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춘규 기자=일본 도요타자동차가 2020년까지 전기자동차(EV) 양산 체제를 갖추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각국에서 자동차 환경규제가 강해지는 만큼 도요타가 친환경차 전략의 핵심이던 하이브리드차(HV)와 연료전지차(FCV)에 이어 EV도 양산해 친환경차의 다양성을 갖추려는 의도다.

이런 전략적 전환은 의도한 대로 HV의 시장규모가 커지지 않으면서 위기에 직면한 데 대한 반성 때문인 것 같다고 니혼게이자이는 분석했다. 도요타는 1997년 HV 양산차 프리우스를 세계 처음으로 내놓은 뒤 누계 900만대를 돌파하며독주했지만 특허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에 경쟁사들은 "HV는 도요타가 너무 강하다"며 HV 대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V)나 EV에 집중했다. 그 결과 도요타는 점차 고립됐고 미 캘리포니아주는 HV를 친환경차 범위에서 제외시켰다. 도요타가 HV 진영 만들기에 실패한 셈이다.

도요타는 이런 평가에 따라 EV의 기획과 개발을 담당할 조직을 내년 초 신설하고 조기 생산 개시에 나설 계획이다. 1회 충전으로 300㎞ 넘는 거리를 주행할 수 있는 EV 개발을 추구한다. HV 주력인 프리우스나 일반차종 가운데 대표상품인 코롤라 등과 같은 차대를 사용해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아지는 스포츠유틸리티 EV를 개발하는 방안 등이 나온다. 핵심부품인 배터리는 올해 1월 시작한 전지재료기술·연구부를 통해 개발한다. 외부 조달도 검토하고 있으며 항속거리나 충전시간 등의 성능과 가격을 조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둔 일본은 물론 중국과 미국 등 세계 주요시장 판매가 목표다. 도요타의 EV 실적은 2012∼2014년 미국 테슬라와 공동 개발한 SUV를 미국에서 판매한 것 등에 머물고 있다. 배터리가 비싸고 항속거리가 짧아 본격보급이 어렵다고 판단해 소극적이었다.

도요타의 전략 전환은 업계 전반의 움직임과도 흐름을 같이 한다.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일정비율 EV를 판매해야 하고 중국도 파격적인 보조금으로 EV 보급 정책을 펴는 등 각국이 EV를 중시한 규제나 보급책을 잇따라 도입 중이다. 충전기반시설 등의 문제가 개선된 것도 EV에 우호적인 환경이다.

닛산 등이 EV에 집중해왔고, 친환경차 주력으로 디젤차를 밀었던 독일 폴크스바겐도 최근 전략을 전환, 2025년까지 EV 판매 비중을 현재의 1%에서 25%까지 끌어올릴 방침을 제시했다. 중국에서는 EV 최대기업 BYD가 생산을 확대하고, 미국에서는 테슬라가 2017년 소형세단 모델3를 판매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작년 세계 EV 판매량은 32만8천대였다. 전체 신차판매에서의 비율은 0.4% 미만이었다. 그러나 2030년에는 8%에 달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특히 앞으로는 친환경차의 구성이 HV, PHV, EV 등이 병존할 것이라는 견해가 유력해지면서 세계 유수의 자동차회사들은 대응 전략 수정을 재촉받는 상황이라고 니혼게이자이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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