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과거 날선 디자인은 역동으로 변모하고, 기술은 끝없이 진보하고 있어서다. 그래서 볼보는 태생인 북유럽, 다시 말해 실용과 기능성으로 유명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다. 지난 7월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글로벌 미디어 시승회에서 경험했던 S90 역시 마찬가지다. 역동과 간결이 묻어나면서 인테리어는 모던하다. '모던(modern)' 안에는 사용이 편리한 기능성이 담겨 있다. 최근 자동차 인테리어 화두로 떠오른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에 충실하다는 뜻이다. 타보고 조작해보면 그 느낌을 쉽게 알 수 있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디자인
볼보의 디자인 책임자인 토마스 잉겐라트(Thomas Ingenlath)는 S90의 디자인 모티브를 볼보 최초 2도어 스포츠 쿠페인 P1800에서 얻었다고 밝혔다. S90에 마이너스 옵셋 라디에이터 그릴을 적용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마치 P1800의 라디에이터 그릴을 가져와 약간의 변형만 거쳤을 뿐 거의 그대로의 모습이다. 그리고 헤드램프 중앙에 주간주행등(DLR)을 넣었는데, 그릴과 주간주행등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고급과 역동을 드러낸다.

사실 개인적으로 눈길을 끌었던 것은 보닛과 사이드의 캐릭터 라인이다. 보닛 가장 자리에서 시작된 캐릭터 라인 두 줄이 사이드 캐릭터 라인과 평행선을 이루며 단단한 느낌을 풍기는데, 한 마디로 '볼보답다'는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 그만큼 든든한 느낌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반면 뒷모습은 독창적인 스타일을 선택했다. 다시 말해 요즘 유행하는 가로형 램프 대신 'ㄷ'자형을 넣어 북유럽 디자인의 독창성, 그리고 볼보만의 가치를 부각시켰다. 물론 여기서 '가치'란 과거 S60 또는 S80 등의 디자인 정체성의 연속을 말한다. 더불어 리어 범퍼는 돌출형으로 구성했는데, 단단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어 안전에 대한 믿음을 주는 것 같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인테리어 표면 재질은 하이그로시 블랙이 많이 사용됐다. 그리고 세로형 덕트를 모니터 옆에 배치해 일체감을 높였다. 필요한 기능은 모두 모니터를 통해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덕분에 버튼과 스위치를 줄일 수 있었고,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인테리어가 매우 깔끔해 보인다. 게다가 모니터 터치 반응도 빨라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도 불만은 없을 듯하다. 계기판 중앙에 정보 표시창을 만들어 굳이 시선이 센터페시아를 향하지 않아도 된다. 속도계 지침 등도 디지털로 표시돼 간결하다. 전반적으로 북유럽 디자인의 기능성을 잘 담아냈다.

▲성능 및 승차감
시동을 거는 방법은 눌러야 작동되는 로직 방식이 아니라 로터리 스위치를 돌려야 한다. 그 뒤로 드라이브 모드 설정도 롤러 스위치 방식이다. 조작감을 확실히 주기 위한 의도인데, 처음은 어색하지만 쉽게 사용의 편리함을 느끼게 된다. 재미있는 것은 레버와 엔진 스위치가 마련된 위치와 수납공간이다. 둘을 명확하게 구분해 놓은 이유는 단순 시각을 떠나 꽤나 고심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이다. '운전자로부터 수납을 가까이 할 것인가, 아니면 주행에 필요한 버튼을 가까이 할 것인가'에서 운전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물론 이유는 기능 중심의 디자인을 살리기 위해서로 짐작된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먼저 T6 AWD를 경험했다. 2,941㎜에 달하는 넉넉한 휠베이스 덕분에 실내 공간이 충분하다. 엔진은 1,969㏄ 4기통 가솔린 직분사에 수퍼차저와 터보차저가 동시에 포함돼 있다. 저속이든 고속이든 움직이면 결코 성능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자신감이다. 실제 최고 320마력에 40.8㎏, 그리고 최대 2,075㎏의 중량은 단순 비율만 계산해도 달리기 성능을 무시할 수 없도록 만는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8단 자동변속기와 맞물려 어떤 속도 영역이든 최고 토크를 순식간에 끌어 올린다. 스페인 남부 말라가에서 영국령 지브롤터를 오가는 고속도로에서 거침없이 속도를 높였는데, 매우 안정감이 높다. 전혀 불안하지 않고, 풍절음도 크지 않다. 출발 전 볼보 관계자가 들려준 말이 이해됐다. 매력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안정감과 정숙성, 승차감으로 정리할 수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굳이 스포트 모드를 사용하지 않아도 고속의 안정감은 충분하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개인적으로 시승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가속페달의 답력과 스티어링 휠을 잡았을 때 느낌이다. 페달을 밟을 때는 부드러우면서도 확실한 절도감이 담겨 있다. 일정 속도까지 무리 없이 오르다 조금 더 밟으면 드라이버에게 '달릴 준비가 됐나'라고 묻는 것처럼 반응한다. 동시에 양손으로 스티어링 휠을 잡을 때 감기는 맛이 있다. 두 부분이 달리기를 유도하면 어쩔 수 없이 드라이브 모드가 자연스럽게 스포트로 옮겨지게 된다. 달리지 않으면 오히려 손해 보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승차감은 편안함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하지만 모드 변경을 통해 얼마든지 단단함을 조절할 수 있다. 요즘은 각 드라이브 모드를 명확히 구분해 운전자에게 선택에 따른 재미를 많이 주는데, S90 또한 예외는 아니다. 컴포트와 스포트는 체감상으로도 쉽게 구분될 만큼 명확하게 성격을 규정했다.

▲총평
사실 S90은 볼보가 올 하반기 글로벌 프리미엄 중형 시장을 겨냥해 내놓은 제품이다. 그래서 가솔린 외에 2.0ℓ 트윈터보 디젤도 제품군에 포함시켰다. 한국은 디젤이 주력일텐데, 이런 이유로 현지에서 디젤도 잠시 경험했다. 정숙성은 논할 대상이 아니고, 주행감도 가솔린 못지 않다. 조용하고, 부드럽다는 뜻이다. 경유와 휘발유는 연료 차이일 뿐 엔진의 감성적인 면(소음 및 진동)은 구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조용하고 부드럽다. 그러니 디젤이라고 한국에서 외면 받을 이유도 없다. 정부가 디젤 인증을 까다롭게 한다지만 탄소 배출이 가솔린 대비 ㎞당 40g 정도 적은 게 장점이니 말이다. 그리고 이 말은 곧 고효율을 의미한다.
[시승]북유럽 프리미엄, 볼보 S90 세단

국내 시장에서 S90의 경쟁은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와 BMW 5시리즈 등이다. 물론 현대차 제네시스도 포함돼 있다. 한 마디로 가장 경쟁이 치열한 프리미엄 중대형 시장에서 독일은 물론 한국과 영국, 일본차를 두고 자웅을 겨뤄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볼보의 뒤집기는 시작됐다. 계약이 몰린다는 소식이 들리니 말이다.

시승=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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