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대학 순위 51위(중국 3위)인 상하이 푸단대가 내년 입시부터 서울에서 한국인 유학생을 위한 본고사 시험을 치른다. 푸단대가 중국 외 다른 나라에서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입학 시험을 치르는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중·고교 때 중국에 건너가 대입을 준비하는 조기 유학 대신 국내에서 준비해 입학시험까지 보는 ‘안방 유학’이 늘어날 전망이다.

5년 만에 푸단대 ‘서울 시험’ 재개

23일 교육계에 따르면 푸단대는 내년 4월 말 대학 입시 감독관 입회 아래 서울에서 중국과 동시에 대입 본고사를 치르기로 했다. 중국 대학 가운데 ‘서울 시험’을 치르는 곳은 총 9곳이다. 이 가운데 상하이에 있는 대학은 푸단대와 함께 세계 대학 순위 100위권에 포함된 상하이교통대(70위), 상하이사범대, 화둥사범대 등 4곳이다. 나머지 5개교는 베이징사범대 등 베이징에 있는 대학이다. 중국 대학들이 ‘서울 시험’을 확대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많아서다. 2003년께부터 본격화된 중국 유학은 2007년 유학생 수가 7만6412명으로 급증해 정점을 찍었다. 이후 줄어들기 시작해 2013년엔 5만명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5만8120명으로 다시 증가 추세로 돌아섰다.

中유학 ‘간판’에서 ‘실용’으로

중국 유학은 만 18세 이상, 고교를 졸업했거나 그에 상응하는 학력을 갖고 있으면 누구나 가능하다. 지원 자격이 까다롭지 않은 데다 중국 대학들이 정원의 10%가량을 외국인 유학생에게 할당하고 있다. 최근 들어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우선 지역이 다변화하고 있다. 장쑤, 저장, 후베이, 쓰촨성을 비롯해 충칭직할시 등에 있는 지역 명문대의 경쟁률이 치열한 인기학과에 지원하는 학생이 늘고 있다. 문과 일색이었던 데서 벗어나 이과 지원자들이 나오고 있는 것도 또 다른 변화다. 이과는 중국어로 된 과학 과목 시험을 추가로 봐야 하기 때문에 진입 장벽이 높다. 하지만 문과보다 상대적으로 취업에 유리하다.

유재승 이얼싼중국어학원 대표는 “국내 기업들이 중국 지역별 전문가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며 “유학생들이 중국 내 대기업 취업까지 감안해 실용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985공정’ ‘211공정’ 등 국가 프로젝트의 하나로 추진 중인 ‘일류대학 건설’도 이 같은 변화의 배경으로 꼽힌다. ‘985공정’이란 세계 일류대학 건설 프로그램으로 대상 대학 수는 39곳이다. 21세기를 맞아 세계적 수준의 일류대학 100개를 육성하겠다는 게 ‘211공정’이다. 전국 118개 대학이 집중 지원을 받고 있다.

박동휘 한국경제신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