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자동차업계에서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다. 현재 기술로 구현할 수 있는 진보한 친환경 이동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전기차의 장점을 칭송하고, 더 많은 전기차를 보급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나서지만 예상보다 확산속도는 더디다. 짧은 주행거리, 부족한 충전망 등이 극복해야 할 과제다. 그래서 다양한 기업이 전기차를 단거리용으로 만든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전기차의 단점을 가장 잘 알고 있는 곳 또한 기업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떠오른 기술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다. PHEV는 배터리가 충분한 상태에서 전기모터로 움직이다가 전력을 모두 사용하면 내연기관을 작동시키는 구조다. 일반주행중에는 모터와 엔진을 동시에 작동, 강력한 성능을 발휘하기도 한다. PHEV의 경우 배터리 용량이 작은 만큼 순수 전기차보다 전력만으로 주행할 수 있는 거리가 상대적으로 짧다.

이런 생각에서 출발해 등장한 제품이 쉐보레 볼트(Volt)다. PHEV처럼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를 동시에 탑재했지만 엔진은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기 역할에 머문다. 쉽게 말해 발전기를 내장한 전기차인 셈이다. GM에서는 이를 두고 '주행거리 연장차(레인지 익스텐더'라 부른다. 전기차의 친환경성은 최대한 살리면서 주행거리를 늘려 이용자의 불안감을 없앤 것.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볼트는 벌써 2세대에 접어들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국내시장을 찾아온 2세대 볼트를 시승했다.

▲스타일&상품성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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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차체는 길이 4,580㎜, 너비 1,785㎜, 높이 1,495㎜, 휠베이스 2,694㎜다. 현대자동차 아반떼 등 준중형 세단과 비슷한 크기다. 전반적으로 순수 전기차와 다르게 일반적인 세단의 디자인 언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모습이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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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반 내연기관차와의 차이는 분명히 드러난다. 전면부 그릴이 대표적이다. 크롬 도색으로 마감한 그릴은 구멍이 없이 막혀 있다. 엔진을 주로 발전에만 쓰기에 굳이 공기를 많이 밀어넣을 필요가 없어서다. 완전히 밀폐한 전면부는 공기저항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전기 동력으로 달리는 볼트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얄쌍한 상단 그릴은 미래지향적인 느낌을 강조했다, 유려한 측면선은 역동적인 느낌을 한껏 살렸다. 동시에 공기역학 성능도 고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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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역시 미래지향적이다. 계기판은 운전자 취향에 따라 클래식과 모던 중 선택할 수 있다. 중앙에 속도와 주행거리, 연료효율 등을 표시하고 양 측면에 배터리와 가솔린 사용량, 회생제동 등에 따른 순간 충전상황 등을 나타낸다. 두 모드가 전반적인 레이아웃은 비슷하지만 모던의 경우 시동을 걸거나 끌 때 "슈웅"하는 전자음을 추가했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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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디스플레이엔 라디오와 공조기, 충전상태, 동력전달상황 등을 표시한다. 특히 '에코' 화면을 선택하면 주행중 배터리와 엔진에서 동력을 전달하는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보여준다.

시트는 무난한 편이다. 마감재의 소재나 질감 등은 특별한 인상을 주지 않는다. 뒷좌석은 완전히 수평으로 접히고, 트렁크는 뒷유리까지 함께 열리는 '스포트백' 방식이다. 실용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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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능
파워트레인은 두 개의 전기모터로 구성한 영구자석 모터 드라이브 유닛과 4기통 1.5ℓ 가솔린 엔진의 결합이다. 최고 111㎾, 최대 40.6㎏·m의 힘으로 앞바퀴를 굴린다. 전력공급은 LG화학의 리튬-이온 배터리가 담당한다. 배터리 용량은 18.4㎾h다. 제원표 상 순수 전기차 모드로 최대 89㎞까지 달릴 수 있다. 배터리와 가솔린을 모두 사용하는 총 주행가능거리는 676㎞, 완충 소요시간은 4시간3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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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와 연료탱크를 가득 채운 상태에서 시동을 걸자 EV모드 주행거리 75㎞, 총 주행가능거리 541㎞로 표시한다. 기존에 출시한 PHEV가 EV모드로 30~40㎞를 달렸던 점을 떠올리며 가속 페달을 밟았다.

조용하면서도 매끄러운 출발은 일반 전기차와 동일하다. 전기차의 장점 중 하나가 정숙성과 초반 가속성능이다. 전기모터는 출발 직후부터 최대토크를 발휘한다. 덕분에 왠만한 전기차는 대부분 스포츠카 뺨칠 만한 초반 가속력을 자랑한다. 볼트 역시 가속 페달을 밟자 사뿐하면서도 조용하게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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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소음과 잔진동이 없는 만큼 실내는 무척 조용하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도로에선 파워 스티어링 휠이 작동하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다. 동시에 노면 소음이 올라오는 게 두드러지는 편이다. 방음처리가 허술하다기보다 특성 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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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어 노브 조작은 너무나 부드럽다. 그러나 지나친 부드러움이 체결감을 떨어뜨려 이질감을 주기도 한다. N이나 R, P로 노브를 움직일 때 자꾸 다시 확인하게 되는 이유다.

L모드는 회생제동 시스템을 적극 활용하고 가속반응을 다소 늦춰 주행거리를 최대한 늘리는 기능이다, 이 상태에선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는 것만으로도 차에 제동이 걸리는 게 느껴진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총평
볼트는 국내에서 PHEV로 인증을 받았다. 그러나 레인지 익스텐더와 PHEV는 완전히 다른 성격의 차다. PHEV도 어느 정도 EV모드로 주행하지만 현실적으로 하이브리드카처럼 엔진과 모터를 동시에 돌리는 일이 많다. 그런데 볼트는 배터리를 다 소모한 후에도 급가속이나 언덕길같이 힘이 많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면 대부분 전기모터로만 달린다. GM이 굳이 볼트를 두고 왜 주행거리연장 전기차(EREV)란 신조어를 붙이게 됐는지 수긍이 갔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전문가들은 PHEV가 지금 시대에는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라고 말한다. 충전시설이 부족해도 이용자들이 불안감없이 이용할 수 있고, 일반 소비자에게 아직은 낯선 전기차를 보다 손쉽게 접하도록 유도할 수 있어서다. 그리고 볼트는 기존 PHEV보다 한층 전기차에 가까우면서 PHEV의 장점도 모두 지니고 있다. 하지만 분류상 100% EV에 해당하지 않아 지원금은 전기차의 절반 정도다. 그래서 한국지엠도 무리하게 민간 보급을 시작하기보다 카셰어링을 통해 접점을 넓혀 가겠다는 전략을 택했다. 편리하고 깨끗한 레인지 익스텐더 볼트(Volt)가 국내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낼 지 궁금하다.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시승]나도 전기차다, 쉐보레 볼트(VOLT)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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