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농기계 업체인 대동공업의 주요 경영진이 지난 4월 물러났다. 지난 6년여 동안 회사를 이끌었던 곽상철 대표와 박수철 부사장이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동반 퇴임한 것. 대동공업의 매출은 2014년 5051억원에서 지난해 4622억원으로 떨어졌다.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2014년 소폭 흑자였던 영업이익은 지난해 9억4800만원 적자로 돌아섰다.

대동공업 관계자는 “국내 농기계 시장의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일본 업체의 공격적인 영업, 수출 부진 등으로 업체 간 ‘제살깎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 잠식하는 日 업체

국내 농기계 업체들은 시장 정체, 일본 업체의 공세, 규제 강화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일본의 구보다와 얀마 두 업체는 국내 시장을 서서히 잠식하고 있다. 한국구보다의 매출은 지난해 1600억원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2014년 67억원에서 작년 100억원으로 늘었다. 얀마농기코리아 역시 매출이 828억원에서 1171억원으로 증가했다.

일본 농기계 업체는 불황에 움츠러들고 있는 국내 업체와 달리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얀마는 광고선전비와 판매촉진비를 2억9300만원에서 지난해 5억8300만원까지 늘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농기계 시장도 국내 자동차 시장과 비슷하게 해외 업체에 자리를 내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기계 엔진에 대한 환경인증기준이 올해 말부터 ‘등급3’에서 선진국 수준인 ‘등급4’로 전면 강화되는 것도 국내 업체엔 부담이다. 등급은 미국환경보호국(EPA)의 배출가스규제 제도에 따라 1~4단계로 나뉜다. 숫자가 높을수록 일산화탄소(CO), 미세물질(PM) 등의 배출 기준치가 낮아진다.

◆업계 구조조정 ‘불가피’

업계에서는 국내 시장 규모가 지난해 2조5000억원 수준에서 올해 2조원 초반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경영환경 악화로 시장 구도 변화도 불가피하다. 3위 업체인 동양물산은 4위 국제기계산업의 인수절차를 밟고 있다. 동양물산은 ‘기업활력제고 특별법’(원샷법) 1호 기업으로 인정받아 산업은행으로부터 160억원을 지원받는다. 동양물산은 이번 인수합병(M&A)으로 50년 이상 업계 1위를 고수해온 대동공업을 제치고 업계 선두로 올라설 전망이다. 동양물산과 국제종합기계의 지난해 매출을 합치면 5700억원 규모로 같은 기간 대동공업의 매출을 1000억원 이상 웃돈다. 시장 구도는 동양물산(국제종합기계) 대동공업 LS엠트론 등 국내 3곳과 구보다 얀마 등 일본 업체 2곳으로 바뀐다.

◆非농업·미개척 시장 모색

국내 업체는 미개척 시장과 비농업용 제품 출시 등으로 위기를 타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해외시장 진출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유럽 선진국 시장 외에 미얀마 라오스 등 아직 기계화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지역에 깃발을 꽂겠다는 전략이다.

전통 농기계에서 벗어난 가정·레저용 등 비농업용 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대동공업은 휘발유·경유·전기차 형태의 다목적 운반차(소형 픽업트럭)를 내놓고 있다. 기존 트랙터에도 터치스크린 모니터를 탑재하는 등 편의 기능을 더했다. 업계 관계자는 “농업용 트랙터에 제설설비를 다는 등 기존 제품의 용도를 다변화하는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