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 솔로 이코노미 : 1인 가구가 ‘대한민국 표준’]
양육 등 부담 없어 구매력 왕성, ‘셀프·온라인·저가·원스톱’이 핵심 키워드
1인 가구 소비만 '나홀로 성장'…120조원 시장을 잡아라
[한경비즈니스 = 이홍표 기자] 1인 가구가 대한민국의 표준이 됐다. 최근 통계청은 한국에서 가장 흔한 가구 형태가 1인 가구(27.2%, 2015 인구주택총조사 결과)라고 발표했다.

이미 미혼의 20대부터 황혼의 60대 이상까지 ‘혼자’ 지낸다는 게 어색한 일이 아닌 게 됐다. 가장 발 빠르게 트렌드를 반영하는 대중문화에서도 ‘혼자’라는 소재가 흔히 쓰이고 있다. TV 인기 프로그램을 보면 상당수가 ‘솔로’가 키워드다.

MBC ‘나 혼자 산다’를 비롯해 tvN 월화드라마 ‘혼술남녀’, 올리브TV ‘조용한 식사’ 등은 모두 혼자 술 마시고(혼술), 혼자 밥 먹는(혼밥)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끄는 것은 그만큼 이들의 행위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1인 가구 비율, 선진국 수준 도달
1인 가구 소비만 '나홀로 성장'…120조원 시장을 잡아라
1인 가구의 증가 폭은 가파르다. 2015년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 비율은 2010년 23.9%보다 3.3%포인트 증가했다. 1990년만 해도 1인 가구 비율은 9.0%에 불과했다. 그간 3배 넘게 늘어났다.

2인 가구 비율은 26.1%로 1인 가구와 2인 가구가 전체 가구에서 차지하는 비율(50%) 역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이어 3인 가구(21.5%), 4인 가구(18.8%) 순이었다.

이와 달리 1990년 전체 가구 중 28.7%를 차지한 5인 이상 가구 비율은 6.4%로 내려앉았다. 통계청과 학계는 애당초 2020년 이후에나 1인 가구 비율이 전체 가구 가운데 1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했었다. 이는 5년이나 앞서 현실이 됐다.

한국의 1인 가구 비율은 미국 28.0%, 영국 28.5% 등 주요 선진국의 1인 가구 비율과 유사한 수준이다. 인구구조 변화는 거시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하는 방향타다. 1인 가구의 증가는 곧 앞으로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내다볼 가장 좋은 키워드란 의미다.

1인 가구가 빠르게 늘어난 이유는 세 가지로 꼽을 수 있다. ▷저성장 ▷이혼 및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고령화가 그것이다. 청년층은 저성장에 따른 취업난 등으로 ‘삼포(연애·결혼·출산 포기)’가 늘어나고 있다. 고령층에서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며 이혼·사별 등의 이유로 홀로 사는 노인이 급증했다.

중년에서는 결혼을 미루고 혼자 사는 이른바 ‘골드 미스터·골드 미스’ 등이 많아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여성 경제활동인구가 많아지면서 1인 가구가 크게 늘고 있다”며 “혼자 사는 노인들이 늘어나는 것도 1인 가구가 증가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주목할 것은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장 달라지고 있는 것은 소비문화, 이른바 ‘솔로 이코노미(solo economy)’의 등장이다. 솔로 이코노미의 가장 큰 특징은 왕성한 구매력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전국의 20대 후반부터 40대 전반의 전국 500가구(1인 가구와 3~4인 가구 각 250명)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가처분소득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인 가구가 32.9%로 나타났다. 3~4인 가구의 17.2%에 비해 두 배 가까이나 높은 수치다.

금액으로 봐도 1인 가구의 월 가처분소득은 80만5000원으로 3~4인가구의 73만5000원보다 많았다. 가처분소득은 소득 중에서 소비 및 저축 등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소득을 뜻한다. 염민선 대한상의 선임연구원은 “1인 가구는 3~4인 가구에 비해 양육이나 가족 부담에서 자유로워 소비 여력이 더 크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1인 가구 관련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약 200조원 가까이로 급신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산업연구원이 국민의 소비지출 규모를 추정한 결과에 따르면 1인 가구 소비지출 규모는 2010년 60조원에서 2020년 120조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30년엔 194조원에 달해 4인 가구 지출 규모인 178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전체 민간 소비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나’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 연다
1인 가구 소비만 '나홀로 성장'…120조원 시장을 잡아라
(사진) 한 소비자가 서울시내 한 편의점에서 먹거리를 고르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실제로 가계의 씀씀이를 보여주는 평균 소비성향이 경기 부진으로 역대 최저인 가운데 1인 가구만 나 홀로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통계청 가계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1인 가구 평균 소비성향은 77.6%로 지난해 74.3%보다 3.3%포인트 늘었다.

평균 소비성향은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을 말한다. 평균 소비성향이 77.6%를 기록한 것은 100만원의 가처분소득이 있으면 77만6000원을 소비로 썼다는 얘기다.

