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9월 수입차 판매가 16만5,189대로 지난해와 비교해 1만6,731대 줄었다. 아우디폭스바겐 판매 중단이 가져온 결과다. 그럼에도 1~9월 국내 승용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1만8,085대 늘어난 112만8,987대로 집계됐다. 다시 말해 전년 대비 판매를 크게 늘린 곳이 있다는 뜻이다. 대체 어떤 곳이 미소를 지었을까?

[기자파일]현대기아차의 '60%' 마지노선

결론부터 말하면 먼저 현대차는 아니다. 3분기까지 승용 판매가 오히려 전년 대비 2만1,517대가 감소해서다. 그러니 아우디폭스바겐 판매 중지의 반사효과를 봤다는 일부 분석은 초점이 빗나갔다. 하지만 기아차는 전년보다 2만2,300대가 늘었다. 그런데 업계에선 기아차 판매 또한 수입차 하락의 수혜로 해석하지 않는다. 현대차 판매를 기아차가 빼앗은 것으로 보는 게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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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주목할 곳은 르노삼성과 쉐보레다. 양사는 3분기까지 내수 판매를 각각 1만4,439대와 1만4,908대 늘렸다. 둘을 합치면 2만9,000대 가량이고, 쌍용차가 늘린 4,786대를 포함하면 3만4,000대에 달한다. 현대차와 수입차에서 줄어든 3만8,200대와 맞먹는다. 그러니 현대차가 내어준 시장은 기아차를 제외한 3사도 골고루 나눠가졌다.

물론 후발 주자의 약진은 신차 효과가 컸다. 특히 중형과 소형 SUV 시장에서 선전이 거셌다. 르노삼성은 SM6, 쉐보레는 말리부, 쌍용차는 티볼리가 우뚝 섰다. 커지는 소형 SUV 시장에서 쌍용차가 존재감을 드러냈고, 주력인 중형은 르노삼성과 쉐보레가 신차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러니 줄어든 수입차, 그 중에서도 폭스바겐 구매 예정자가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브랜드로 옮겨갔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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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점을 들어 수입차가 주는 '프리미엄' 효과도 이제 사라진다는 게 자동차업계의 평가다. '수입차'라는 단어가 은근히 풍겼던 '프리미엄' 이미지가 적어도 폭스바겐급에선 옅어진다는 뜻이다. 판매를 분석해보면 폭스바겐 판매대수가 다른 수입차로 가지 않고, 국산차로 집중됐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현대기아차가 올해 말까지 내수 승용 점유율 60%를 지키겠다는 내부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 3분기 달성했던 승용 내수점유율이 62.8%에서 61.9%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기아차가 선전했지만 현대차가 주춤하면서 60%라는 마지노선마저 깨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적지 않다는 의미다. 하지만 후발 주자의 추격이 과거와 달리 거센 만큼 전문가들은 '60%'라는 저지선마저 뚫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말한다.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후발 주자 또한 내수 점유율을 높여야만 지속 성장이 수반될 수 있어서다. 물론 성장을 향한 욕구는 크고 작은 수입사 또한 마찬가지다.

[기자파일]현대기아차의 '60%' 마지노선

국내 완성차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전문가들은 제 아무리 시장이 커져도 연간 판매 200만대를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등록대수가 2,170만대에 달하는 데다 젊은층 인구가 줄고 있어서다. 자동차 1대당 2.5명 수준인 보유대수가 선진국 수준인 2.0명 미만으로 내려올 것이란 예측도 있지만 대중교통의 발달, 공유경제의 확산, 그리고 휴대용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편화가 신차 판매 증대의 걸림돌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래서 앞으로 시장 경쟁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젊어지는 소비자는 특화된 제품으로 시선을 돌린다. 주력이 아니라 틈새의 경쟁을 주목해야 한다는 조언이 쏟아지는 배경이자 현대기아차가 60%의 마지노선을 지키기 위한 방법이다. 얼마 전 만난 현대차 상품팀 관계자도 비슷한 말을 했다. "제품 종류가 여전히 부족하다. 그걸 언제, 어떤 성격의 제품으로 메워 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