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미국 패션 브랜드 ‘클럽모나코’의 국내 판권 인수를 추진 중이다. 현재 SK네트웍스가 라이선스를 보유한 클럽모나코가 신세계 손으로 넘어가면, 클럽모나코를 포함한 패션사업 전체를 현대백화점에 매각하려는 SK네트웍스 계획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SK네트웍스와 현대백화점의 패션 사업 인수합병(M&A)에 신세계가 변수로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패션사업 놓고…신세계-현대백화점 '4년 악연'
◆클럽모나코를 둘러싼 삼각관계

신세계그룹 산하 패션 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날(SI)은 클럽모나코의 국내 판권을 인수하기 위해 클럽모나코 미국 본사와 협상 중이라고 16일 밝혔다. SK네트웍스가 내년 3월까지 보유한 클럽모나코의 국내 판매 독점권을 가져오면 현재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 해외 명품 브랜드 아르마니, 지방시 등과 시너지가 날 것으로 SI는 기대하고 있다.

클럽모나코는 유행을 크게 타지 않는 고급 패션 브랜드로 알려져 있다. 타미힐피거와 함께 SK네트웍스의 해외 브랜드 사업 중 가장 큰 매출을 올리고 있다. 2014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여성복 중심에서 신발과 핸드백, 액세서리, 남성복 등으로 클럽모나코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SK네트웍스 관계자는 “클럽모나코는 내부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는 브랜드로 패션 사업에서 흑자를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네트웍스는 클럽모나코와 타미힐피거, DKNY 등 해외 6개 브랜드와 오브제, 오즈세컨 등 자체 브랜드 6개를 합쳐 총 12개 패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다. 2011년 이후 패션사업에서 5000억원대 매출과 300억~500억원대 영업이익을 냈다. 지난해 매출은 5652억원으로 선방했지만 이익 규모가 164억원으로 뚝 떨어져 돈 되는 브랜드에 속하는 클럽모나코의 중요성이 크다는 평가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의 악연

신세계가 클럽모나코 판권 인수를 추진 중인 점은 SK네트웍스 패션 사업 인수 협상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에 대해 SI 관계자는 “클럽모나코 본사와 접촉한 것은 맞지만 아직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해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신세계그룹은 패션 브랜드 판권을 놓고 여러 차례 부딪쳤다.

현대백화점그룹이 2012년 패션업체 한섬을 인수할 당시 한섬이 취급해온 해외 브랜드 지방시와 셀린느 판권을 SI에 빼앗겼다. 현대백화점이 주 수입원 역할을 해온 이탈리아 프리미엄 브랜드인 에르노와 끌로에 판권도 내년부터 SI로 넘어간다.

이 때문에 한섬의 주요 브랜드인 타임과 마인이 지난달 9일 정식 개장한 신세계그룹의 복합쇼핑몰 스타필드하남에 입점하지 않았다는 게 유통업계의 분석이다.

한섬을 통해 국내 패션 부문 5위에 있는 현대백화점이 SK네트웍스 패션사업을 인수하면 SI를 누르고 삼성물산과 LF에 이어 국내 3위 패션 업체가 된다. 업계 관계자는 “SK네트웍스가 판권을 가진 타미힐피거가 국내에 직접 진출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고, 신세계가 클럽모나코 판권을 인수하려 하는 등 변수가 많아 현대백화점과 SK네트웍스의 패션 사업 매각 협상이 순탄하게 추진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이수빈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