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박하선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하선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축 늘어난 티셔츠에 아무렇게나 머리를 묶은 채 맥주 한 캔을 따고 ‘나 같은 게, 내 까짓 게 뭐라고’라고 읊조린다. 국내 여배우 중 이렇게 청승맞아 보이는 모습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는 배우는 몇이나 될까? 배우 박하선을 공감 넘치는 생활 연기의 달인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박하선은 tvN ‘혼술남녀’에서 노량진 학원가에 갓 입성한 국어 강사 박하나 역을 맡았다. 변두리 입사학원 출신인 박하나에게 노량진은 어떻게든 자신의 ‘쓸모’를 입증해내야 하는 기회의 땅이었다. 그 과정서 학원 원장인 김원해(김원해)와 ‘일타 강사’ 진정석(하석진)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그럴 때마다 박하나는 맥주 한 캔으로 자신의 쓸쓸함을 위로했다. 사귀기로 한 진정석으로부터 “퀄리티 떨어진다”는 이유로 차일 때도 혼술로 아픔을 달랬다.

“진정석에게 차이고 울면서 ‘내 까짓 게 뭐라고. 포기하자’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나도 공감이 됐어요. 저도 그렇게 자책을 많이 했었거든요. 가슴으로 울었던 장면이에요. 2년을 쉬기도 했고, 어려웠을 때가 있었어요. 반짝이는 시기는 한때뿐이고 묵묵히 쉬거나 조용히 보냈던 시기가 떠오르더라고요. 이 장면을 찍으려고 그렇게 고생했고, 힘이 들었나 싶었죠.”

박하선의 전매특허 춤 역시 ‘혼술남녀’에서 빛났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격앙된 표정과 격정적인 몸짓으로 티아라의 ‘롤리폴리’ 춤을 췄던 그는 ‘혼술남녀’에서는 ‘픽미’부터 조수미의 ‘나 가거든’에 맞춰 살풀이 댄스 등을 선보이며 극의 웃음을 책임졌다.

박하선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하선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확실히 나이가 드니까 부끄러움이 많아졌어요. ‘롤리폴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췄었는데 ‘혼술남녀’에서는 힘들더라고요. ‘픽미’도 리허설 때 죽어도 안 됐어요. 계속 안 되다가 슛이 들어가니까 그나마 출 수 있었죠. 마지막 회에서 ‘나 가거든’에서 맞춰서 살풀이를 할 때도 화장실 문을 박차고 나가야 했는데 망설여졌어요. 그때 옆에 있던 스태프가 ‘언니 힘내세요’라고 말하는데, 이상하게 용기가 생기더라고요.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잖아요. 유독 존중을 받은 현장이었어요. 감독님도 쫑파티를 할 때야 말을 놓았죠. 어른 대접을 받았네요.”

이미 ‘혼술남녀’ 시즌2를 위한 시간까지 비워둔 그다. 박하선은 “제작진에게 나는 시간을 비워뒀다고 얘기했다. 멤버들도 바뀌지 않고 쭉 갔으면 좋겠다. 평생직장이 되어도 좋을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박하선은 시즌2에서는 노량진에서 ‘일타 강사’로 성장하는 박하나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드라마에 출연했던 이선재 강사의 강의를 들으러 간 적이 있어요. 정말로 학생들이 학원 문밖에까지 줄을 서더라고요. 대단하더라고요. 강의 준비를 많이 했어요. 못 보여드린 모습이 너무 많았네요. 진정석과의 로맨스도 그렇지만, 박하나가 강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박하나의 현실은 녹록지 않았지만 사랑은 듬뿍 받았다. 박하선은 하석진과 공명에 대해 “하석진은 섹시했고, 공명은 청춘스타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공명은 그의 첫 연하 파트너라 의미가 있었다. “공명은 반사판을 대지 않아도 하얗더라고요. 공명 자체가 반사판이었어요. 사실 공명이를 더 챙겨주고, 도와주고 싶었는데 제 코가 석자라서 그렇지 못했거든요. 다른 촬영장에서 더 많이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박하선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박하선이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사진=조준원 기자 wizard333@
유독 생활 연기에 강점을 보인 박하선. 그는 “‘흙수저’ 전문 배우로 불리고 있다”면서 “최근에 ‘런드리데이’ 게스트로 나갔는데 ‘되게 흔녀인줄 알았다’고 이야기하더라. 옆집 언니처럼 친근한 배우가 되는 게 목표였는데 실제로 그런 말을 들으니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꾸미면 예쁜데’라고 소심하게 생각했다.(웃음) 화려하게 꾸민 악녀 역할도 보여드리고 싶다”고 욕심을 드러냈다.

차기작 계획을 묻자 “쉬지 않고 소처럼 일할 예정”이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왔다. 2년의 공백기를 가진 이유는 분명 있었다. 딜레마, 슬럼프, 매너리즘 등에 빠져 있었고 스스로 휴식을 원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는 “연기가 지긋지긋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쉬면서 나에게 재밌는 게 연기 밖에 없다는 걸 알았다”고 고백했다.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제 목표는 묘비에 ‘배우’라고 남기는 거예요. 갈수록 큰 꿈인 것도 알고 있죠. 벌써 11년차가 됐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만큼 못 가고 있거든요. 더 멋진 여자가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고요. 그래도 죽을 때까지 연기를 하고 싶다는 꿈은 더욱 선명해졌네요.”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