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모델 오스틴 강 / 사진= 박찬목 작가, 장소 =튤립스튜디오(tuliip.co.kr)
모델 오스틴 강 / 사진= 박찬목 작가, 장소 =튤립스튜디오(tuliip.co.kr)
모델의 길을 걷게 된 지 겨우 4개월이란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풍성한 표정으로 카메라와 호흡을 맞췄던 신예 오스틴 강. 미국에서 태어난 그는 지난 5월 종영한 올리브TV ‘마스터셰프 코리아 4’에서 자신을 ‘강민주 씨’라고 소개하며 눈도장을 찍었던 셰프이기도 하다. 준결승 진출에 올랐을 만큼 요리 실력도 출중하다. ‘해야 하는 일’보다 ‘하면 행복한 일’에 도전하고, 그 도전 속에서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찾는 것이 좋다는 모델테이너 오스틴 강을 만났다.

10. ‘마스터셰프 코리아 4′(이하 ‘마셰프’)는 한국에서 첫 TV 출연이었다. 소감이 어땠나.
오스틴 강: ‘마셰프’는 사실 함께 주방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가 나한테 말하지 않고 지원한 거다. 나는 원래 서바이벌 TV쇼에 나가고 싶지 않았다.

10. 나가고 싶지 않았다니 의외다.
오스틴 강: 아직 요리도 배울 것이 많아서 TV에 나오면 바보처럼 보일 것 같았다.(웃음) 또 세트장이 굉장히 추웠던 기억이 난다. 피클이 외부와 닿으면 10분 만에 얼어버리고, 오븐도 쓰지 못했다. 하지만 쿠킹 클래스를 통해 톱 셰프들에게 요리를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어떤 미션이 나올지 준비하려고 매일 합숙 숙소에서 요리책 보고, 만든 메뉴를 테이스팅 해 보기도 하면서도 많이 배웠다.

10. 그 친구는 왜 몰래 지원서를 넣었을까. 그것도 당신 것만.
오스틴 강: 내가 주방에서 고생 많이 했으니 한번 나가보라는 마음이었다고 하더라.

10. ‘마셰프’에서 요리할 때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모델을 하면서는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나.
오스틴 강: 오늘처럼 촬영할 때. 평소에 셀카를 못 찍어서 내 사진이 많이 없는데, 오늘처럼 사진이 잘 나오면 제일 행복하다. 또 친구들이 나보고 패션 테러리스트라고 놀린다. ‘너 옷 관리 좀 하라’고.(웃음) 그런데 화보 촬영하면 패션 테러리스트처럼 안 보이지 않나.(웃음)

10. 모델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오스틴 강: 패션 분야는 자유롭고 사람들도 예술적이어서 좋다. 요리도 아트지 않나. 나는 그렇게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고, 그 과정에서 몰랐던 나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이 행복하다.

10. 모델이 되기 전 이력도 참 화려하다. 미국에서 초콜릿 CF로 데뷔 아닌 데뷔를 해서, 수구선수를 하다가 호텔 레스토랑 매니지먼트를 전공하고, IT 회사에서 일을 하다가 레스토랑에서 2년간 셰프로 일했다. 지금은 셰프이자 모델이다. 이렇게 다양한 일에 도전하는 이유는.
오스틴 강: 고생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웃음) 나는 어떤 일을 선택할 때 돈보다는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지가 기준이 되는 사람인 것 같다. 그래서 순간 순간 내가 행복하게 느끼는 일을 해왔다. 가장 최근의 일인 셰프를 선택하게 된 건, 내 소유의 레스토랑을 차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3년 전부터였던 것 같다. 호텔 레스토랑 매니지먼트는 경험해봤으니 이제 현장인 주방에서 일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보다 더 요리가 좋아지는 거다. 페이도 상관 없어지고, 시간도 빨리 흐르는 것이 신기했다. 주방 사람들과 마치 운동할 때 한 팀처럼, 가족처럼 끈끈해지는 것도 좋았다. 또 그들이 내 요리에 대해 피드백해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던지.

10. 혹시 롤모델이 있나. 영역별로 있을 것 같다.
오스틴 강: 맞다. 여러 분이 계시다.(웃음) 셰프로는 영국 유명 요리사인 레이몬드 블랑크(Raymond Blanc). 나이도 많으신데 요리를 설명할 때 굉장히 열정적인 느낌을 많이 받는다. 레스토랑 경영자로는 한국계 미국인 요리사 데이비드 장(David Chang). 뉴욕에서 모모푸쿠(Momofuku)라는 핫한 레스토랑으로 세계적으로 인정 받아서 ‘모모푸쿠 쌈 바’, ‘모모푸쿠 코’ 등 레스토랑 체인으로까지 확장했다. 굉장히 쿨하고 힙한 콘셉트의 레스토랑이다. 나도 나중에 내 식당을 가지게 될 때 그렇게 트렌디한 느낌이었으면 좋겠다.

10. 당신이 생각하는 나만의 강점은.
오스틴 강: 아직 찾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약점에 대해서도 열려있다. 그래서 나쁜 피드백을 좋아한다. 고쳐나갈 수 있으니까.

