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빨리 개발을 마쳤더라면….’

지난해 여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가 유행했을 때 이창선 인텍 대표는 마스크 개발을 좀 더 서두르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메르스에 대한 걱정과 두려움 때문에 마스크가 불티나게 팔렸지만 인텍은 새로운 마스크를 개발하기 위한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었다. 마스크는 일회용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필터만 교환하면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였다.

○엉성한 디자인…싸늘한 시장 반응

인텍은 플라스틱 사출업체로 2013년 7월 설립됐다. 플라스틱 가공 기술로는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었지만 이 대표는 좀 더 욕심이 났다. 인텍이 보유한 기술을 응용한 완제품을 내놓고 싶었다. 일회용이 아닌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마스크 개발에 나섰다. 이 대표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2009년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친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마스크를 교체하거나 빨아서 써야 하는 게 너무 불편했다”며 “인텍의 기술력이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생각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인텍의 기술력이면 얼굴 형태와 잘 맞아떨어지는 플라스틱 마스크를 손쉽게 제조할 수 있다는 이 대표의 계산이 있었다. 필터는 벨크로(찍찍이)를 이용해 마스크 안에 붙이기만 하면 됐다.

2013년 12월 첫 마스크가 완성됐다. 대형 유통업체 상품기획자(MD)들을 따라다니며 제품의 장점을 설명했지만 뜻밖에도 반응은 싸늘했다. 공통된 대답은 ‘기능은 좋지만 디자인이 너무 형편없다’는 것. 이 대표는 “공포영화 ‘13일의 금요일’에 나오는 살인마 제이슨의 하키마스크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에 빠졌다”며 “첫 제품 실패는 디자인의 중요성을 깨닫는 값비싼 수업료가 됐다”고 말했다.

○약국·편의점 판로 늘린다

이 대표는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전문 디자이너와 손잡고 작업하며 구조 개선과 디자인 혁신을 이뤄냈다. 지난해 여름 메르스 때문에 급증한 마스크 소비는 인텍이 개발 중인 마스크의 시장 수요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6개월여가 더 지난 올해 3월 인텍은 ‘후아마스크’를 시장에 내놨다. 프리미엄 제품인 ‘오펜가드’는 도로 위를 달리며 매연을 들이마실 수밖에 없는 자전거 라이더에게 초점을 맞추고 개발했다. 스키마스크과 비슷한 디자인이어서 멋스러울 뿐 아니라 사고 발생 시 안면 부상을 막을 수 있도록 했다. 의료 현장에 어울리는 ‘디펜가드’ 제품과 함께 어린이가 좋아할 수 있도록 캐릭터를 넣은 제품도 출시했다. 지난 6월에는 인기 캐릭터 ‘라바’와 정식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해당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 출시를 앞두고 있다.

제품명 후아마스크는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소리에서 따왔다. 유해오염물질을 94% 이상 차단해 세균이나 바이러스도 막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 이 대표는 “플라스틱 마스크에 필터를 붙이는 형태기 때문에 입과 필터 사이에 공간이 있어 일반 마스크보다 숨쉬기가 편하다”며 “운동 중 착용해도 숨이 차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텍은 중국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 11일 1만개 납품 계약을 마쳤다. 중국 시장 반응에 따라 월 10만개 이상을 추가로 주문하는 연간 60억원 규모 본계약을 이어서 추진할 계획이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