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보자동차코리아가 새 플래그십 S90을 선보였다. 10년간 기함 자리에 있던 S80 후속이자 2세대 XC90와 플래그십을 이루는 신차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제고'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고 태어났다. 그래서인지 볼보차는 '스웨디시 젠틀맨'이란 별칭까지 붙였다. 국내에 선보인 S90은 세 가지 엔진·구동계로, 이 가운데 상위 트림인 인스크립션 가솔린 T5와 디젤 D5 AWD를 시승했다.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스타일
길고 낮으며 넓은 차체는 볼보차의 과거를 재해석함과 동시에 쿠페형 세단의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전면부는 오목한 그릴을 중심으로 한다. 볼보차가 기념비적인 제품으로 꼽고 있는 'P1800'을 본 딴 것으로, 디자인 혁신 속 과거 영광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담아냈다. 날렵한 형태의 헤드 램프는 풀 LED 방식으로 '토르의 망치'라 불리는 주간주행등을 포함한다. 보닛을 따라 흐르는 선은 그릴에 다다르지 않고 측면의 캐릭터라인으로 이어진다. XC90에서도 볼 수 있는 새 정체성이다.

측면은 전륜구동 기반 세단이지만 후륜구동의 자세를 연출한 점이 색다르다. 앞바퀴를 최대한 앞으로 밀어내 엔진배치와 구동계로 인한 시각적 한계를 디자인으로 극복했다. 대형 클래식카에서 영감을 얻은 것으로, 볼보차는 '시그니처 프로포션'이란 명칭을 부여했다. 더불어 옆창의 형태와 캐릭터라인, 지붕선 등을 길게 늘려 쿠페형 실루엣을 만들었다.

후면부는 얼굴에 비해 간결하다. 소비자의 호불호가 갈리는 부분이지만 전반적인 디자인 균형을 따진다면 문제될 게 없다. 'ㄷ'자형 테일 램프 사이에 곡선을 길게 넣어 차체를 넓어 보이게 했다.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실내는 외관과 마찬가지로 직선이 주를 이뤄 간결하다. XC90을 통해 선보인 짜임새와 사용자환경을 고스란히 녹였다. 운전석으로 기운 센터페시아는 세로로 길게 늘린 송풍구와 적외선 방식의 세로형 9인치 모니터로 채워 더 진화한 형태다. 센터터널의 수납공간은 모두 커버를 마련해 깔끔한 분위기다.

소재는 원목, 우레탄, 나파가죽 등으로 다양화하고 입체적으로 구성해 고급스러움을 높였다. 천장을 검정색으로 처리한 부분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가죽의 질감은 예전부터 그랬듯이 만족도가 높다.

쿠페형 세단의 단점으로 지적되던 뒷좌석 헤드룸은 기함답게 생각보다 여유롭다. 네 바퀴를 굴리기 위해 센터터널을 높여 다섯 명이 타기엔 좀 무리다. 적재공간은 500ℓ로 작지 않다.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바워스&윌킨스의 19스피커는 대시보드, 도어를 비롯한 실내 곳곳에 배치했다. 볼보차가 강점으로 내세우는 부분으로, MP3 파일을 재생하더라도 원음에 근접한 음질을 제공한다. 출력설정에 따라 콘서트홀, 개별무대, 스튜디오의 세 가지 모드를 지원한다.

이 밖에 편의품목은 실내공기청정장치, 4존 에어컨 등을 마련했다. 선루프는 차체 강성을 고려해서인지 요즘 대세인 파노라마가 아닌 일반형을 채택했다.

▲성능
동력계는 볼보차가 2014년 선보인 '드라이브-E'를 적용한 4기통 2.0ℓ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이다. 터보차저를 활용해 엔진 배기량을 줄이고 성능, 효율을 높인 게 특징이다. 먼저 오른 T5는 최고 254마력, 최대 35.7㎏·m를 낸다. 차체에 비해 엔진은 작지만 동력성능에 대한 아쉬움은 없다. 최대토크가 1,500rpm부터 뿜어져 나와서다. 변속기는 자연스럽게 단수 올리기에 바쁘다.

디젤의 D5는 파워 펄스 기술을 썼다. 미리 압축·저장한 2ℓ의 공기를 시동 직후나 급가속 시 터보차저에 공급해 순간적인 힘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제원 상 성능은 최고출력 235마력, 최대토크 48.9㎏·m다. 4륜구동 시스템과 결합해 주행안정성을 높였다. 정숙성은 가솔린에 버금간다. 이중접합유리 등을 통해 외부 소음을 적극 차단한 덕분이다.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서스펜션은 멀티링크에 리프 스프링을 조합한 구조다. 노면충격을 깔끔하게 거르면서도 역동성을 버리지 않은 설정이 인상적이다. 브레이크는 꾸준한 답력으로 감속, 균형이 무너지지 않는다.

반자율주행 시스템인 '파일럿 어시스트Ⅱ'는 전 트림에 기본 장착한다. 안전벨트 착용, 시속 15㎞ 이상, 선행차 감지 등의 활성화 조건을 갖추면 계기판에 알리고, 이 때 스티어링 휠 좌측의 버튼을 통해 속도, 차간거리 등을 정할 수 있다. 차로의 중앙을 유지하기 위해 스티어링 휠을 돌리고 차를 제어하는 움직임이 유연하고 기특하다. 다만,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면 기능이 자동 해제돼 운전을 편하게 할 수 있는 보조장치임을 확실히 보여준다. 안전품목은 전매특허인 시티 세이프티를 비롯해 주차보조장치인 파크 어시스트 파일럿과 고화질 360도 카메라 등을 갖췄다.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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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
전작인 S80보다 차급이 확실히 올라갔다. 크기, 공간은 물론 다양한 편의장치와 함께 전반적인 제품력이 크게 향상된 느낌이다. 인간 중심에 초점을 둔 운전자보조장치도 일품이다. 독일 프리미엄 세단에서 볼 수 없던 스칸디나비아 특유의 감성 역시 차별화에 한 몫한다. XC90과 함께 올해를 장식하는 볼보차코리아에게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볼보차코리아 이윤모 대표는 S90을 소개하면서 스웨덴어로 배려하는 마음 또는 정신을 의미하는 '옴단케(Omtanke)'란 단어를 언급했다. 안전을 기반으로 운전자는 물론 주변까지 배려하는 정신을 반영한 '착한 차'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볼보차에게도 착한 차가 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판매가격은 5,990만~7,490만 원이다.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시승]배려 깊은 새 기함, 볼보차 S90

인천=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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