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조현주 기자]
‘혼술남녀’ 캐릭터 포스터 / 사진=tvN 제공
‘혼술남녀’ 캐릭터 포스터 / 사진=tvN 제공
혼자 술을 마시는 ‘혼술족’이 늘어나는 트렌드를 담은 ‘혼술남녀’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tvN ‘혼술남녀’(극본 명수현, 연출 최규식)는 드라마 최초로 노량진 학원가를 소재로 서로 다른 이유로 혼술하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시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지난 5일 2.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의 시청률로 스타트를 끊은 ‘혼술남녀’는 2회 곧바로 3%를 돌파했고, 27일 방송된 8회는 4.5%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먼저 혼술이라는 현 사회의 트렌드를 제대로 짚었다. 연출을 맡은 최규식 PD는 “미혼남녀 10명 중 7명이 혼술을 즐긴다는 데이터를 보고 이 드라마를 만들게 됐다”면서 “각기 다른 이유로 혼술을 하지만, 그 안에서 정서적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혼술남녀’의 등장인물은 각자 저마다의 사연으로 혼술을 한다. 그들에게 혼술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은 힐링의 시간이자 오늘하루도 수고했다는 나에 대한 선물이다. 누구에게도 받지 못한 위로를 혼술을 통해 받기도 한다.

노량진을 공간으로 하지만 이곳의 캐릭터는 우리네 사는 모습과 닮아있다. 공시준비생의 모습은 취업준비생의 애환을 떠올리게 한다. 노량진에 갓 입성한 신입 국어 강사 박하나(박하선)는 스타강사들에 비해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강요 당한다. 학벌 때문에 무시와 멸시를 당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 빨리 결혼하고 싶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영어 강사 황진이(황우슬혜), 늘 유쾌하고 밝아 보였지만 치매 어머니를 두고 있는 행정학 강사 민진웅(민진웅) 등 모두들 저마다의 사연을 한아름씩 안고 있다. 이들이 고된 삶을 이기는 방식은 혼술이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시청자들 역시 맥주캔 을 따는 시원한 소리와 함께 스트레스를 날린다.

‘혼술남녀’의 모든 캐릭터는 생생하게 살아있다. 노량진 스타 강사 진정석(하석진)은 입만 열면 “퀄리티 떨어지게”라는 말을 내뱉는다.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고고한 캐릭터다. 그래서 ‘고퀄리티 쓰레기’라는 의미의 ‘고쓰’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종합반 강사 박하나를 ‘노량진 장그래’ 노그래라고 부르며 차갑게 대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박하나에 대한 마음을 키웠고, 무심하지만 따뜻하게 그를 챙겨준다. 그럴 때마다 진정석은 “이게 다 종합반 관리 차원때문”이라며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웃음을 선사한다.

‘혼술남녀’ 스틸컷 / 사진=tvN 제공
‘혼술남녀’ 스틸컷 / 사진=tvN 제공
박하나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다. 학벌과 이력이 떨어지는 만큼 노량진 학원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갖가지 노력을 한다. 그만큼 열정이 넘치지만 진정석으로부터 온갖 굴욕을 당한다. 그럼에도 긍정의 기운을 잃지 않고, 과자 한 봉지와 맥주 한 캔에 행복을 느낀다. 이밖에도 다혈질 영어 강사 황진이와 매일매일 다른 성대모사를 선보이는 민진웅, 절친 고시생 삼인방인 김기범·공명·동영과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들에게 “노량진까지 왔으면 공부나 하시지”라고 말하는 도도한 채연까지, 모든 캐릭터들이 펄떡펄떡 살아 숨 쉰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은 박수를 받을만하다. 하석진은 ‘인생 캐릭터’를 만났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고쓰’ 캐릭터에 딱 맞는 모습으로 여심을 자극한다. 박하선은 전매특허 코믹 연기로 짠한 면모의 노그래를 현실감 넘치게 그리고 있다. 공명은 직진 연하남으로 누나들을 열광케 한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을 통해 첫 드라마 연기에 도전하는 샤이니 키에 대한 연기력 칭찬이 자자하다. 첫 회부터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그는 공부에는 관심 없어 보이지만 할머니에 대한 사랑과 정의로운 공무원을 꿈꾸는 공시생 역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현실감을 살리기 위해 배우들은 진짜 술을 마시기도 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에서 박하선은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마시고 했다”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핸 제작진과 배우들의 노력이 고스란히 드러난 대목이었다.

드라마평론가인 충남대학교 윤석진 교수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노량진이라는 공간적 배경에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공감을 자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통했다”면서 “공감대 형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소재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소재를 잘 풀어내는 연출과 연기가 잘 어우러졌다.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캐릭터를 굉장히 잘 소화하고 있다”고 평했다.

조현주 기자 jhjdh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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