1인 가구 평균 소비성향은 지난해부터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 74.3%에 머물렀던 소비성향은 3분기에 75.4%, 4분기 76.2%, 올해 1분기에는 77.2%를 기록했다. 반면 2분기에는 2인 이상 가구의 평균 소비성향은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0년 전(2006년 2분기 76.3%)과 비교하면 5.4%포인트나 하락한 수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1인 가구의 소비 키워드는 ‘솔로(S·O·L·O)’로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셀프(Self)’, 자신을 위한 자기 지향성 소비다. 1인 가구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지출이 적고 취미 생활이나 자기 계발에 대한 지출을 아끼지 않는다.

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가 향후 적극적으로 지출을 늘리려는 항목은 ‘여행(41.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자기 계발(36.0%), 레저 및 여가(32.8%), 건강(32.0%), 취미(26.0%)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출을 줄이고자 하는 항목은 외식(39.2%), 통신비(33.6%), 의류 및 패션(16.4%), 식품(16.0%) 순으로 나타났다.

둘째는 ‘온라인(Online)’, 온라인 소비다. 1인 가구 소비자는 주로 ‘무겁거나 부피가 크고 구매 빈도가 잦은’ 생활필수품을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소비 패턴을 갖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쇼핑몰들은 1인 가구에게 생수·물티슈 등을 정기적으로 배송해 주는 ‘정기 배송’ 서비스나 24시간 안에 무료로 배송해 주는 서비스 등을 제공하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셋째는 ‘로 프라이스(Low-Price)’, 저가 지향성 소비다. 이는 할인 기간을 기다려 구매하는 것으로 가격대가 저렴하면서도 효율성을 추구하는 1인 가구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원스톱(One-stop)’, 편리성 지향 소비다. 적은 양을 간편하게 소비하려는 1인 가구의 소비성향을 바탕으로 편의점은 연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고 식품업계는 1인 가구를 겨냥한 가정 간편식을 쏟아내고 있다.

◆보험·보안·레저 등도 ‘수혜주’
1인 가구 소비만 '나홀로 성장'…120조원 시장을 잡아라
이처럼 1인 가구가 소비의 중심축으로 부상함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도 1인 가구 시대 수혜주 찾기에 한창이다.

한정민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미용 서비스업, 오락·문화 산업, 통신 서비스업의 성장이 예상되고 고령층에서는 보건·의료 서비스업, 복지시설 산업의 큰 시장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 밖에 전반적으로 가공식품 및 외식 산업과 여성과 노인을 위한 방범·치안 서비스업의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NH투자증권은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가구 유형으로 자리 잡은 시대에 전통적 수혜주로 분류되는 유통·음식료 이외에 가구·보안·보험 업종을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한슬기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1인 가구 증가는 가구 구조의 변화만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며 “달라진 소비 주체가 주거 시장과 산업의 변화를 주도하면서 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정부 정책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개발·판매하는 데 집중하며 관련 산업 역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1인 가구 증가의 대표적인 수혜주는 ‘혼밥’의 증가로 매출 증대가 예상되는 편의점주다. 1인 가구는 대형 마트에서 대량 구매하기보다 편의점처럼 가까운 곳에서 소량을 구매할 확률이 높아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이 수혜주로 꼽히고 있다.

이와 함께 가정 간편식(HMR) 시장의 급성장으로 신세계푸드·CJ프레시웨이·롯데푸드도 수혜주로 거론된다. 요리를 할 줄 모르지만 집에서 식사를 해결해야 하는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시장은 이미 고성장에 접어든 상황이다.

‘혼영(혼자서 영화 보기)’, ‘혼행(혼자서 여행 가기)’과 같은 신조어가 상징하듯이 혼자 여가를 즐기는 수요에 대응하는 CJ E&M·CJ CGV·하나투어·모두투어도 1인 가구 시대의 성장 기업으로 지목된다.

가구 부문에서는 한샘·현대리바트를 주목할 만하다. 1인 가구가 머무르는 공간은 좁기 때문에 공간 활용도를 높이는 제품을 출시하는 브랜드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또 여성이나 노인이 혼자 사는 집에서 보안 시스템의 중요성이 날로 커져 가고 있기 때문에 에스원과 보안 솔루션 기업인 아이디스도 눈에 띈다.

또한 건강·의료 지출이 커지는 고령층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만큼 고령 친화적 산업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 애널리스트는 “고령층 의료비 문제가 확대되면서 이를 사전에 통제할 수 있는 ‘예방의학’이 부각되고 있다”며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스마트 헬스 케어’와 아름답고 건강하게 나이 들고픈 욕구를 대변하는 ‘안티에이징 산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고령 친화적 관련 종목으로는 인바디·아이센스·디오·메디톡스·휴젤·휴메딕스·케어젠·유한양행·CJ제일제당·엔에스쇼핑 등을 제시했다.

또한 의료비 부담 증가로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어 보험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도 1인 가구 시대에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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