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CJ그룹 대대적 '사정칼날'
검찰-국세청 번갈아 수사+세무조사…靑, 경영진 퇴진 압박 의혹까지


지난 2013년 말,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VIP(대통령)의 뜻'이라며 이미경 당시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압박하던 시점에 국세청이 CJ E&M에 대한 심층(특별)세무조사를 실시, 국세청 세무조사가 이 전 부회장 퇴직 압박에 이용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CJ E&M은 심층세무조사가 착수되기 불과 수 개월 전, 국세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았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퇴진 압박 의혹과 묘한 연결고리로 엮인 형국이다.


국세청 세무조사, 정치적으로 이용됐나



조 전 수석이 이미경 전 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한 시점, 즉 CJ그룹 경영진(손경식 회장)에게 전화를 건 시점은 2013년 말로 알려졌다.


당시 국세청은 탈세혐의가 포착됐을 때 움직이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동원, CJ E&M에 대한 심층(특별)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던 시점이었다.


9월 중하순부터 시작된 CJ E&M 세무조사는 착수시점부터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았다. 앞서 2013년 2월 국세청이 CJ E&M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했었기 때문이다.


2013년 2월 세무조사의 포인트는 지난 2011년 CJ E&M의 CJ인터넷·Mnet미디어 등 6개 엔터테인먼트 계열사 흡수합병이 이루어진 것과 관련해 피합병법인 중 하나였던 CJ미디어(당시 폐업) 청산소득과 관련된 부분의 세무상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해 합병 후 존속법인인 CJ E&M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2012년 대선을 앞두고 CJ E&M이 만든 콘텐츠들에 대한 정치적 논란과 함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 본격적으로 CJ그룹을 손 볼 것' 이라는 소문들이 입방아에 한창 오르내리고 있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뭔가 있다'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한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실제 박근혜 정부 출범 후 단 3개월만인 2013년 5월 검찰은 CJ그룹 비자금 조성 및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이재현 CJ그룹 회장, 전군표 전 국세청장, 허병익 전 국세청 차장 등을 줄줄이 구속기소했다.


일사천리로 진행된 수사는 2개월여 만에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와 함께 사실상 종료됐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후 다시 2개월도 채 지나지 않은 2013년 9월 하순 국세청은 서울청 조사4국을 동원해 CJ E&M에 대한 심층(특별)세무조사에 착수했다. 당초 12월 말까지 예정되어 있던 세무조사는 해를 넘겨 2014년 3월까지 진행됐고, 296억원 가량의 세금이 추징됐다.


경영진 등에 대한 검찰 고발 등 추가제재는 없었다.


국세청이 수 개월 간격으로 세무조사를 연달아 진행한 것도 이례적인 일이지만 당시 세무조사가 진행되던 와중에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CJ E&M 콘텐츠 생산의 핵심이었던 이 전 부회장에 대한 퇴진압박을 가했다는 의혹이 뒤늦게 제기된 것이다.


이후 퇴진 압박 전화를 건 당사자인 조원동 전 수석은 최경환 경제팀이 출범한 2014년 6월 개각 당시, 경질됐고 2014년 10월 이미경 전 부회장도 자리에서 물러나 미국으로 떠났다.


국세청 출신의 한 세무대리인은 "수개월 간격으로 한 회사에 세무조사가 진행된 것은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조사대상기간 등이 다르고 그 사이 탈세제보 등이 확보됐기 때문에 나설 수도 있지만, 시기나 정황 등을 고려할 때 석연치 않은 구석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전경.


정권 차원의 기업인 찍어내기 의혹, "검찰 수사해야"


조 전 수석은 손경식 회장과 전화통화를 하며 이 전 부회장의 사퇴날짜(2013년 12월28일)까지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 및 국세청 세무조사가 재차 이루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CJ 전직 임원의 인터뷰도 언론에 보도됐다.


퇴진 압박의 직접적인 사유는 지난 2012년 대선 당시부터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일련의 사건 전개과정에서 세간에 떠돌던 소문(CJ그룹이 박근혜 정부에 미운털이 박혔다)이 단초가 된 것 아니겠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이 전 부회장과 CJ E&M이 중심이되어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변호인' 케이블채널 프로그램 'SNL' 등 현 정부의 코드에 맞지 않는 콘텐츠들을 만들어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렸고 이에 정권 차원의 징벌이 가해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러 정황상 2013년 9월~2014년 3월 기간 동안 진행된 국세청의 CJ E&M 세무조사 과정에 청와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는 것이 안팎의 시각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의혹이 불거진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검찰 수사 등 진위를 밝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높게 형성되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오전 최고위원회에 참석해 "조원동 전 경제수석이 이미경 전 CJ 부회장의 경영일선 퇴진을 압박했다는 녹취록까지 나왔는데도 (검찰은)수사할 기미 조차 없다"며 검찰의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당시 CJ EM&M 세무조사가)경영비리 또는 조세관련 불법에 대한 조사가 아닌 '괘씸죄'가 작용한 측면이라는 것이 맞다면 문제가 크다"라며 "권력 자체가 불법행위를 하고 있다. 기업을 대상으로 (권력이)불법행위를 한 부분이 있다면 진위여부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조세일보 / 김진영, 이현재 기자 jykim@jose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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