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청약자들이 이달 개관한 ‘래미안 장위퍼스트하이’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 단지에는 올해 서울 강북권에서 가장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삼성물산  제공
예비 청약자들이 이달 개관한 ‘래미안 장위퍼스트하이’ 모델하우스에 들어가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이 단지에는 올해 서울 강북권에서 가장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삼성물산 제공
서울 재건축 열풍이 강남에서 강북 지역으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달부터 연말까지 강북지역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해 1만6000여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9000여가구다. 강남 지역 대비 1.3배(일반분양 기준)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00여가구보다는 약 세 배나 증가했다. 강남 재건축 열풍 영향 등으로 최근 분양한 아파트가 청약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향후 공급 물량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마포구, 성북구, 은평구, 중랑구 등에 물량이 집중 공급된다.

○마포구, 성북구 단지 청약 흥행

16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망원1구역을 재건축하는 ‘마포 한강 아이파크’는 최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163가구 모집에 9112명이 몰리며 평균 55.9 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올해 강북 지역 최고 기록이다. 지난달 분양된 서울 성북구 장위1구역 ‘래미안 장위1’도 1순위 청약에서 21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나타냈다. 이 단지는 계약 개시 후 5일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반포, 개포 등을 중심으로 불고 있는 강남 재건축 열풍이 강북지역 분양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중도금 대출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올해 ‘강남 3구’에서 분양한 재건축 단지들은 청약 경쟁률 최고 기록을 갈아치우며 흥행했다. 올해 대표 강남재건축 단지로 꼽힌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와 반포동 ‘아크로리버뷰’는 각각 1순위 청약에서 100.61 대 1과 306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강남 재건축 열풍, 강북으로 번지나
○강남 재건축 대비 낮은 분양가 매력

분양권 전매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강남에서 강북으로 넘어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북 지역에 앞서 공급된 단지 분양권은 높은 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의 얘기다.

내년 입주를 앞두고 있는 서대문구 ‘북아현 e편한세상 신촌’ 전용 84㎡ 분양권에는 1억원 이상의 웃돈이 붙었다. 올해 3월 분양한 은평구 녹번동 ‘힐스테이트 녹번’ 전용 84㎡ 분양권 가격도 분양가보다 5000만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대문구에서 4월 분양한 ‘홍제원 아이파크’는 전용 84㎡ 분양권이 최고 3000만원 오른 가격에 거래된다.

강남 재건축 대비 낮은 분양가에 가격 저항감이 덜한 것도 청약 흥행의 원인이란 분석이다. ‘마포 한강 아이파크’ 분양가는 3.3㎡당 평균 2200만원이다. 비슷한 시기에 공급된 ‘아크로리버뷰’ 분양가 4194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래미안 장위1’과 ‘래미안 퍼스트하이’ 분양가는 각각 3.3㎡당 1540만원과 1560만원이었다.

○연내 일반분양 9000가구 예정

4분기 강북 지역 분양 물량은 마포구, 성북구, 은평구 등에 집중돼 있다. 마포구에서는 총 3470가구가 공급된다. 이 중 일반분양 물량은 1661가구다. 이달 GS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각각 대흥동과 신수동 일대에 ‘신촌그랑자이’와 ‘신촌숲 아이파크’를 분양할 예정이다. SK건설도 공덕동 일대에서 다음달 분양을 준비 중이다.

성북구에서는 총 2653가구가 공급돼 1491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삼성물산이 ‘래미안 장위1’에 이어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를 분양 중이다. 다음달에는 석관동 일대에 ‘래미안 아트리치’를 공급할 예정이다. 은평구에는 2457가구가 공급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887가구다. 수색4구역은 롯데건설이, 응암10구역은 SK건설과 현대산업개발이 재개발해 오는 11월과 12월 아파트를 분양한다.

이외에도 중랑구 2002가구, 동대문구 1900가구, 서대문구 1622가구, 강북구 1028가구, 노원구 771가구, 용산구 478가구, 중구 176가구 등이 연내 공급을 앞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공급 과잉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서울시 내 물량은 상대적으로 적어 무리 없이 분양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김지연 리얼투데이 리서치센터 팀장은 “8·25 부동산대책 등 정부가 공급 억제에 적극 나서고 있고 사대문 안 재개발도 어려워지면서 서울 재개발·재건축의 희소가치가 더욱 높아졌다”며 “강북은 강남 재건축 대비 가격 부담이 적고 주거 환경도 나쁘지 않아 투자 수요, 실수요 모두 몰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