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성대출 제외하고는 1%대 없어…김재수 장관 예외적 사례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1%대 농협은행 특혜 대출이 논란인 가운데 이 은행이 신규 대출자에게는 연 2% 미만 금리를 적용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의원이 농협은행에서 제출받은 1%대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2012년 농협은행 설립 이후 지난 달 말까지 이 은행이 한 가계대출 중 일반 주택담보대출을 1%대로 취급한 사례는 없었다.

대출 취급 시점에 연 1%대 금리로 대출한 사례 총 322건 중 주택금융공사의 정책모기지론이 272건(84.4%)을 차지했다.

보금자리론 등 정책모기지론의 기본금리는 연 2.40∼2.65%(10월 기준)이지만, 장애인,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에 금리 혜택을 주기 때문에 우대혜택을 최대한 받을 경우 연 1%대 대출이 가능하다.

다만 10∼30년의 장기로 고정금리만 선택할 수 있고 원리금을 분할상환해야 한다.

은행은 사실상 판매 창구 역할만 하는 정책성 대출이다.

1%대 가계대출 중 45건(14.0%)은 지방자치단체 협약대출 건이었다.

대부분 소상공인이나 취약층이 대상으로, 지자체가 금리 차이를 은행에 보상해주는 이차(利差) 보전 상품이기에 저금리가 가능한 구조다.

이밖에 보증기관 보증이 들어가는 전세대출이나 중도금대출에 예외적으로 1%대 대출이 소수(5건) 있었다.

그러나 주택을 담보로 제공해 돈을 빌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1%대 대출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연 1.25%로 낮아지고 시장금리도 그보다 조금 높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가산금리가 붙기 때문에 대출 취급 시점에 연 1%대로 주택담보대출을 받기란 사실상 거의 모든 은행에서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금융상품통합비교공시 사이트 '금융상품 한눈에'를 보면 아파트를 담보로 3억6천만원(만기 10년·변동금리)을 빌릴 때 적용받을 수 있는 은행권 최저금리는 연 2.19%(12일 기준)였다.

반면 '황제대출' 논란을 일으킨 김재수 장관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1.4%대로까지 떨어질 수 있었던 것은 시장금리에 빠르게 연동되는 변동금리부 대출을 받은 상황에서 농협은행에서 적용받은 가산금리가 0%에 가까웠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란 게 농협은행 관계자의 설명이다.

은행권 시중금리 연동 대출의 기초가 되는 3년 만기 은행채(AAA등급)의 수익률은 6월 말 1.3% 수준으로까지 떨어진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앞서 김 장관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 시절인 지난 2014년 6월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올해 8월 기준으로 대출 잔액은 3억2천만원에 금리가 연 1.42%로 적용돼 특혜 시비가 일었다.

이는 농협은행 전체 담보대출자 80만여 명 가운데 6번째로 낮은 금리 수준이다.

농협은행 한 관계자는 "2014년만 해도 특별고객에게 가산금리를 아주 낮게 적용하는 게 가능했을 수 있지만, 이제는 시중금리가 1%대로 낮기 때문에 그 수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결국 이제는 김 장관에게 적용했던 수준의 우대혜택을 제공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한편 은행에서 1% 미만의 금리로 대출은 받은 사람도 2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대부분은 농협에서 돈을 빌렸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금리대별 대출자 현황 자료를 보면 6월 말 현재 은행으로부터 1% 미만 금리로 대출한 사람은 2만1천338명으로, 이 중 1만7천768명(83.3%)이 농협 대출자였다.

신용등급별로는 5등급 이상 신용자가 1만7천862명(83.7%)로 대부분이었고, 6등급 이하 중·저신용자가 3천476명(16.3%)이었다.

박용진 의원은 "시중은행에서도 고위공직자를 상대로 하는 특혜대출이 있었는지 금융감독원이 전면적으로 조사하도록 주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