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리리 트라이벨루가 대표가 지난 16일 중국 하이난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트라이벨루가의 사업 방향과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트라이벨루가 제공
뤄리리 트라이벨루가 대표가 지난 16일 중국 하이난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트라이벨루가의 사업 방향과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트라이벨루가 제공
지난 16일 저녁 중국 최남단 하이난섬 그랜드하얏트호텔 그랜드볼룸에서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두 곳의 시연 행사가 열렸다. 리모컨 대신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TV 등 가전제품을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한 브이터치, 농장에 센서를 달아 습도나 조도 등을 자동 조절하고 농장에 필요한 물품 구입까지 이뤄지게 하는 ‘스마트 농장관리’ 업체 엔씽이었다.

중국 미국 싱가포르 등 세계 12개국에서 온 기업인과 기관투자가, 기술 전문가, 기자 등 200여명이 설명을 듣고 제품을 체험했다. 패트릭 버트 미국 실리콘밸리 팰로앨토 시장은 “특정 시장에 국한된 게 아니라 보편적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이어서 유니콘(기업가치가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 안착시켜 이익 공유”

이번 행사를 주최한 곳은 중국계 자본으론 처음 본격적으로 한국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이들의 마케팅과 해외 진출을 돕는 트라이벨루가란 기업이다. 중국 쓰촨성 청두를 중심으로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있는 진린그룹의 린루오 회장 딸 뤄리리 대표(30)가 이끌고 있다.

뤄 대표는 2014년 10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6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임대해 트라이벨루가와 함께 이들 스타트업을 입주시켰다. 투자, 마케팅, 기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트라이벨루가와 스타트업이 같은 공간에서 전략을 짜고 사업 모델을 구체화하는 작업을 했다.

뤄 대표의 목표는 단순한 지분투자와 자본이득이 아니었다. 기존 벤처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보다 멀리 내다보려 애썼다. 7~8년 이상을 바라봤다. 이들 스타트업의 기술을 상용화하고 중국 시장에 안착시킨 뒤 이익을 공유하는 밑그림을 그렸다.

브이터치와 엔씽을 택한 것도 중국에서 충분히 통할 아이템이란 판단 때문이다. 검토 대상이었던 2000여개 한국 스타트업 중 가장 ‘궁합’이 맞았다. 뤄 대표는 “브이터치의 경우 (모친의) 부동산 개발과 연계하면 중국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린그룹이 중국 내 ‘세인트레지스’ 등 레지던스 및 호텔 사업을 하고 있는 것도 감안했다. 세인트레지스는 쉐라톤 W 등 글로벌 호텔 브랜드를 거느린 스타우드그룹의 최상위급 호텔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도 기존 스타트업 투자사와는 다른 방식이다. 수십 혹은 수백 곳에 투자한 뒤 몇 곳에서 ‘대박’을 내는 전략이 아니다. 고를 때 깐깐하게 보고 한 번 손을 잡으면 끝까지 투자한다. 트라이벨루가는 2개 스타트업 이외 추가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 뤄 대표는 “나는 결국 사람에게 투자한 것이고 이들 창업가의 비전을 믿는다”고 말했다.

◆“韓·中·美 아우르는 플랫폼”

부동산 재벌 2세인 뤄 대표는 자신의 인맥과 네트워크를 거리낌 없이 이들 스타트업에 연결해주고 있다. 트라이벨루가 설립 3년 기념식을 겸한 이날 행사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장남 이규호 코오롱인더스트리 상무보 등도 참석했다. CCTV 등 중화권 내 유력 매체를 불러 소개하기도 했다.

뤄 대표는 한국뿐 아니라 자신의 고향인 청두에도 트라이벨루가 사무실을 조만간 낼 예정이다. 한국에서 쌓은 경험을 기반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뤄 대표는 “애플 아이폰보다 더 디테일한 갤럭시S 시리즈를 만들어낸 한국의 뛰어난 기술과 중국의 거대한 시장,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엮는 ‘크로스보더 혁신 사업 플랫폼’ 기업이 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하이난(중국)=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