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1년 내내 수확의 계절…스마트팜 '녹색혁명'
미국에선 2000년대 초반부터 식물공장 기술 개발이 본격적으로 상업화되기 시작했다. 10여년이 흐른 지금 슈퍼마켓에서 에어로팜과 같은 식물공장에서 재배한 허브나 케일 등의 제품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학교나 회사 그리고 집과 같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공간에서 채소를 키우고 언제든지 이를 재료로 깨끗한 요리를 해먹을 수 있다.

[한경 미디어 뉴스룸-한경BUSINESS] 1년 내내 수확의 계절…스마트팜 '녹색혁명'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에 있는 한 중학교 옥상과 학생식당 한쪽엔 케일 허브 등 녹색 채소를 재배하는 ‘수직 농장’이 세워져 있다. 미국의 대표적 도시농업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에어로팜이 관리하는 수직 농장이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신들이 먹는 채소가 어떻게 길러지는지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다. 원하면 언제든지 요리해 먹을 수도 있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이를 소비하는 음식문화까지 달라지고 있다. 지난 4월 미국의 퍼스트 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이곳을 방문한 이유이기도 하다.

뉴어크 지역 중에서도 공장이 밀집한 변두리 지역은 실업률이 높은 낙후된 동네다. ‘세계 최대의 수직 농장’이라는 에어로팜 본사를 방문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비슷비슷한 건물들 사이 허름한 공장의 문을 열자 눈앞에 예상하지 못한 세상이 펼쳐졌다. 공장 바닥에서부터 끝까지 하얀 선반들이 빽빽하게 쌓여 있다. 그 사이사이 녹색 빛깔이 선명했다. 이곳이 허브 케일 등 녹색 채소가 자라나는 에어로팜의 ‘심장부’와 같은 곳이다. 7층 높이 선반이 10m 정도 간격으로 쌓아 올려져 있었다.

마크 오시마 공동 창업자 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공장 내부로 취재진을 안내하기 전에 먼저 하얀색 천 하나를 꺼내 보여줬다.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지만 에어로팜에서 직접 개발해 특허 등록한 천이다. 이 천이 흙을 대신한다. 식물의 뿌리에 영양분을 섞은 스프레이를 분무기처럼 뿌려 재배하는 ‘분무경재배’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이 필요 없다. 일반 밭에서 자라는 것에 비해 95% 정도 물 사용량이 줄어든다. 햇빛 대신 발광다이오드(LED) 빛을 사용하고 벌레가 없기 때문에 농약도 필요 없다.

공장 한쪽에 놓인 조그마한 컴퓨터 한 대가 중앙관제탑 역할을 도맡고, 직원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각 식물의 상태를 수시로 모니터링한다. 식물의 색깔이나 부드러운 정도, 심지어 맛까지 조정할 수 있다. 영양소 함유도 밭에서 재배하는 것과 비교해 높다.

생산량은 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보통 씨앗을 심어 키우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12일에서 16일 정도다. 일반적인 밭에서 재배하면 45일 정도 걸린다. 실내 재배로 계절이나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1년에 22~24번 재배할 수 있다.

땅도, 물도, 흙도 덜 사용하는 수직 농장 시스템은 일반적으로 땅에서 재배하는 것에 비해 비용이 10분의 1 수준이다. 에어로팜 생산 제품의 슈퍼마켓 판매 가격은 일반적인 유기농 제품들과 비슷하다. 뉴욕과 같은 대도시 근처에서 식물을 재배하기 때문에 유통 비용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2004년 뉴욕 업스테이트에서 출발한 에어로팜은 최고과학책임자(CSO)를 두고 있을 만큼 기술을 중시한다. 식물학·영양학·생물학·미생물학은 물론 전자공학·기계공학 심지어 인공지능(AI)까지 다양한 최첨단 전문 분야를 접목한 연구를 하고 있다.

고담그린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옥상 농장’으로 손꼽힌다. 뉴욕 브루클린 고와너스 지역에 있는 고담그린 1층 홀푸드 마켓을 거쳐 2층 식당으로 올라가니 옥상으로 향하는 문이 하나 보였다. 그 문 안에 말 그대로 거대한 ‘옥상 농장’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도 흙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식물의 뿌리 밑으로 물이 흐르게 해 자라나게 하는 ‘수경재배’ 방식이다. 계절에 따라 햇빛이 줄어들 때면 LED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태양빛을 쬐어 식물을 재배한다.

이곳에서 만난 니콜 바움 마케팅 매니저는 “식물을 재배하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친환경 방식으로 조달하고 있다”며 “전기에너지도 풍력발전을 통해 얻고 있다”고 소개했다.

뉴저지·뉴욕(미국)=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viva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