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래 한국점토벽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중국산 벽돌의 문제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김영래 한국점토벽돌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이 중국산 벽돌의 문제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점토벽돌업계가 이중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벽돌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중국산 점토벽돌 수입이 크게 늘고 있어서다. 점토벽돌업계는 “중국산 점토벽돌 일부가 100년이 넘는 ‘고(古)벽돌’로 포장돼 무분별하게 유통되고 있다”며 관계당국에 대책 마련을 호소했다. 김영래 한국점토벽돌공업협동조합 이사장(한일세라믹 대표)은 “위생과 안전성 등을 제대로 점검받지 않은 중국산 벽돌이 시장을 어지럽히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에 빠진 벽돌업계

점토벽돌 제조업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찍어내는 대로 ‘돈이 되는 사업’이었다.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신규 주택 수요가 급증하면서 벽돌만 찍어내면 수월하게 돈을 벌어들였다. 하지만 벽돌을 많이 사용하는 단독주택에서 시멘트를 주로 사용하는 아파트로 선호 주택 유형이 변하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수백개에 달하던 업체는 1990년대 140~150개로 줄었다가 지난해엔 27개로 급감했다. 연간 벽돌 수요도 20억~30억장에서 5억~6억장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중국 저질 폐벽돌이 고벽돌 둔갑…시장 어지럽혀"
수요가 정체됐지만 벽돌 생산 가마의 불은 끄기 어려운 실정이다. 가마를 한 번 껐다가 적정 온도인 1200도로 다시 올리려면 1주일가량이 소요된다. 김 이사장은 “대부분 업체가 가마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주문이 없어도 매일 벽돌을 생산하거나 ‘헛불’을 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벽돌 공장마다 쌓인 재고는 수십만장 수준이다. 점토벽돌 가격도 30여년 전 시세에서 멈췄다. 1987년 장당 180~200원이던 일반 벽돌 가격은 지금도 비슷하다. 고급 벽돌 가격은 장당 400원 안팎이다.

中 폐건축자재 유해성 심각

김 이사장은 점토벽돌업계의 최대 화두로 중국산 ‘고벽돌’ 문제를 꼽았다. 고벽돌은 오래된 건물에서 뜯어내 다시 사용하는 벽돌이다. 2000년대 초부터 카페나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인테리어용 소품으로 일부 사용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실내외용으로 모두 쓰이면서 수요도 늘고 있다.

김 이사장은 “고벽돌은 폐병원 화장실 소각장 등 어디서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알 수 없는 게 대부분”이라며 “폐건축자재에서 발생할지 모르는 유해성 문제도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국내에서 건축용으로 쓰인 벽돌은 재사용이 엄격하게 제한된다. 이 때문에 중국산 고벽돌도 최소한의 위생점검이나 안전성 시험을 거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점토벽돌과 관련한 국내 KS규격은 압축강도 24.50 N/㎟ 이상, 흡수율 10% 이하다. 강도가 높고, 흡수율은 낮을수록 품질이 좋다. 점토벽돌조합 관계자는 “상반기에 시중에서 유통되고 있는 중국산 고벽돌 5개를 무작위로 골라 자체 시험을 했다”며 “고벽돌의 평균 압축강도는 19.85 N/㎟, 흡수율은 14.72%로 KS 품질 기준에 크게 못 미쳤다”고 밝혔다.

고급 벽돌로 돌파구 모색

점토벽돌업계는 친환경 고급 벽돌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외부용이 아니라 실내 칸막이벽에 쓰일 수 있는 벽돌이다. 독일과 이탈리아 등 유럽에서는 보온·차음 효과가 뛰어난 점토벽돌을 칸막이벽에 주로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국내에서도 고급 주택이 증가하면서 친환경 벽돌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는 “소비자의 생활 환경과 특성에 맞춘 다양한 벽돌 개발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