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남 기자 jo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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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이직·성공 확률까지 분석…구글의 질주 이끈 '데이터 인사혁신'
기업경영에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은 무엇일까. 재무, 연구개발(R&D), 브랜드 전략, 고객관계 관리, 생산설비의 효율화 등 최고경영자(CEO)의 머리를 아프게 하는 많은 영역의 이슈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많은 최고의사결정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가장 근본적인 고민거리는 역시 사람을 관리하는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의 수많은 의사결정은 사람이 내리는 까닭에 사람을 잘 관리하면 좋은 의사결정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인사관리의 핵심은 관계관리에 기반한다. 인간관계는 근본적으로 주관적이고 상호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모든 경영 영역들이 데이터에 기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하는 물결 속에서도 인사관리 분야는 저항이 가장 심한 영역으로 남아있다. 끝없는 혁신으로 21세기 가장 성공적인 기업 중 하나가 된 구글의 성장동력은 인사관리 혁신으로부터 유래한다. 그리고 구글의 인사관리는 철저히 데이터에 기반한다. 예를 들면 구글뉴스, 지메일(gmail), 애드센스 등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들을 탄생시킨 ‘20% 타임’, 공짜음식과 다양한 놀이 공간 및 활동들의 제공 등 파격적인 정책들은 모두 데이터에 근거해 도출되고 운영되는 정책들이다.

구글은 인재관리(HR·Human Resource)라는 용어 대신 인재운영(People Operations)이란 용어를 쓴다. 생산설비, 프로세스 관리 등에 주로 적용되는 과학적인 운영기법을 뜻하는 운영관리(Operations Management) 영역으로 본다는 의미다. 또 인사를 운영하는 주체를 인재 분석팀(People Analytics)이라고 부른다. 역시 기업 인재들을 분석의 대상으로 본다는 철학이 뚜렷하다. 인사관리 분야 전문가인 존 설리번 박사가 파악한 구글의 혁신적인 인사운영 사례 중 몇 가지를 살펴보자.

첫째, 구글 내부 데이터를 분석해 성공적인 매니저의 중요성과 조건을 밝혀내고, 이 조건들을 8가지 요소로 정리해 1년에 두 차례씩 직원들로부터 평가받도록 했다. ‘공기 프로젝트(project oxygen)’라 명명된 이 프로젝트는 꼭 필요한 상위 직급자의 자질을 정착시키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했다. 이를 벤치마킹한 국내외 많은 기술 및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들이 비슷한 인사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둘째, PiLab(People & Innovation Lab)을 운영해 사회학적 실험을 통해 가장 효율적으로 인재를 관리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을 파악한다. 여기에는 직원들이 가장 만족해 하는 동기부여 방식을 파악하고 건강 증진을 위한 과학적인 실험들도 포함된다.

셋째, 최근 많은 기업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예측적 분석학(predictive analytics) 기법들을 활용해 직원들의 이직확률 계산모형을 통한 선제적 이직방지, 효율적인 작업환경 구축 등에 활발히 활용한다.

넷째, 이런 분석학 기법들을 직원 채용에 활용하는 데 특히 구글에서는 성공할 확률에 대한 분석학 모델을 기반으로 채용하고, 인터뷰 절차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효율적인 모델로 설계한다.

다섯째, 역시 데이터를 통해 혁신활동은 학습, 협업, 재미의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될 때 극대화된다는 점을 파악하고 이 요소들을 높일 수 있도록 과업의 부여 방식이나 물리적 환경의 개선 등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이외에도 직원들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를 정확히 계산해 이를 근거로 자원배분 의사결정을 하는 등 데이터에 근거한 인사정책은 전사적인 기업문화로 자리 잡았다.

2004년 기업공개를 한 구글은 전 세계 시가총액 상위기업 중 가장 젊은 기업이다. 때문에 다른 거대기업들에 비해 처음부터 전통적인 관계기반의 인사정책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한 인사정책이라는 혁신을 정착시키기가 용이했다. 또 구글은 창업자 및 임원들로부터 많은 기술자들까지 대부분 구성원이 분석적인 역량과 문화를 가지고 있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인사정책의 이해와 수용이 원활했다.

