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경제성장률이 최악인 15개국의 공통점은?
이 그래프(한경 비타민 5월5일자 2면 참조)는 ‘올해 경제가 최악인 나라들’을 나타냅니다. 출처는 국제통화기금(IMF)입니다. IMF는 올해 국가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나쁠 것으로 예상되는 15개국을 뽑아 이런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나라 이름이 보입니다. 베네수엘라, 브라질, 러시아,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그리스. 2011년 7월 수단에서 독립된 신생국 남수단도 있군요. 적도기니, 벨라루스, 차드 같은 평소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국가도 포함돼 있습니다.

경제가 아주 안 좋을 것이란 15개국을 자세히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짐작이 가는지요? 두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자원이 많은 나라이고, 다른 하나는 내전 상태인 나라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브라질, 러시아, 아르헨티나는 자원이 넘치는 나라들입니다. 나라별로 좀 볼까요? 먼저 베네수엘라는 석유 매장량이 세계 1위인 나라입니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은 우리로서는 부럽기 그지 없습니다. 땅을 파기만 하면 석유를 퍼올릴 수 있습니다.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보다 매장량이 많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IMF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세계 꼴찌입니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 8%로 전망됐습니다. 거의 망하는 수준입니다. 왜 그럴까요? 한마디로 자유시장경제를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베네수엘라는 땅에서 퍼올린 기름을 수출해 마련한 돈으로 ‘무상복지 천국’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미 죽고 없는 차베스라는 지도자는 원유를 비롯해 거의 모든 산업을 국유화했습니다. 그는 의료, 교육, 실업수당, 노인복지 등 거의 모든 것을 무상복지화했습니다. 굳이 힘들여 일하지 않아도 월급을 받았습니다.

그는 외국 기업들도 쫓아냈습니다. 공짜에 물든 국민들은 일을 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자유시장경제가 추구하는 경쟁과 혁신이 완전히 사라지면서 성장동력을 잃고 말았습니다. 제조업이 붕괴됐습니다. 좋은 일자리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해놓고 차베스는 사망했습니다. 베네수엘라의 흥청망청은 금방 거덜이 났습니다. 돈줄이었던 석유가격이 곤두박질 친 것입니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가격은 절반 이하인 40달러대로 추락했습니다. 원유시추 원가에도 못미치는 가격대입니다. 석유 수입이 급감하자 복지비용을 감당할 힘이 없어졌습니다. 복지에 중독된 국민들은 폭동을 일으켰습니다. 물가도 폭등했습니다. 상점 식품 판매대는 텅텅 비었습니다. 식품 하나조차 제대로 만들 산업구조를 만들어놓지 않은 탓이었습니다. 석유를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지요.

이것을 우리는 자원의 저주라고 부릅니다. 자원이 많은 나라일수록 못산다는 것이지요. 쉽게 돈을 벌다보니 정치권은 공짜복지를 확대해 표를 얻으려 합니다. 공짜복지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수렁은 더 깊어집니다. 결국 국가 성장이 멈추고 국가부도 사태에 이릅니다. 베네수엘라는 대표적인 나라입니다. 에콰도르, 브라질, 러시아, 아르헨티나는 모두 자원 부국입니다. 에콰도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회원국입니다. 러시아는 가스가 펑펑 나는 곳입니다. 아르헨티나는 노천에서 광물이 쏟아져 나오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사회주의 포퓰리즘 경제로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우리가 잘 모르는 적도기니 역시 석유 산업에 의존합니다.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도 자원 부국이지만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정치가 부패한 것이지요. 그리스는 관광으로만 먹고 살아도 될 정도의 나라이지만 공짜복지로 국가부도 직전까지 간 나라입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원유 한 방울 안 나오는 나라이지만 사정이 비교적 낫습니다. 한국이 엄연한 석유수출국이라는 사실을 아는지요? 몰랐다구요? 우리나라 석유화학산업은 세계 1위 수준입니다. 원유를 들여다가 정제해 고급 휘발유 등으로 만든 뒤 수출합니다.

남수단 리비아 시리아는 내전으로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자유시장경제는 평화 속에서 꽃피는 법입니다. 조용해야 서로 거래하고 물건을 만들고 무역도 하는 것입니다. 시장경제는 평화를 좋아한다는 얘기는 그래서 나옵니다. 경제성장률이 낮은 이들 나라의 또 다른 공통점은 ‘경제 자유도’가 매우 낮다는 것입니다. 복지 천국을 약속할수록 현실 지옥이 된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합니다.

고기완 한국경제신문 연구위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