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고유의 유전 정보를 반영한 ‘유전체(유전자+염색체) 지도’가 완성됐다. 아시아에서 독자적으로 구축된 첫 유전체 지도다. 이 유전체 지도가 한국인을 비롯해 아시아인을 위한 맞춤형 치료와 신약 개발 등에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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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완벽한' 한국인 유전체 지도 완성…맞춤형 치료 획기적 전기
◆아시아 최초 유전체 지도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생명공학기업 마크로젠은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를 구축했다고 6일 발표했다. 지금까지 유전체 지도는 2003년 미국에서 완성한 지도(GRCh38)가 국제적인 기준이 됐다. 이 지도는 백인과 흑인의 유전체 정보를 반영한 것이어서 아시아인의 유전적 특징을 분석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건강한 한국인 남성의 유전 정보를 기준으로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를 완성했다. 서양인과는 다른 1만8000개 유전적 구조를 밝혀냈다. 기존에는 알 수 없던 190개 유전 정보의 절반 이상인 105개 정보를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장기 이식을 할 때 거부 반응 여부를 확인하는 유전자와 몸 안에서 약물을 흡수하는 데 관여하는 유전자 유형 등도 규명됐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실렸다.

네이처는 세계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는 가장 완벽에 가까운(most contiguous) 지도”라며 “특정 인종을 기준으로 한 최초의 표준 유전체 지도”라고 평가했다.

◆탄력받는 신약 개발

표준 유전체 지도는 개인의 유전 정보를 분석할 때 기준이 된다. 최근 맞춤형 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표준 유전체 지도가 수립된 덕분이다. 세계 연구진은 유전체 지도로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 변이를 밝혀내거나 치료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번에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가 완성되면서 한국인에게만 나타나는 유전적 특징을 더 정확히 알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아시아에서는 최초의 표준 유전체 지도기 때문에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치료 연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정선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 소장(마크로젠 회장)은 “한국인 표준 유전체 지도는 아시아인 전체의 기준이 될 수 있다”며 “앞으로 약 45억명의 아시아인을 위한 정밀의료(맞춤형 치료)를 선도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외 경쟁도 치열

해외에서도 미래 맞춤형 치료산업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의 정밀의학 이니셔티브, 영국 지노믹스 잉글랜드 10만 게놈 프로젝트 등은 유전체 정보를 활용해 암 치료, 질병 예측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자국민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임상 자료를 모으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다.

서울대 의대 유전체의학연구소와 마크로젠은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아시아인 표준 유전체 지도를 완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 2월 아시아인 10만명에 대한 유전체 정보 분석 프로젝트인 ‘게놈아시아 100K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싱가포르 난양기술대, 인도 유전체 기업 메드게놈 등 아시아 19개국 연구기관 및 기업이 참여했다. 3년간 1200억원이 투입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의 유전체 지도 프로젝트다.

마크로젠은 분당서울대병원 고려대안암병원과 공동연구센터를 열어 맞춤형 치료 연구도 하고 있다. 정현용 마크로젠 대표는 “연간 4만명의 유전체를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 처리 인프라 및 기술을 갖추고 있다”며 “미래 먹거리인 정밀의학 산업을 선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 유전체 지도

genome map. 생명체의 유전 정보를 담고 있는 지도다. 약 30억쌍의 염기서열을 순서대로 짜맞춰 놓은 인간 유전체 지도는 2003년 미국에서 처음 완성됐다. 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면 질병 진단과 치료, 신약 개발 등에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

김근희/조미현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