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중 항우울제를 복용하면 출산한 아이가 언어장애와 말 장애(speech disorder)를 나타낼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언어장애는 의사 전달에, 말 장애(구어장애)는 언어를 음성으로 표현할 때 명확성, 유창성 그리고 음질에 문제가 있는 경우를 말한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메디컬센터 정신의학 전문의 앨런 브라운 박사 연구팀이 1996~2010년 사이에 핀란드에서 태어난 아이 5만6천여 명과 어머니를 대상으로 아이가 최장 14세 될 때까지 추적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라이브 사이언스(LiveScience)가 12일 보도했다.

임신 중 신세대 항우울제인 선별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를 최소 2번 이상 사용한 여성(28%)이 출산한 아이들은 우울증이 있었지만 항우울제를 복용하지 않은 여성(17%)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에 비해 언어장애와 말 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37%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브라운 박사는 밝혔다.

이런 아이들은 또 우울증이 없었고 항우울제도 사용하지 않은 여성(55%)의 아이들보다는 언어장애와 말 장애가 나타날 위험이 63%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들이 언어장애와 말 장애 진단을 받은 평균 연령은 4세였다.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난 이유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임신 중 복용한 항우울제가 태아의 뇌, 특히 언어와 말을 관장하는 뇌 부위의 발달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브라운 박사는 설명했다.

또 어머니의 우울증 자체가 원인일 수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SSRI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신경전달물질 세로토닌의 재흡수를 막음으로써 세로토닌이 좀 더 오래 뇌에 잔류하게 해 기분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는 신세대 항우울제로 셀렉사, 렉사프로, 팍실, 프로작, 졸로프트 등이 있다.

이 연구결과는 미국 의사협회(AMA) '정신의학'(Psychiatry) 최신호(10월 12일 자)에 게재됐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skh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