 1개월 평균주가(1만2301원), 3개월 평균주가(1만1564원) 등을 종합 검토해 매각예정 가격을 주당 1만2300~1만2500원 사이에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회수에 필요한 매각가(주당 1만2980원)는 물론 이날 종가보다 낮은 수준이다. 공자위 관계자는 “민영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매각 예정가를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최소 매각가격보다 낮게 정했다”고 설명했다.

변수도 있다. 금융위와 공자위는 최종 낙찰자 선정 과정에서 재무적 역량 등 비가격 요소를 살펴볼 예정이다.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조달 계획이 불투명한 곳이 추가로 제외될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 관계자는 “8개 투자자의 자금조달 계획 등을 고려하면 우리은행 지분 매각이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태명/박신영/정소람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