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이 일본 진출 19년 만에 처음으로 디젤차를 내놓는다. 일본 정부가 유로6 기준의 디젤차를 친환경으로 인정, 세제 혜택까지 만들며 보급에 나서고 있어서다. 이는 디젤을 억제하는 한국과 대조적인 모습이어서 그 배경이 주목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 일본선 환영 한국선 찬밥

4일 외신에 따르면 일본은 지난 1998년 디젤차의 도쿄 시내 진입금지, 질소산화물 배출규제 강화, 디젤차에 대한 세금 인상 등을 도입해 사실상 디젤승용차가 발을 붙이지 못하는 시장으로 형성돼 왔다. 하지만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와 매연여과장치 등이 디젤차에 부착되며 배출가스가 크게 감소하자 최근 유로6 기준 디젤차를 친환경으로 인정, 연간 승용차 판매에서 디젤 비중이 6%까지 치솟았다. 미세먼지 이슈로 디젤을 강하게 억제하는 한국과는 크게 상반되는 모습이다.

이 같은 디젤 확산 정책에 따라 폭스바겐은 1998년 이후 처음으로 디젤 엔진 제품을 일본에 투입할 계획이다. 가솔린 제품만으로 일본 내에서 전년 대비 17% 감소를 겪고 있어 기술 우위에 있는 디젤 엔진으로 회복세를 노린다는 것. 이에 따라 골프와 파사트, 티구안 등의 디젤을 내년 4월부터 본격 투입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의 디젤차 확산은 크게 두 가지 전략에서 접근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먼저 디젤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가솔린보다 적다는 점이다. 미래 탄소배출권 시장에서 산업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일본으로선 질소산화물과 미세먼지 등의 배출가스가 가솔린 대비 적은 디젤로 탄소규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나아가 휘발유 중심의 자동차 시장에 디젤을 확산, 에너지 다양성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디젤차에 대한 취득세 비과세, 중량세 면제 등의 혜택까지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일본은 한국처럼 제조 공장이나 발전소 등에서 배출하는 미세먼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있어 디젤차의 미세먼지 배출량은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디젤에 강한 유럽 제조사의 관심도 폭증하고 있다. 이미 푸조시트로엥은 일본 내 디젤차 확산 캠페인에 동참하는 등 디젤차 이미지 전환에 적극 나서는 중이며, 폭스바겐 외에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 등도 디젤 제품 투입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적극적인 디젤 확대 정책에 힘입어 디젤승용차 비중이 향후 20% 이상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일본과 달리 한국은 디젤차 억제에 적극적이다. 제조공장이나 발전소의 미세먼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만큼 디젤차라도 억제해 질소산화물 및 미세먼지를 줄인다는 목표 때문이다. 하지만 내년에 중국산 경유가 한국에 도입되면 디젤 가격이 지금보다 더 하락할 수 있어 디젤차가 줄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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