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재포럼 2016] "지금은 '일자리 전쟁' 시대…똑똑한 학습자보다 도전적 창업자 길러야"
“좋은 창업자를 길러내는 일, 저성장에 직면한 한국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

짐 클리프턴 갤럽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실업과 좌절에 빠진 한국 청년에게 할 말이 많은 듯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젊은 세대가 세상을 바꿀 좋은 기회”라며 ‘약점 대신 강점에 집중하라’는 자신의 성공론을 꺼내들었다.

갤럽은 2005년 세계 70억인구의 생각을 알아내겠다며 150여개국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를 지휘한 클리프턴 회장은 “모두가 원하는 것은 좋은 일자리고, 이는 신성장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서 창출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2011년 그가 낸 책 《갤럽보고서가 예고하는 일자리 전쟁》은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시대에 고민이 많은 한국에도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평가다. 클리프턴 회장은 다음달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 참석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여론조사기관 갤럽이 일자리 문제에 주목하다니 의외입니다.

“갤럽이 세계인의 생각을 알아보기 위해 2005년 한 여론조사의 결론은 분명했어요. 모든 사람은 ‘양질의 일자리’를 원하고 있었죠. 평화와 자유 심지어 가족보다 더 간절한 열망이 됐습니다.”

▷양질의 일자리란 어떤 것입니까.

“1주일에 30시간 이상 일하며 지속적인 수입을 얻는다면 양질의(good) 일자리입니다. 개인의 재능과 기술에 딱 맞기까지 한다면 더 좋은(great) 일자리겠죠. 이런 일자리는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됩니다. 사명감과 목적의식을 갖고 조직이나 회사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자리를 가지려면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합니다.

“말 그대로 일자리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인재에겐 더 많은 일이 주어질 겁니다. 청년에겐 기회의 시대죠.”

▷한국에선 청년실업이 심각합니다.

“저성장이 문제입니다. 국내총생산(GDP)을 늘려야 해요. 한국의 국민소득 증가세가 예전만 못합니다. 파이가 작아졌는데 일자리를 늘리긴 어렵죠. 새로운 기업을 키워 부가가치를 늘리는 일이 급선무입니다.”

▷한국 정부는 고용 창출을 위해 관련 예산과 공공 일자리를 늘렸습니다.

“그런 방법은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신성장산업을 키워야 일자리를 늘릴 수 있어요. 이를 위해선 자유로운 기업가정신이 필요하죠. 70억 세계인구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기 위해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을 겁니다.”

▷열쇠는 기업에 있다는 결론이군요.

“그렇습니다. 갤럽 조사를 보면 양질의 일자리 65%는 스타트업이 생겨나고 성장할 때 창출됩니다. 정부의 재정투자나 조세정책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입시 위주인 한국 교육에선 창의적 인재가 나오기 어렵다고들 합니다.

“성취를 중시하는 문화 자체를 탓할 수는 없어요. 한국 교육은 지식을 가르치는 데 강하죠. 다만 일자리를 늘리는 교육은 다르게 접근해야 합니다. 좋은 학습자만큼 좋은 창업자를 길러내는 교육이 필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요.

“아이들은 학교에서 누가 운동 스타인지 금방 알게 됩니다. 영웅 같은 존재니까요. 교사들은 누가 공부를 잘하는지 알지요. 하지만 창업자의 자질을 가진 아이들은 학생에게도 교사에게도 발견되기 어렵습니다. 한국 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면 이런 부분에서입니다.”

▷재능을 일찍 발굴해야 한다는 말이군요.

“맞습니다. 어딘가에 새로운 아인슈타인이나 엘비스 프레슬리, 농구선수 르브론 제임스가 숨어 있을 겁니다. 새로운 창업자도 마찬가지죠. 미국 줄리아드스쿨이 특별한 예술가를 키워내듯, 특별한 창업자를 키우는 전문학교를 곳곳에 세우는 것은 어떨까요. 학생들의 창업 재능을 발견하기 위한 테스트를 만들 수도 있을 겁니다. 기존 시험 제도를 본떠서 말이지요.”

▷그것으로 충분할까요. 청년들은 ‘재능이 있어도 돈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며 좌절합니다.

“젊은이들이 지식과 훈련을 통해 강점을 키워갈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당연한 얘기처럼 들리겠지만 현실은 이와 달라요. 대부분 회사 시스템은 인재의 약점을 고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발명이든, 판매든, 경영이든 청년의 강점을 활용하는 게 더 중요합니다.”

▷갤럽을 세계적인 여론조사회사로 키운 경험에서도 배울 게 있을까요.

“저는 어린 시절 주의력 결핍이라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그런 약점 대신 판매와 경영 같은 저의 강점에 주목하라고 조언하셨습니다.”

▷일찍 사업을 일군 비결이군요.

“그럴 겁니다. 저는 뭔가를 배우는 데엔 아버지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대신 행동으로 옮기는 데엔 자신이 있었죠. 저는 훌륭한 학습자라기보다 실행자였던 것 같습니다.”

▷공부만이 답은 아니란 얘기로 들립니다.

“많은 젊은이가 뭔가를 배우는 데 일생을 바칩니다. 반면 어떤 이들은 뭔가를 계속 창조하는 데 집중하지요. 젊은 창업자가 매일 아침 일어나 새로운 회사나 비영리단체, 교회와 의료시설 등 무엇이든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비로소 세상은 변화합니다.”

▷청년 스스로 바뀔 필요도 있을까요.

“지난 250년을 돌아봅시다. 젊은이들이 승리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았어요. 지금은 청년이 꿈을 이룰 가능성이 가장 높아진 시대입니다. 순진한 공상가라도 사명감을 갖고 움직인다면 부유하고 유명해질 수 있게 됐죠. 재능을 발휘하고 강점을 키운다면 젊은이들의 한계는 없을 겁니다.”

짐 클리프턴 회장은

△1951년 미국 출생 △1973년 네브래스카링컨주립대 졸업 △1988년~ 갤럽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2004년~ 서굿마셜(Thurgood Marshall) 장학금펀드 회장 △2011년 《갤럽보고서가 예고하는 일자리 전쟁(The Coming Jobs War)》 발간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