또 다른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인 SAP사의 경우 ‘석세스 팩터스’라는 클라우드 기반의 인재관리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지점들의 인재 수요와 공급 현황을 관리한다. 이를 통해 조직 효율성이 증대되고 근무제도가 유연해지며 신속한 보상도 가능해졌다. 또 지속적으로 직원과 상호작용하는 ‘SAP 토크’라 불리는 평가시스템을 통해 성과를 최적화하고 향상시키는 방법을 꾸준히 토론한다. 결국 데이터를 통한 인재관리시스템으로 기업 성과도 증대하고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 및 개인 발전도 함께 달성하게 됐다.

사물인터넷(IoT)과 소프트웨어기술 등의 급속한 발전은 데이터 기반 인적자원관리가 가까운 미래에 더욱 활성화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MIT 미디어랩 출신의 와버 박사가 창업한 소시오메트릭 솔루션스(Sociometric Solutions)사는 ‘사회적 센싱기술’을 활용해 기업 내부의 소통메커니즘을 파악하고, 협업을 활성화하며 조직구조의 혁신을 달성하는데 활용하도록 돕는다. 이 기술이 활성화되는 데 가장 큰 난관인 인권 및 개인정보 보호 등의 이슈들을 해결하는 제도적, 윤리적 장치들도 함께 연구하고 있다. 아이디얼(Ideal)사는 심리측정(psychometric) 프로그램을 활용해 기업에 가장 적합한 직원을 선별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신규직원 채용관련 복잡한 프로세스와 서류를 간결하고 일원화해주는 시스템, 직원들의 출퇴근 및 휴가 활용 등 모든 스케줄을 관리해주는 프로그램 등이 이미 상용화돼 있다.

반면 대부분 기업들에 데이터에 기반한 인적자원관리는 전폭적인 수용이 쉽지 않다. 딜로이트 컨설팅의 조사에 의하면 대기업의 78%는 데이터 기반의 인사시스템이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지만 7%만이 인사데이터를 제대로 분석하고 활용할 역량이 있다고 한다. 또 위에서 언급한 인사관리의 각종 데이터를 관리하고 업무들을 자동화하며 분석하는 전문 시스템과 프로그램들의 활용도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사람을 다루는 영역에는 사람의 전문성과 경험이 훨씬 중요하다는 인식과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이 정착되지 않은 문화적 배경 등이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또 일반적으로 기업 인사관리 종사자들이 통계, 수학, 전산과 같은 데이터 분석의 학문적 배경이 약한 경향이 있다는 점도 원인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기술에 의해 인사 분야 종사자의 역할이 줄어들 가능성을 염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경영의 근간인 인사관리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기업경쟁력의 원천임을 자각하는 기업일수록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일례로 데이터 기반의 인재 채용과 관리에 기반한 구글은 전 세계에서 분야별 최고 인재들을 뽑아 활용한다. 기술 분야는 물론이고 언론, 의료, 자동차, 연예산업 등 구글의 사업 영역이 미치는 모든 업체들은 구글에 인재를 빼앗기거나 좋은 인재를 영입할 가능성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글로벌시장에서 힘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이 꼭 생각해 봐야 할 명제가 아닌가 한다.

글로벌 음식서비스 시스코, 직원 만족도 올려주니 5000만불 절감

시스코(Sysco)사는 100개 이상의 사업조직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5만1000여명의 직원과 40만명의 고객을 지닌 글로벌 음식 서비스 업체다.

이 회사는 각 사업조직에 대해 작업환경 및 만족도, 생산성, 직원유지율 등을 중심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직원 만족도가 높은 사업조직의 매출이 높고 비용이 절감되며, 직원 유지가 더 잘 되고 고객충성도도 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또 직원 만족도를 효율적으로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도 도출됐다. 특히 배달업무 관련 직원들의 영향력이 높다는 것을 알고 이 직원들의 만족도 향상에 주력해 직원 유지율을 65%에서 85%까지 높였다. 이들의 만족도가 떨어지는 기미가 보이면 바로 이를 상쇄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결과적으로 이 회사는 약 5000만달러 이상의 비용절감효과를 거뒀고 급속한 매출 신장을 달성했다.

다우케미컬은 4만명 직원들의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화학업종의 경기순환을 고려한 직원수요예측모델을 구축했다. 특히 직원들을 연령별, 직군별로 세분화하고 인사정책, 외부환경요인 등의 변수에 대한 시나리오 분석도 가능한 모델을 개발해 다양한 위험요인에 대처할 수 있는 인사시스템을 갖추게 됐다.

오정석 < 서울대 경영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