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제외하면 서울은 전국에서 분양 열기가 가장 뜨거운 곳이다.

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올 1~9월 서울에선 28개 단지가 분양됐다. 청약 열기를 주도한 곳은 단연 강남권이다. 8월 말 청약을 받은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 아너힐즈’(개포주공3단지 재건축)는 일반분양 69가구의 평균 경쟁률이 100 대 1로 집계됐다. 단 1~2가구가 공급된 전용면적 84㎡는 타입별로 1381 대 1과 88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달 231가구를 일반 공급한 ‘송파 두산위브’도 전용 59㎡ 1순위 경쟁률은 15 대 1, 전용 84㎡는 20 대 1을 넘어섰다.

강북 분양 성적도 나쁘지 않다. 지난 8월 성북구 장위뉴타운에서 분양된 ‘래미안 장위1’도 평균 21 대 1의 경쟁률로 성공적으로 팔렸다. 전용 59㎡형 35가구의 당해(해당지역) 1순위 청약 경쟁률은 55 대 1에 달했다. 이곳은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이 1호선과 경춘선이 만나는 광운대역과 6호선 돌곶이역이다. 둘 다 걷기엔 다소 먼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북서울꿈의숲이 가깝고 광화문 등 강북권 업무지구로 이동하기 편리한 장점 덕분에 실수요층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서대문구 홍은동에서 분양된 ‘북한산 두산위브’는 대형 주택형인 전용 118㎡ 18가구가 2순위에서 주인을 찾은 것을 제외하면 인기리에 분양이 마감됐다. 도심 속 재개발 단지인 만큼 일반분양 물량이 204가구에 그쳤기 때문이다. 평균 청약 경쟁률은 5.6 대 1을 기록했다. 전용 42㎡ 1순위 경쟁률은 41 대 1에 달했다.

금천구에서 공급된 ‘e편한세상 독산 더타워’는 총 390가구 모집에 2855명이 몰려 평균 7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전용 59㎡E는 15가구 모집에 150명이 청약해 10 대 1로 최고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물량이어서 분양가격이 주변 일반아파트 매매가격보다 높은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꾸준히 팔리다가 어느 순간 프리미엄까지 형성되는 모양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수도권 인기택지지구처럼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공급되지 않다 보니 청약 경쟁률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노후 주택이나 아파트를 재개발·재건축하는 물량이 대부분이라 희소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 말 기준 서울 인구는 1023만9672명이다. 높은 주거비용 때문에 인구가 꾸준히 경기로 순유출되고 있지만, 서울 지역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는다. 직장 출퇴근 편의성과 자녀 교육 때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서울에선 집값과 전세가격이 강세를 보이면서 새 아파트 청약이 대부분 마감된다”며 “경기 분양시장도 결국 서울 인접도에 따라 청약 성적이 갈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