10. 연기 수업도 받고 있다고. 배우의 꿈도 있는 건가.
오스틴 강: 그렇다. 미국에 있을 때도 잠깐 연기 학교에 다니며 연기를 배우고, TV 드라마에 출연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수구 선수 활동 때문에 그만뒀어야 했다.

10. 어떤 캐릭터를 맡고 싶나.
오스틴 강: 사이코.(웃음) 잘생긴 데다 멋있는 캐릭터는 평면적이어서 싫다.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내가 하고 싶은 연기를 펼치는 배우는 영화 ‘덕혜옹주’에서 배우 ‘박해일’이다. 연기를 정말 잘한다고 생각했다. 슬픈 신이나 행복한 신에서 모두 무표정인데,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무표정인데도 슬플 때는 얼굴 자체에서 슬픈 분위기가 풍겨져 나오는 것을 보고 정말 감명깊었다.

모델 오스틴 강 / 사진= 박찬목 작가, 장소=튤립스튜디오(tuliip.co.kr)
모델 오스틴 강 / 사진= 박찬목 작가, 장소=튤립스튜디오(tuliip.co.kr)
10. 몸매는 어떻게 관리하나.
오스틴 강: 러닝 머신에서 뛰고, 웨이트하고, 다시 수영으로 마무?나다. 패션위크 준비 기간에는 식이요법까지 신경쓴다. 탄수화물은 아예 안 먹고, 닭가슴살을 먹는다. 또는 회. 물도 잘 안 마신다.

10. 닭가슴살도 맛있게 먹을 것 같다.
오스틴 강: 닭가슴살을 삶아 먹는다. 약하게 삶으면 구워 먹는 것보다 훨씬 식감이 부드러워져서 좋다. 부드럽게 먹으면 소화도 잘 된다. 구워 먹으면 삶아 먹는 것보다 소화가 안 되니까 더 잘 붓기도 한다.

10. 당신의 소울 푸드는 뭔가.
오스틴 강: 한국에서 제일 좋아하는 소울 푸드는 갈비찜, 양식은 브리또. ‘스트릿 한식’도 좋아한다.

10. 스트릿 한식이면, 떡볶이 같은 음식인가.
오스틴 강: 맞다.(웃음) 광장 시장에서 파는 음식들도 좋아한다. 광장 시장에 오래된 보쌈집이 있는데 맛있었던 기억이 나서 매일 검색하고 찾아간다.

10. 당신은 뭘 만들어도 맛있게 만들 것 같은 느낌이다. 맛도 있고 건강한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 하나 추천한다면.
오스틴 강: 간단하면서도 내가 즐겨 먹는 레시피가 있다. 바게트, 집에 있는 제육볶음, 고추장 알리올리 소스만 있으면 된다. 여기에 치즈까지 있으면 더 좋다. 일단 마요네즈 두 큰술, 고추장 한 큰술, 마늘 다진 것 작은술을 섞으면 오스틴 강표 고추장 알리올리 소스가 만들어진다. 그 다음 바게트를 굽고, 구운 빵 위에 제육볶음을 얹고, 고추장 알리올리 소스를 바른 후, 치즈를 올리고 다시 구운 바게트를 올리면 완성이다. 제육을 양파와 함께 볶으면 더 맛있다. 치즈는 아무거나 올려도 되는데 나는 흰 슬라이스 치즈를 올려 먹는 것을 좋아한다. 필리 치즈 스테이크 샌드위치 맛과 비슷하다.

모델 오스틴 강 / 사진= 박찬목 작가, 장소=튤립스튜디오(tuliip.co.kr)
모델 오스틴 강 / 사진= 박찬목 작가, 장소=튤립스튜디오(tuliip.co.kr)
10. 한 달에 한 번씩 케이터링 팝업 이벤트를 연다고. 10월 달에는 무엇을 준비 중인가.
오스틴 강: 캐주얼한 와인 파티. 원래 와인을 마시는 곳은 고급스러워야 하고 비즈니스 맨들이 주로 마실 것 같은 느낌인데, 나는 그것을 탈피하고 싶었다. 부담 없이 와서 처음 본 사람들과 가볍게 와인 한잔 하면서 어울릴 수 있는 이벤트다. 와인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도 된다. 좋은 분위기에서 좋은 기분으로 와인 마시며 즐기다 갈 수 있는 콘셉트의 와인 케이터링 이벤트다.

10. 끼와 재능이 참 다양하다. 그런 당신 앞에 어떤 수식어가 붙길 원하나.
오스틴 강: 자신의 일을 행복하게 하는 사람. 요리사는 요리만 해야 하고, 모델은 모델만 해야 된다는 법도 없고, 옳지도 않은 것 같다. 모델이 한 길로만 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행복하다면 하는 거다. 내가 그것을 증명해보이고 싶다.

10. 10년 후의 자신은 어떤 모습일 것 같나.
오스틴 강: 나는 한국이 너무 고맙다. 셰프로서, 모델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하게 해준 기회를 준 곳이다. 그래서 내가 잘 되면 해외로 나가 기회를 받지 못한 아이들을 도와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요리도 해주고 옷도 주고 가르쳐주고 싶다. 그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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