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2025년까지 높은 수준의 자율주행차를 최대 20%까지 늘리고, 2030년까지 전체 자동차 가운데 완전 자율주행차 비중을 10%로 확대한다. 연간 2,500만대 신차 시장에서 10%인 250만대를 자율주행차로 바꾸겠다는 의미다. 완성차회사를 대부분 국유기업으로 운영하는 중국으로선 충분히 가능한 청사진이고, 이를 통해 자동차부문의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는 중이다.

동시에 중국은 이동수단에 대한 에너지 전환 계획도 수립했다. 2020년까지 중국 내 최소 500만개, 2025년까지 2,000만개, 2030년에는 한국의 인구보다 월등히 많은 8,000만개의 EV 충전소를 건립키로 했다. 250만대에 달하는 자율주행차의 에너지로 전기를 쓰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힌 셈이다. 그리고 1회 충전 후 주행거리도 2020년까지 300㎞, 2030년에는 500㎞의 거리를 설정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한다는 내부적인 목표도 세웠다. 정부 주도 하에 자동차 혁신을 강하게 끌고 나간다는 의미다.

이런 결정이 나자 글로벌 모든 완성차업체들이 또 다시 중국에서 기회를 엿보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장으로는 최대 규모가 형성될 수 있어서다. 독일 다임러와 중국 내 BYD의 합작사인 덴자(Denza)는 이미 1회 충전으로 300㎞ 주행이 가능한 거리를 확보했고, 폭스바겐 또한 1회 충전으로 600㎞ 운행이 가능한 I.D. 컨셉트를 지난 10월 파리모터쇼에 공개하고, 2020년 양산 계획을 발표했다. 물론 주력 시장은 중국을 보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소비자도 이런 계획을 반긴다. 컨설팅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가 중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응답자의 51%가 신차 구매 때 가격 및 엔진 성능보다 인터넷 커넥티비티 기능을 우선한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또한 대중 브랜드 구매자의 30%와 프리미엄 제품 구매자 40%는 가격이 20% 비싸도 커넥티비티가 잘 마련돼 있다면 브랜드를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한 마디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기대감이 매우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앞 다퉈 내놓는 자율주행차의 최대 격전지는 중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소비자들의 자율주행차, 그리고 전기 에너지에 대한 기대가 높아서다. 토요타가 2020년까지 미국 및 일본 내 판매 제품에 통신 기술을 탑재하려는 것도, 닛산이 자체 발전으로 구동이 가능한 'e-Power' 시스템을 개발한 것도 결국은 중국 시장을 겨냥한 행보라는 시각이다. 특히 'e-Power'의 경우 30㎾h 배터리와 비교해 크기가 1/20에 불과한 1.5㎾h면 충분하다. 이 정도의 배터리만 가지고도 2,000㏄급 터보 엔진과 동일한 출력을 얻어낼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 관해선 각 제조사의 협력도 활발하다. 토요타는 이미 마쓰다와 체결한 중장기 상호협력에 따라 전기차 및 커넥티드 자동차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으며, 폭스바겐은 13번째 브랜드로 친환경 제품을 내놓되 이는 모두 전기 에너지 기반의 자율주행차가 될 것으로 공약했다. 이 과정에서 파트너로 삼은 곳이 이스라엘 카셰어링 기업인 '게트(Gett)'다.

이처럼 중국의 자동차 굴기는 이제 내연기관을 벗어나 4차 산업혁명의 대표로 꼽히는 새로운 에너지원의 자율주행차로 바뀌고 있다. 게다가 거대 규모의 시장을 정부 주도로 바꾸면 미국을 넘어서는 자율주행차 천국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런데 중국의 자동차굴기는 한국에게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자동차의 헤게모니 트렌드가 자율주행과 전력으로 이동할수록 중국 내 완성차업체의 경쟁력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내연기관 엔진의 연소율을 높이는 것보다 동력원을 바꾸고 지능을 심는 것이 곧 중국의 자동차 굴기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사실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다만, 행보가 느릴 뿐이다. 그리고 행보에 속도를 부여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자율주행차의 인프라를 누가 먼저 갖추느냐에 따라 보급 확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EV 충전기 설치도 더딘 상황에서 한국 내 자율주행 보급을 꿈꾼다면 그것이야말로 꿈에 불과할 따름이다. 하지만 반대로 꿈은 의지에 따라 얼마든지 현실로 바꿀 수도 있다. 어떤 길을 선택할 것인가? 이제는 정부가 답을 내놓아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