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유진 기자]
‘아버지의 마지막 산’ / 사진제공=SBS
‘아버지의 마지막 산’ / 사진제공=SBS
故박영석 대장의 둘째 아들 박성민(21)씨가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안나푸르나를 찾았다.

16일 방송된 SBS 일요특선 ‘아버지의 마지막 산’에서는 지난 2011년 10월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남벽 코리아 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실종된 박영석 대장의 발자취를 따라나서는 박성민 씨와 당시 히말라야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김진성, 진재창, 이한구, 송준교, 김영미 등 10여 명의 원정 대원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는 안나푸르나 원정 당시 박영석 대장의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그는 “호랑이는 들판을 뛰어 다녀야지, 사냥을 하고 그게 호랑이지, 그래서 전 탐험가의 운명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죽는 그 날까지 탐험을 할 거 같아요. 등산을 하고”라며 확고한 신념을 드러냈다.

히말라야 14좌 완등, 7대륙 최고봉 등정, 남·북극점 도달이라는 산악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인류 최초의 인간 박영석.

해외 원정 때문에 졸업식, 명절, 생일 때 가족과 함께 하지 못했던 아버지이지만,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 크기도 했고, 때론 아버지가 거대하고 넘어서기 쉽지 않은 산처럼 느껴지는 시기도 있었다.

박성민 씨에겐 이번 안나푸르나 등반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중학교 때 무릎 인대가 끊어져 수술한 이후 장시간 걸으면 통증이 오는 후유증을 겪고 있는 그는, 2008년에 에베레스트 등반 중인 아버지를 만나러 히말라야에 올라가다 고소증세가 심해 3천 미터 이상 오르지 못하고 중도에 하산한 일도 있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박성민 씨는 지난 7월, 생전에 박영석 대장이 만들어 13년째 운영되고 있는 대학생 국토순례를 허영만 화백과 참여했고, 아버지가 해외원정 가기 전에 늘 훈련했다는 한라산에 오르기도 했다.

등반시기가 아닌 8월은 히말라야에 비가 많이 오는 우기다. 비행기나 헬기가 잘 운행하지 않는 악조건 속에서도 이번 추모 등반을 시작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빙하가 녹으면서 얼음 속에 있던 퇴적물들이 노출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혹여 실종자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종 1년 후, 2012년에도 원정 대원들이 다시 한 번 수색활동을 했지만 장갑조차 찾지 못했다. 그 후 4년 만에 사고지점인 안나푸르나 남벽까지 항공수색을 했다. 이 때 아버지의 죽음을 처음으로 실감했다는 박성민 씨.

산에서 돌아올 수 없는 아버지를 찾아 안나푸르나로 향한 아들 박성민 씨는 아버지가 걸었던 그 길을 오르며 아버지가 남긴 것이 무엇이고, 자신에게 어떤 존재였는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유진 기자 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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