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부모' 아이 미국서 첫 탄생
아빠와 엄마, 그리고 난자 제공자 등 세 명의 유전자(DNA)를 물려받은 아기가 미국에서 태어났다. 세 명의 부모 DNA를 물려받은 아기가 태어난 건 처음은 아니지만 배아 파괴로 인한 윤리 논란과 현재까지 알려진 부작용을 피한 기술이 적용된 건 처음이다.

영국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는 지난 4월 미국 새희망출산센터에서 요르단 출신 부모 유전자와 멕시코인 난자 기증자 유전자를 가진 남자 아기가 태어났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아브라힘 하산으로 불리는 생후 5개월 된 이 아기는 요르단 출신인 마흐모드 하산과 이브티샴 샤반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기 친모인 샤반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 기능이 떨어지는 희귀 유전병인 ‘리 증후군’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리 증후군은 미토콘드리아 DNA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나타난다.

존 장 새희망출산센터 교수(사진)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DNA에 결함이 있는 샤반의 난자에서 핵을 빼냈다. 그런 뒤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여성의 난자에서 핵을 빼내 그 자리에 샤반의 핵을 넣었다.

연구진은 이를 아빠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5개 수정란 중 정상적으로 자란 하나를 샤반의 자궁에 착상시켰다. 수정란은 정상적으로 자랐고 10개월 뒤 하산이 건강하게 태어났다. 하산은 친엄마와 친아빠, 난자 제공자 등 세 명의 유전자를 모두 물려받았지만, 리 증후군을 유발하는 친엄마의 미토콘드리아 대신 난자 제공자의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물려받았다.

김장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줄기세포연구센터장은 “이번에 시도된 기술은 난자의 핵만 교체한 뒤 정자와 수정시키는 제3의 방식”이라며 “윤리 논란을 벗어나기 위한 새 방법을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