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한미약품 임원 잇따라 사직 의사 표명

신약 임상 중단과 늑장공시 의혹에 휘말린 국내 제약사 임원들이 하나둘 자리를 내놓고 있다.

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한양행, 한미약품 등 국내 상위제약사 주요 임원들이 잇따라 사직 의사를 밝혔다.

유한양행에서는 남수연 연구소장(전무)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아직 사표는 수리되지 않았다.

남 소장은 국내 상위제약사 연구소장 중 유일한 여성으로, 도입품목 위주였던 유한양행의 체질 변화를 꾀한 인물로 알려졌다.

실제 유한양행은 남 소장을 영입한 이후 연구개발(R&D)에 공을 들여왔으며, 올해는 1천억원 가까이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갑작스런 남 소장의 퇴사에는 유한양행이 개발 중이던 신약(YH14618) 개발 중단이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해석이다.

유한양행은 지난달 퇴행성 디스크 치료제의 임상 2상을 중단한다고 밝혔는데, 남 소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해당 의약품은 유한양행이 2009년 엔솔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신약 후보물질이다.

유한양행이 7년 동안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임상에서 위약 대비 통계적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유한양행 측은 남 소장의 사직 의사 표명과 임상 중단의 연관성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회사 관계자는 "남 소장의 퇴사는 일신상의 사유에 따른 것으로 이미 지난 8월에 사직 의사를 밝힌 상황"이라며 "대외적 공개가 늦어진 것뿐이며 현재 후임자를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늑장공시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는 한미약품의 김재식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도 최근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 부사장 역시 사표는 수리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현재 근무는 지속 중이다.

검찰은 현재 한미약품이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 공시를 일부러 지연했거나 내부정보를 사전에 유출했는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사표를 낸 건 사실이지만 검찰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수리되지 않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검찰 조사를 받던 한미약품의 공시 담당 임원이 이달 초부터 행방불명되고, 지난해 퇴사한 전직 임원이 악재 공시 직전 주식을 처분했다는 이유로 조사를 받는 등 업계 임원의 수난사가 계속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제약업계에 악재가 겹치면서 줄줄이 퇴사 소식이 들려와 안타깝다"며 "임상 중단 등 악재에 한 사람이 책임지고 퇴사하는 식의 문화는 장기적인 성장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기자 jan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