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45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태평양 건너 나라 밖 일이지만 한국과 미국의 무역 관계가 재설정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별로 계산기 두드리기에 바쁘다. 그 중에서도 한미 FTA의 최대 수혜 업종으로 꼽힌 자동차 부문에 관심이 몰리고 있다. 관세 장벽이 다시 세워질 수 있어서다.

[시론]트럼프가 한국차의 생산을 줄일까

기본적으로 도널드 트럼프가 주장하는 것은 미국 내 일자리 확대다. 미국에 이익이 된다면 보호무역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보호무역은 곧 관세장벽을 의미하고, 이 때는 미국 바깥에서 만들어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대표적인 제품이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한국차는 138만대다. 그 중에서 미국 생산은 77만대 정도이고, 나머지 61만대는 한국 내 울산, 아산, 화성, 광주 등 현대기아차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건너간 물량이다. 그런데 관세장벽이 다시 세워지면 국내 생산 제품의 미국 수출 경쟁력이 떨어져 미국 현지 생산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 생산돼 한국에 들어와 판매되는 완성차가 연간 5만대 내외임을 감안하면 트럼프의 보호무역이 적어도 자동차 분야에선 악재인 셈이다.

국내 생산에 관세 장벽이 영향을 준 증거는 미국 생산량 추이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FTA 발효 이전 미국 내 한국차의 생산은 가파르게 늘었지만 FTA 체결 이후 증가 속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관세 장벽이 조금씩 사라지니 가급적 국내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방편으로 한국 생산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 현지 공장의 생산 능력 한계도 있었지만 관세가 사라지며 미국 내 추가 공장 건설이 이뤄지지 않은 점은 그 만큼 FTA의 효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시론]트럼프가 한국차의 생산을 줄일까

또 하나 우려되는 부분은 수출 차종이다. 현대기아차 수출 물량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제품은 아반떼 등의 소형차다. 소형차는 가격 민감도가 높아 관세 부활에 따른 타격이 매우 크다. 다시 말해 가격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소형차의 미국 생산을 고려하게 되는데, 이는 곧 미국의 일자리가 늘고 한국은 줄어든다는 점을 의미한다. 자동차에서 보호무역을 매우 경계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근본적으로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이유는 단 하나, 시장 규모 때문이다. 다시 말해 인구가 곧 시장이고, 기업으로선 결코 규모가 큰 시장을 포기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자동차는 민족 및 보호주의가 팽창하면 할수록 한국에게 불리하다. 한 때 내수 판매 규모가 세계 10위라고 했던 한국이 매년 뒤로 밀리는 것도 결국은 시장이 작기 때문이다.

상황이 보호주의로 간다면 해법은 무엇일까? 방법은 하나, 기술력을 높이는 것 외에는 없다. 또한 제조품질도 극대화시켜야 한다. 한 때 일본이 해외 공장에 열심히 매진하다 다시 일본으로 공장을 일부 옮긴 것은 일본 내 고용창출과 제조품질 두 가지가 맞았기 때문이다. 해외에 나가봤더니 제조품질 만큼은 일본을 따라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비용이 조금 더 들어도 일본 생산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런데 우리는 그럴 준비가 돼 있을까? 지금의 노사 관계를 보면 트럼프가 미소를 지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미국 생산을 늘리는 명분만 더해주는 것 같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