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혈 청년들의 맨손 창업 도전기’를 주제로 한 토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라 리 글로우레시피 대표, 박수근 NBT 대표 등 스타트업 청년 CEO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글로벌 인재포럼 2016’ 참석자들이 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혈 청년들의 맨손 창업 도전기’를 주제로 한 토론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사라 리 글로우레시피 대표, 박수근 NBT 대표 등 스타트업 청년 CEO들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창업은 발명이 아닙니다. 철저히 비즈니스죠. 시장이 무르익은 뒤에 시도해야 합니다.”(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기술과 아이디어는 시작에 불과합니다. 핵심은 이를 시장에 전달해 수익화하는 역량입니다.”(박수근 NBT 대표)

“‘올인’할 준비가 된 뒤에 뛰어드세요.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기쁨을 얻을 겁니다.”(사라 리 글로우레시피 대표)

◆“가능성을 증명하라”

[글로벌 인재포럼 2016] "창업은 발명 아닌 비즈니스…'올인'할 준비된 후에 뛰어들어라"
독특한 발상으로 성공한 스타 벤처 창업가들이 3일 글로벌 인재포럼2016의 ‘열혈 청년들의 맨손창업 도전기’ 세션에 모였다. 영어회화 동영상 서비스 스터디맥스의 심여린 대표는 처음엔 자신이 구상한 사업모델에 자신이 있었다고 했다. 사업 초기 심 대표가 찾아간 벤처캐피털(VC) 10여 곳의 반응도 뜨거웠다. 하지만 실제로 투자하겠다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심 대표는 “생소한 사업모델의 경쟁력을 증명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쌍방향 학습플랫폼인 스피킹맥스는 창업 3년 후에야 출시됐다.

잠금화면 콘텐츠 플랫폼인 캐시슬라이드로 유명한 NBT의 박수근 대표도 “창업 전 실패할 것이란 얘기를 숱하게 들었다”고 했다. 대학 때 겪은 창업 실패 경험이 박 대표에게 교훈이 됐다. 그는 “대학 시절 창업은 기술도 아이디어도 모두 좋았지만 제품화할 역량이 부족했다”며 “캐시슬라이드는 제품화와 마케팅으로 수익을 내는 과정에 힘을 쏟았다”고 말했다.

회사가 성장하고 사업모델이 자리잡은 이후에도 위기는 왔다. 배달 앱(응용프로그램) ‘배달의 민족’의 우아한형제들은 지난해 과다 수수료 논란에 휩싸였다. 수수료 0% 정책을 펼쳐 논란을 정면으로 돌파했지만 급감한 매출에 한동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김봉진 대표는 “3~4개월이면 매출이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그보다 훨씬 늦었다”며 “창업의 길은 연이은 고비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사업모델 하나만 들고 무작정 창업에 뛰어드는 일은 무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과 조직이 힘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한 힘은 사람과 조직에서 나온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심 대표는 “아무리 창업자 개인이 뛰어나고 아이디어가 좋아도 이를 시장화하고 실행할 조직이 없으면 소용없다”고 말했다. 심 대표가 함께할 사람과 조직을 강조하는 이유다. 그는 교육콘텐츠 전문가인 남편 이비호 스터디맥스 부사장과 공동 창업했다.

미국 뷰티 브랜드 컨설팅 업체 글로우레시피의 사라 리 대표는 사업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때를 회상했다. 사라 리 대표는 “처음엔 무작정 화장품 업체를 찾아가 협업의 필요성을 설득하면서 맨땅에 헤딩을 했다”며 “비전을 공유하고 서로 존중하는 파트너를 찾아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직원을 뽑을 때 질문을 던지기보단 지원자의 질문을 받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그는 “어떤 질문을 하는지를 보고 사람의 관심과 생각을 읽는다”며 “일과 인간관계를 대하는 태도가 조직의 비전과 맞아야 회사도 커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창업은 5배 더 힘들고 10배 더 행복”

이들은 창업의 길이 힘든 만큼 큰 성취감을 얻는다고 했다. 사라 리 대표는 “매일 신나서 일어나고 일할 때도 에너지가 넘친다”며 “뭔가를 이뤄가고 있고 사회에 작게나마 영향을 주고 있다는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심 대표는 “창업의 고통을 견뎌낼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회사 다닐 때는 월요일을 앞둔 일요일 밤에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창업한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창업 이후의 삶을 “회사 다닐 때보다 5배 더 힘들고 10배 재미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시장구조, 고착화돼 있는 기업문화에 도전한다는 데 의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