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를 들썩인 폭스바겐 디젤 사태의 핵심은 미국 내 디젤 배출규제를 맞추기 위해 배출가스 관련 소프트웨어를 제조사가 마음대로 조작했다는 점이다. 물론 배출가스 정화장치의 수명을 늘리기 위한 행위였지만 결과적으로 정직하지 못한 '속임수'로 들통나 곤혹을 치르고 있다. 비난의 화살이 제품이 아닌 '기업'에 쏠리는 것도 폭스바겐이 비양심적 경영 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속임수를 전혀 쓰지 않은 제품의 정상적인 배출가스는 가장 양심적(?)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있어 혼란스럽다. 이른바 '기업의 비양심 vs 제품의 양심'이 동시에 등장하는 형국이다.

먼저 폭스바겐의 비양심은 이미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배출가스를 시험하는 실내에선 정화장치가 정상 작동하지만 일반 도로에 나오면 정화장치가 꺼지도록 소프트웨어를 조작했다. 감춰진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에서 막대한 보상을 해야 했고, 지금도 관련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칼럼]폭스바겐, '기업의 비양심 vs 제품의 양심'

하지만 최근 유럽 여러 나라에서 진행된 디젤차 실제 운행 배출가스 측정 시험에선 폭스바겐 제품이 '가장 양심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3곳의 독립 단체가 도로 주행 때 디젤차의 배출가스를 측정했는데, 폭스바겐의 배출가스가 적은 것으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먼저 유럽 내 환경단체인 T&E(Transport & Environment) 시험에선 폭스바겐의 질소산화물 평균 배출량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T&E가 유로6 디젤차 230가지 제품을 시험했는데, 폭스바겐그룹이 평균 1위를 차지한데 이어 폭스바겐그룹 산하 브랜드 스코다와 아우디가 각각 2위와 3위를 기록했다. 특히 폭스바겐은 주행 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유로6 기준 (80mg/㎞) 대비 두 배가 넘지 않는 유일한 회사로 꼽혔다.

그러자 독일의 환경단체 DUH도 유로6 기준 실제 도로 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39가지 자동차(디젤차 36종,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가솔린 3종)의 실제도로 주행 시험 결과 기준치에 가장 근접한 브랜드 중 하나로 폭스바겐이 포함됐다. 이에 앞서 지난 8월에는 영국의 독립적인 연비 및 배출가스 측정 기관인 애미션스 애널리틱스 (Emissions Analytics, EA)가 도로 주행 시험을 통해 속임수가 전혀 없는 신형 티구안을 유일하게 A등급으로 평가했다. 이외 지난 5월 환경부가 발표한 도로 시험 결과에서도 상위권에 포진했고, 올 1월 독일 내에서 자동차 시험 전문지로 유명한 AMS의 유로6 디젤차 주행 배출가스 시험(Real Driving Emission)에서도 폭스바겐 골프의 배출가스가 가장 낮았다.
[칼럼]폭스바겐, '기업의 비양심 vs 제품의 양심'

이런 결과가 도출되다보니 소비자들은 혼란스럽다. 기업의 비양심과 제품이 양심이 충돌하다보니 어디에 비중을 두어야 할 지 말이다. 물론 기업과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은 소비자마다 제각각이다. 기업의 비양심에 도덕적 잣대를 적용하며 제품마저 비양심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기업은 혼나되 소비자에겐 비용과 직결되는 제품이 중요한 만큼 구입에 문제가 없다는 목소리도 흘러 나온다.

최근 폭스바겐코리아가 환경부에 인증서류를 다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서류 조작으로 판매가 중단된 만큼 서류를 보완해 다시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재판매가 시작됐을 때 소비자 반응은 어떻게 나뉠까. 기업이 비양심은 소비자에게 손해지만 제품의 양심은 소비자에게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어서다. 소비자의 선택이 무척이나 궁금하다.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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