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 포커스] 전기로만 89km 주행…가파른 경사도 '거뜬'
전기차가 친환경차의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EV를 선보였고,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도 11월 한국에 상륙할 예정이다. 하지만 전기차가 일반 도로를 자유롭게 달리기에는 갈 길이 멀다. 짧은 주행거리와 부족한 충전 인프라는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주행거리 공포에서 벗어나는 현실적인 대안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다. 전기로 40㎞ 내외의 거리를 주행하고, 전기를 다 쓰면 가솔린 엔진으로 바퀴를 굴리는 방식이다. 쉐보레 볼트는 PHEV의 주행 거리를 89㎞ 로 늘렸다. 40㎞ 거리 내에서 통근용으로만 쓰면 1년 동안 기름을 한 방울도 넣지 않아도 되는 차다.

지난 23일 서울 밀레니엄힐튼호텔에서 이마트 가양점까지 40㎞ 거리의 왕복 코스를 볼트를 타고 달려봤다. 공기 저항을 고려한 차체는 날렵한 모습이다.

실내는 계기판과 정보창 등을 빼곤 말리부와 비슷하다. 에어백도 운전석과 동반석 무릎용을 포함해 10개나 심었다. 차선이탈경고 및 차선유지시스템 등의 안전장비는 기본으로 장착돼 있다.

트렁크는 해치를 완전히 개방할 수 있어 실용적이고, 적재용량도 매우 큰 편이다. 특히 2열시트를 접으면 일반 자전거도 거뜬히 적재할 수 있는 공간이 확보된다. 트렁크 높이가 너무 낮지 않아 짐을 싣거나 꺼내는 데 불편도 없다.

가속페달을 밟으니 ‘끼리릭’ 소리를 내며 타이어가 맹렬히 돌아갔다. 전원을 넣자마자 최대토크로 돌아가는 모터의 힘은 좋았다. 조금 가속되다가 가솔린 엔진도 작동하지 않을까 의구심을 품으며 끝까지 가속페달을 밟았지만, 제한속도가 걸릴 때까지 전기모드로만 갔다.

쉐보레 관계자는 “최고속도인 시속 158㎞로 달려도 엔진은 끼어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엔진은 배터리 잔량이 20% 밑으로 떨어질 때만 제한적으로 주행에 개입한다.

최고출력은 149마력으로 1.6 가솔린 엔진을 사용하는 준중형 세단보다 약간 더 높지만 최대토크가 40.6㎏·m에 달한다. 호텔로 올라가는 50도가 넘는 경사로도 볼트는 성인 3명을 태우고 빠르게 올라갔다.

쉐보레는 볼트의 구체적인 국내 출시 계획을 잡지 못하고 있다. PHEV 보조금이 전기차의 3분의 1인 탓에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어려워서다. 쉐보레 관계자는 “카셰어링 업체들과 협의해 법인 판매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