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자동차 업체 두 곳이 온라인 판매 가능성을 타진했다. 르노삼성자동차와 한국지엠이다. 두 회사 모두 신차 출시에 맞춰 제품 홍보 차원에서 온라인 판매를 시도했다.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만큼 전면적인 온라인 판매는 아니지만 벌써부터 변화에 대한 수용과 거부가 동시에 터져나오고 있다.

르노삼성차의 온라인 판매 방식은 'e-커머스 시스템'으로 불린다. 구매를 원하는 소비자가 홈페이지 내 별도 사이트를 방문, 온라인 견적을 내고 카카오페이를 통해 계약금을 지불할 수 있다. 이후 소비자가 지정한 영업점에 계약 정보가 전달되면 영업 담당자가 이후 계약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영업점 연결 창구로서 온라인을 활용하는 셈이다.

[기자파일]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바라보는 두 시선

르노삼성차는 온라인 판매 방식을 두고 '또 하나의 판매거점'이라 부른다. 상대적으로 오프라인 영업망이 부족한 회사로선 온라인 판매를 도입해 한 명의 소비자라도 더 끌어 모을 수 있어서다. 영업 일선의 반발도 크지 않은 편이다. 온라인 판매 시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 데다 소비자가 결국 영업소를 통해 최종 구매를 결정하는 방식이어서다. 회사가 추후 온라인 판매 대상 차종 확대를 검토하는 배경이다.

반면 쉐보레는 지난 9월 소형차 아베오 부분변경차를 내놓으며 온라인 쇼핑몰 옥션과 제휴를 맺고 온라인 10대 한정 판매를 단행했다. 옥션을 통해 트림 등을 선택한 후 계약금을 결제하면 담당 카매니저와 연결하고 이후 절차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면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500만원 상당의 캐시를 지급했다. 가격이 1,410만~1,796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파격 조건이다. 그 결과 판매 시작 1분 만에 배정된 10대 모두 완판됐다.

[기자파일]자동차 온라인 판매를 바라보는 두 시선

한국지엠 판매노조는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온라인 판매 개시가 한국 자동차 산업에 '발암 물질을 투여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고, 한국지엠과 옥션이 공정거래법상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고소·고발 조치하겠다는 입장도 나타냈다. 노조측은 가장 피해를 받을 것이 자명한 영업사원들과 협의 없이 온라인 판매를 진행한 점, 온라인 상에서 과도한(?) 할인을 진행한 점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지엠측도 이번 온라인 행사가 단발성 이벤트였다며, 회사가 본격적으로 온라인 판매에 진출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그 동안 자동차 업계에서 금기되던 영역이었다. 자동차는 다른 소비재보다 가격이 월등히 비싼 데다 오프라인 영업 부문의 반발이 상당해서다. 영업과 A/S망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는데, 온라인 판매가 확산되면 누가 오프라인 네트워크에 투자를 하겠냐는 논리다. 또 온라인으로 무분별하게 할인 공세가 이어지면 기존 영업사원들의 생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됐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영업 부문과의 마찰, 브랜드 가치 훼손 등을 우려해 그 동안 온라인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해외에서도 아직 자동차 온라인 판매가 일반화됐다고 말하긴 어렵다. GM, 볼보, BMW 등이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열거나 관련 회사를 설립해 활동하지만 아직까지 자동차 시장은 오프라인 판매가 압도적이다. 온라인 자동차 판매가 가장 활발한 나라는 중국인데, 세계 최대 온라인 판매망으로 불리는 알리바바를 위시해 이처왕 등 대형 온라인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워낙 국토가 넓은 데다 현지 진출한 자동차 회사가 많다보니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함께 온라인 판매망도 넓혀가는 추세다. 그럼에도 중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역시 오프라인 판매가 중심을 잡고 온라인 판매가 조금씩 세를 넓혀가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르노삼성차 역시 온라인 판매 사이트를 통해 실제 계약금을 지불한 소비자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자동차 산업은 가장 혁신적이면서도 보수적인 분야다. 최신 기술은 발 빠르게 제품에 반영하지만 판매 구조를 바꾸는 것은 쉽지 않다. 자동차 한 대에 수백~수천개에 달하는 회사들의 이익이 걸려 있어서다. 자동차 산업이 파생효과가 큰 만큼 반대로 여러 집단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는 얘기다. 온라인 판매를 두고 대리점이 반발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자동차라고 공산품에서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가 확대되는 걸 피할 순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천편일률적인 방법으로 온라인 네트워크를 도입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라면 애써 외면하기보다 한 발이라도 앞서 받아들이는 준비를 하는 게 현명하다. 또 무엇보다 온라인 판매의 부작용을 줄이고 업계의 반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함께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게 우선돼야 할 것이다. 온라인 판매는 하나의 큰 물줄기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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